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 달 용돈으로 10만원~20만원을 받아온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27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아내B씨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남편A씨와 그 가족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A씨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A씨와 B씨 부부는 만난 지 7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한뒤 매달 직장에서 받는 월급을 모두B씨에게 갖다 주고 한 달에 용돈을 10만~20만원씩 받으며 생활했다.
또한 A씨는 용돈이 부족해서 생활이 어려워 건설 현장 노동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4년 가까이 되던 해 겨울날 폭설로 근무지에 비상이 걸려 A씨가 퇴근하지 못하고 다음날 집에 가자 B씨는 몸이 아픈 자신을 혼자 뒀다며 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친정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갑작스러운 구토 증상으로 A씨는 병원에 가려고 아내에게 병원비 1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했지만, B씨는 송금하지 않고 A씨를 찾아왔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B씨를 만나지 않고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받아 이사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 3800만원을 B씨에게 송금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부담하는 2800만원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를 갚아달라고 했지만 B씨는 이를 갚지 않고 보관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1심에서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7일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 이은애 부장판사는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기간 별거하면서 서로 만나지 않는 점, 원고의 이혼의사가 확고하고 피고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관계회복에 충실하지 않는 점 등을 보면 관계회복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B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역시 속으로만 불만을 쌓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으므로 A씨와 B씨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B씨가 보관하고 있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 2800만원은 돌려주라고 명했다.
(데일리팝=성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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