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두 유 노 SNS?' 아찔하게 화끈하게..24시간이 모자라
[뉴스줌인] '두 유 노 SNS?' 아찔하게 화끈하게..24시간이 모자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7.2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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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게시물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먹기 전에 하는 행동이다. "나에게 주는 선물",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게시물을 올리거나 지인을 통해서 보아 낯익을 것이다. 밥을 먹어도, 술자리를 가져도, 여행을 가도 우리는 SNS에 보고한다. 심지어 집에 혼자 박혀 있어도 무언가를 찍어 올린다. "힘든 하루", "우울한 하루" 등 나의 심리상태까지 보고를 한다. 2015년에 들어서 SNS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눈뜨자마자 혹은 눈감기전 꼭 해야하는 행동이 SNS 확인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SNS 이용률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중 60%는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50%는 하루에 1회 이상 이용한다고 한다. SNS는 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약자로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10여년 전에 유행을 타던 개인홈페이지가 스마트폰의 보급화와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의 발달로 지금과 같은,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정착했다.

그러나 지금은 SNS가 단순 정보공유의 장소가 아니다. 자신의 일상생활을 공유함으로 얻게되는 자기만족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비싼 음식과 여행지, 인맥자랑을 통해 자기과시를 하는 곳으로 사람들은 이를 '허세'라고 표현한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페이지가 다수 등장해 아이템 마케팅의 향연장으로 그 의미가 점차 변질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SNS의 문제는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SNS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SNS를 자신의 스트레스와 복잡한 감정을 분풀이 장소인 냥 떠들어댄다. 축구스타 박지성이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칭하며 이 문화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좀 더 자극적으로..'
잘못된 SNS 사용논란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는 악플을 남긴 사람에게 분노한 네티즌의 마녀사냥과 이에 따른 악플러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소셜포비아란 사회적인 상황을 피하며 사회성이 결여되는 증상을 뜻한다. 이 영화의 홍석재 감독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각본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발벗고 사건들을 찾아 밝혀내고 분석하는 행위는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화재가 나도 촬영하고 폭력 등 주위에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휴대폰부터 들고 촬영을 하는게 우선인 세상이 된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일명 '페북스타(페이스북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사진을 올린다 ⓒ SNS 사이트 캡쳐
페북스타 지망생들은 애완견에게 술을 먹이는가 하면, 클럽과 술집같은 곳의 음란한 행위를 촬영해 올리기도 한다. '좋아요' 갯수를 더 늘리기 위해 무모한 영상에 도전한다. 결국 폭력·음란·폐륜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영상들을 마구 찍어 올리며 혼자 뿌듯함을 느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난 운전자가 죽어가고 있는 중에도 끝까지 영상만 찍고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처럼 관심을 원하는 사람들은 멈추지 않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며 찾아다니면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자극적인 영상 만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슈다. 보고싶은 것만, 자신의 관점으로 판단해 수천만명의 사용자들을 선동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세상의 일들은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이슈의 대상자가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앞뒤 확인 없이 이슈를 접한 이용자들은 게시자의 의도대로, 댓글의 여론몰이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 사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신상털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지 회복이 힘들 정도로 한순간에 망가져 버린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을 만든 당사들에겐 이미 그냥 지나간 일일 뿐이다.

SNS 논란은 유명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명량'을 놓고 평론가 허지웅과 진중권 교수는 SNS를 통해 언쟁을 벌였다. 해석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모두가 보는 장소에서 언쟁을 벌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축구선수 기성용 선수는 그동안 무례한 내용을 SNS에 실으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기성용은 국내 팬들의 비난을 받자 자신의 미니홈피에 "너희들이 가서 뛰던지" 라는 글을 올리는가 한편, 지난 2013년에는 '해외파가 머리아프다'는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의 발언에 "고맙다 대표팀 뽑아줘서"라며 비아냥 거리는 태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표팀 경기가 끝난 뒤에는 SNS를 통해 "가만히 있었던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됐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라는 발언을 하며 노골적으로 최강희 전 감독을 공격했고 논란이 일자 SNS를 탈퇴했다.

이후 기성용은 축구팬들에게 건실하고 멋진 청년의 이미지를 잃고, '성격은 마음에 안들지만 실력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존재가 됐다.

SNS 지시대로 '맛집 탐방'
홍보용으로 변질된 SNS

요즘은 먹방(먹는 방송)이 트렌드가 되면서 여러 맛집들이 소개된다. SNS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각 지역의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멋스러운 분위기를 사진으로 담아 SNS를 통해 온 국민에게 퍼지고, 실제로 SNS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먹기 위해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SNS 마케팅에 선동된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가면 체크인을 하고 같이 온 사람들을 태그한다. 자랑거리를 만들고,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들에겐 이미 음식의 맛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이 가게에서 인증샷을 찍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우스갯소리로 맛집을 찾을 때 SNS에 소개된 곳만 안가면 된다는 소리도 있다.

▲ 맛 집에 온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인증샷'

일례로 페이스북을 통해 인기를 얻던 전주투어의 경우 지난해 5월 황금연휴에 수 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 인파를 감당하지 못한 전주는 '헬게이트'가 됐다. 집집마다 줄이 길다보니 맛집은 커녕 분식집에서 식사를 대체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 붐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은 SNS를 활용한 희대의 마케팅으로 손꼽힌다. 적은 물량을 풀어 궁금해서라도 먹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허니버터칩 먹어봤어?" 이 말이 안부인사가 될 정도였다. 수천만명의 홍보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후 허니버터칩의 성공신화를 이어 '순하리' 열풍이 불어왔다. 술집 업주들은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를 해 놓았다. 이 같은 사례들처럼 희소성을 부각되는 경우, 먹어보거나 가보거나 자신의 경험을 자랑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을 마냥 비판할 순 없지만 언제나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어필할 수 있기에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공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만큼 더 신중하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인 만큼 사진을 찍어 올리기보다 그 순간을 더 의미있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SNS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게시물을 보며 작성자의 의도대로 선동된 적은 없는가 생각해보길 바란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