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2억원으로 부풀린 '제2의 모뉴엘'…피해액은?
2만원짜리 2억원으로 부풀린 '제2의 모뉴엘'…피해액은?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6.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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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원대 무역금융 부당 대출 받아…5개 시중은행 347억원 피해 예상
▲ 한 중소기업이 수출가격을 1만 배 높게 조작해 1500억원 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YTN 뉴스 캡처

한 중소기업이 수출가격을 1만 배 높게 조작해 1500억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부조작으로 매출액을 부풀려 대규모 액수의 금융사기 및 횡령을 한 '모뉴엘 사태'와 판박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1일 수출품 가격 조작과 위장 수출 방식으로 1522억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고 28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로 H사 대표 조 모(5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씨의 범죄를 도운 H사 자금담당과장 유 모(34)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조씨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291차례에 걸쳐 개당 원가가 2만원인 플라스틱 TV캐비닛 가격을 1만 배인 2억원으로 부풀려 총 1563억원을 수출신고했다.

이후 1522억원의 수출채권을 받은 조씨는 수출채권이 만기되면 다시 위장 수출 방식으로 수출채권을 되팔아 대출금을 상환하는 수법을 반복적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지금까지 대출금 중 286억원을 상환하지 않았고, 회사 운영자금으로 신용대출받은 61억원도 갚지 않아 미상환 금액이 총 3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사에 무역금융 대출과 신용대출을 해준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중 기업은행이 264억원으로 가장 큰 피해 규모가 예상되며, 이어 SC은행은 22억원 가량의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관세청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무역금융 대출을 하다가 수출 서류를 허술하게 심사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조씨는 대출받은 무역금융 가운데 28억원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일본의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해 미국에서 주택구입 등에 사용했다고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전했다.

또 조씨는 14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고 65억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으며, 내연녀 명의의 회사로도 25억원을 송금했다.

조씨는 법인카드로 명품과 금괴 등을 사들이고 월세 1800만원짜리 고급빌라에서 거주하면서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 고급 외제차 10여 대를 리스해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