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주년, 관계 개선은 '한 목소리'..새로운 전환점 될까?
한일수교 50주년, 관계 개선은 '한 목소리'..새로운 전환점 될까?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6.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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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과거사의 짐 내려놓고"…아베 총리, 과거사 언급 없이 한·미·일 협력 강조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 교차 참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은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통적 인식을 보이면서도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간극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사 치유를 통해 미래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역사 인식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일수교는 지난 1965년 6월 22일 도쿄에서 '한-일 양국의 국교관계에 관한 조약'을 통해 시작됐으나 청구권·어업·문화재반환 문제 등에서 우리 측이 지나치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돼 왔다.

더군다나 일본이 침략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등 과거사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동안 한일 관계가 평탄치 못했던 가운데, 최근 위안부 피해 관련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이번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의 양국 수장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외교적 관계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던 지난 6월 22일 상대 정부가 주최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한국과 일본 두 정상이 동시에 함께 움직인 것은 처음으로, 이 자체만으로도 한일 관계 개선에 희망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 쉐라톤 호텔에서 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양국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면서 "양 국민들의 마음을 정부가 나서서 하나로 모으고 현안을 풀어가면서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것은 후세에 대한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역시 박 대통령이 강조한 바와 같이 미래지향적 외교를 강조하는 동시에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같은 날 도쿄 쉐라톤 호텔에서 우리 측이 개최한 행사에 참석한 아베는 "오늘 국회 결산위원회 심의가 있는 날인데, 여기에 늦으면 안 된다고 야당의 협조를 얻었다"며 "한·일 관계 중요성에 대해 여당도 야당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를 자아냈다.

아베 총리는 "50년간의 우호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축사문을 통해 한일 관계에 대해 우호적이면서도 발전적 관계를 취하면서도 팽팽한 '기싸움'을 지속하기도 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준비하는 등 일본의 사과와 대처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만큼 '과거사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한 박 대통령은 "양국 국민 간의 신뢰와 우의를 쌓아가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양국 국민의 신의가 보다 깊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양국이 취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며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가 50명밖에 남지 않은데다, 모두 고령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과거사를 둘러싼 문제인 만큼 일본이 책임 있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최근 국내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전후 70주년 아베 담화 등 과거사 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이, 한국에는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신뢰하고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베총리는 "양국의 협력강화 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없이 소중하다"며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미일의 협력만을 강조했다.

이 같은 양국 정상의 연설을 통해 냉랭했던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진일보하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가장 큰 현안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측에서도 강하지 지적하지 않아 결국 다시 원점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일 종전 40주년 당시 폰 바이체커 독일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서 못 보는 사람은 현재에 대해서 눈 뜬 장님이 된다"는 말을 했다. 일본도 '눈 뜬 장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달라진 입장을 내비쳐야 할 때로 보인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