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푸른 상념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푸른 상념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4.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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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상념 2013 Daniel's Digilog Artworks(3714)Image size 6500x4800 Pixels (89,3M)300dpi.

눈 먼 새들이
하늘을 날지 못 하고
울창한 숲속에서
날개만 퍼덕거리는데
하루의 마지막 빛이
푸른 숲의 가장자리를
어슴프레 비추는...

죄수복같이 푸른 옷을 입고 있는 나무는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찌푸리며 잉잉거렸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덤불처럼 돋아난 수많은 가지들을 희롱이라도 하듯이 황새바람이 지나가나 했더니 또 돌기바람이 솜털까지 곤두세우고 비구름까지 몰고 온 마파람에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숨 쉬기 힘든 황량함으로 겨우 버티는 것을...그나마 내 어머니의 허벅지를 잘라 만든 널판지가 몹쓸 바람을 어느 정도는 막아 주었는데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가슴에 푸른 나무는 이제 자기가 죄인이나 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가슴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구 울었다. 그렇게 고독의 전율은 실핏줄처럼 가지마다 전달되어 캠버스 위에 화석이 되었다. 푸른 상념의 나무는 피가 붉은가? 아니,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