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민의 '유니버설 디자인'] 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가
[조명민의 '유니버설 디자인'] 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가
  • (주)밀리그램 조명민 대표
  • 승인 2015.07.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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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밀리그램 조명민 대표

오랜 세월동안 세계 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오른손잡이는 정상이고 세계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왼손잡이는 비정상이라는 사고가 지배해왔다. 이에 모든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오른손잡이를 위한 디자인만 제작됐다.

심지어 'Left'라는 단어도 '왼쪽'이라는 의미 외에 '쓸모없는'이라는 뜻을 가진 'lyft'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하지만 왼손잡이의 신화적인 인물인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는 왼손잡이 기타리스트 1970년대 일렉트로닉스를 활용한 이펙트 사운드를 유행시켰으며, 기타를 거꾸로 메고 이빨 피킹(Picking)과 같은 묘기를 선보이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의 왼손은 과연 쓸모없는 왼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수라는 이유로 왼손잡이는 어린 시절부터 왼손을 쓰지 않도록 핍박과 협박으로 심리적인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가위질 할 때, 계량컵을 사용할 때, 운전을 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기어를 바꿀 때 등 다수에게 편리하게 제작된 물건들로 강제적인 '양손잡이'가 되기도 했다.

다수가 아닌 소수에 해당하는 왼손잡이들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온 가운데, 세월이 흘러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됐고 1992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지정하는 세상이 됐다. 이와 함께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왼손잡이용 책상, 의자, 가위 등 여러 가지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에 대한 연구와 생산, 보급되고 있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아주 특별한 장애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작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앞이 잘 안보여 당황한 적이 있다. 시력이 양쪽 모두 1.2이지만, 오랜만에 장거리 야간 운전한 탓에 앞차의 빨간 후미등만 보여 아무리 집중을 해도 보이지 않는 차선에 진땀을 흘리며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하니 노안에 난시가 심하게 왔다며 시력이 좋은 사람들이 더 빨리 노안이 올 수 있다는 의사의 위로의 말을 듣게 됐다.

그 이후 점점 눈 상태가 안 좋아졌고 예전에는 사소하게 생각했던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의 불편함을 생각하게 되어 명함의 글씨부터 크게 바꾸고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 복지관을 설계할 때는 필수로 사인의 글씨를 좀 더 크게 하게 됐다.

직접 겪지 못했으면 잘 안 보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을 것이고 유니버설 디자인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사회복지관 등 여러 단체에서는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하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 장애 체험, 휠체어 사용 체험, 손에 핸드크림을 잔뜩 바르고 페트병을 열어보는 체험 등을 경험하고 다수의 사람들과 조금 다른 소수 사람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직접 유니버설 디자인을 해보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니버설 디자인에 필요성을 다소 늦게 깨달았지만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을 알리는 활동을 더불어 다각적인 교육과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면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모두가 생활하기 편안한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주)밀리그램 조명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