[인터뷰] 사진작가 권도연 "사물의 세계에 대해 우직하게 탐구할 것"
[인터뷰] 사진작가 권도연 "사물의 세계에 대해 우직하게 탐구할 것"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04.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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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권도연 프로필 ⓒKT&G 상상마당

사직작가 권도연의 작품은 무엇이든 정해진 규칙에 의문을 갖고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모든 것에 궁금한 점이 많았던 권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의문을 표현해내고 있다.

최근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만난 권 작가는 상상을 뛰어넘은 그의 사진 작품만큼이나 자유로운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전시 출판 기획자 웬디& 프레들릭에게 발탁된 후 세계적인 사진축제 '휴스턴 포토페스트'에서 전시하고 많은 작품이 사랑을 받을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겸손함은 잃지 않은 인물이었다. 올해 '휴스턴 포토페스트'에는 한국 사진작가는 4명만이 소개됐다.

권 작가가 사진작가가 된 계기는 운명적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고전을 읽으며 문학과 사랑에 빠졌던 권 작가는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대학에서 배운 것이 삶에서 실제로 경험해야 할 경험들에 영향을 줄 수도 없다는 점에 고뇌했다"고 전했다.

이후 우연히 도서관에서 '워커 에반스' 사진집을 접한 권 작가는 사진이 나의 경험을 표현할 수있는 도구가 사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익숙한 피사체인데도 처음 보는 세계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회 '고고학'전에서도 평소 깊은 고뇌를 하는 성격을 느낄 수 있다.

홍대 상상마당에 전시되고 있는 권 작가의 사진들은 크게 '고고학'과 '개념어 사전' 두 가지 테마로 나눠진다.

'고고학'의 경우에는 의미없는 대상들을 사전적인 의미를 지어주는 작업을 거쳐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표현한 것이며, '개념어 사전'은 버려진 사전들을 주워서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어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권 작가는 "사진을 보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며 "보통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그리워하고 추억한다는 점에서 사진이 가장 잘 들어날 수 있는 부분이 '사후세계와 죽음이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진이라는 매체가 잘 표한할 수 있는 부분을 '죽음에 대한 부분'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물의 사후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삽을 들었다. 권 작가는 이를 일명 '삽질', '뻘짓. 의미 없는 활동'이라고 말하며 작품을 위해 직접 삽으로 땅을 파 죽음을 맞이한 사물을 채취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예술이라는 것이 의미 없는 활동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삽질이라는 행동 자체를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본 것이다.

 

 

 

 

권 작가는 "우연히 주운 것과 삽을 이용해 파낸 것 등 (삽질이라는) 작업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부분과 상상하면서 얻는 부분 등으로 (스스로를) 고고학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으며 '삽'이라는 매개체에 대해서는 "하는 일들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뭐가 있나 생각하던 중 어떤 대상을 발견하거나 묻어버릴 수 있는 삽과 대상을 드러낼 수도 가릴 수도 있는 카메라가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삽질과 카메라는 발견하고 밝혀낸다는 의미가 통해 그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아무 목적 없는 '삽질'이며 작업을 하면서 뭘 얻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보다 스스로 재밌어서 작업을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몫"이라며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가)만들어서 전시장에 걸면 보는 사람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작품들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권 작가는 지난해 제7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스코프'에서 최종작가로 선발됐다.

권 작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한국의 젊은 사진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스코프'를 경험한 이후 아직 어떤 결과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참가하면서 "진행하는 내내 즐거웠다"는 감회를 전했다.

예전에는 혼자 고민하고 작업하고 누구에게 보여줄 기회도 없었지만 스코프를 통해 멘토를 비롯해 상상마당 스텝분들과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서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즐거웠다는 것이다.

권 작가는 KT&G '스코프'를 통해 사진에 대한 꿈을 키우는 선·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스코프는 상금을 받는 프로그램이 아닌 지원프로그램인만큼 그 안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과정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며 "그 부분에 집중을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고 말했다.

앞으로 '고고학'이라는 테마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보고 싶다는 권 작가는 "사물의 세계에 대해 우직하게 탐구를 해보고 싶고 그 이후에 오는 반응들은 알아서 따라 올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권 작가는 현재 진행 중인 KT&G 상상마당 '고고학'전 이후 오는 가을 '뉴욕' 전시에 이어 겨울 '오스트리아 비엔나·파리 전시', 12월 부산 고은미술관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