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그루(The Groo) "시대를 담은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인터뷰] 밴드 그루(The Groo) "시대를 담은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 오정희·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7.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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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그루(The Gro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흔히 들려오는 사랑 노래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사랑과 이별 외에도 느끼는 감정과 경험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밴드 '그루(The Groo)'는 그런 다양한 감정을 노래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정해진 틀에 얽매이길 거부하는 이들은 국한돼 있는 대중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삶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두 번째 앨범 'CIVILIZATION'으로 돌아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끌어안은 이번 앨범은 일반적인 개인과 개인의 갈등이 아닌 개인을 만드는 가치관, 경제, 환경관 등의 갈등을 다뤘다. 그루는 2집 앨범에 대해 "이 시대상의 코멘터리를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데일리팝은 홍대 상상마당 카페에서 그루 멤버 현상진(보컬·기타), 이병우(기타), 이재하(베이스), 이병건(드럼)을 만나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그루가 어떻게 결성된 그룹인지 소개해 달라.

A. 처음부터 '이런 음악을 하자'고 모인 게 아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그때 그 때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병우(베이스)가 내(상진·보컬) 일렉기타 선생님이었다. 그 뒤로 병우의 쌍둥이 형제인 병건(드럼)을 만났다. 재하(베이스)는 병우 동기인데 둘이 공연하는 걸 보고 스카우트 했다.

Q. 2년 만에 2집으로 돌아온 걸로 알고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해 소개준다면?

A. 2집 'CIVILIZATION'은 음악을 통해서 음악성을 보여주겠다고 만든 앨범이 아니라, 이 시기에 해야 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그 전제가 'Machine(머신)'이라는 곡이다. 이 곡으로 인해서 나머지 곡들의 분위기가 맞춰졌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기계처럼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노래했다.

Q. 2집 앨범을 오래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

A.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니까 곡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앨범 준비를 오래했다. 상진이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동안 가믹스 해서 데모를 만들었고, 비용에 한계가 있어서 좋은 엔지니어팀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가녹음 후 본녹음을 했는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합이라 믹스가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좋은 엔지니어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모인 '팀엔지니어스'와 함께 앨범 작업을 하게 됐다. 저희 곡을 듣고 페이 없이 흔쾌히 작업을 해 주셨다. 다만 거기까지 가기가 힘들었다. 잠도 부족했고 '인디에서 이렇게까지 크게 녹음을 하는 게 과분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8개월 동안 이것만 하고 미국까지 다녀왔는데 아무도 안 들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들기도 했다.

 

▲ 밴드 그루(The Gro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이번 앨범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2집에서는 이 시대상의 코멘터리를 하고 싶었고, (1집과) 음악적으로 다른 부분은 2집에서는 디지털을 많이 껴안았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보면 1집보다 더 무식하게 아날로그적으로 작업했다. 예를 들어 기타 소리를 녹음할 때도 앰프 5개를 두고 작업을 했다. 기타 콤비네이션 등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해 보고 1집보다 톤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다.

Q. 앨범의 마스터링을 미국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작업하게 됐나?

A.같이 녹음하게 된 엔지니어 중 한 분이 'STERLING SOUND'라고 유명한 마스터링 녹음실 관계자와 친분이 있다. 원래 마스터링은 온라인으로 많이 하는데 제가 대학교를 뉴욕에서 다녀서 친숙하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찾아갔다. 직접 가서 작업을 하니까 소통도 잘 되고 훨씬 편했다.

Q. 가사에 공을 들이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있다면?

A.저희 밴드의 장점 및 자부심이 가사다. 힙합처럼 비판적이라기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하고자 하는 말을 가사로 쓴다. 사회의 가치관, 분위기, 경제, 체제, 주의 등이 개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개인과 개인과의 사랑 얘기도 사회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 하에 가사를 쓴다. 하지만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기 때문에 (듣기에) 심오한 편은 아니다.

Q. 그루의 곡들은 장르가 따로 없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장르 나누는 것을 싫어한다. 클래식 장르 안에도 또 여러 장르가 있다. 베토벤 음악이 현재에 와서야 고전 음악이지 당시 베토벤의 9번 10번 음악 등은 파격적인 변화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클래식으로 (통칭)되는 것처럼 장르 나누는 게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음악도 하나의 산업이니까 어떤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는지를 생각하고 (장르를) 나누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하지만 장르를 나누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악의 창의성을 가두는 것 같다.

 

▲ 밴드 그루(The Gro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그루는 어떤 대상에 초점을 맞춰 곡을 쓰는지 알고 싶다. 곡을 쓰는 대상에 대해 알려 준다면?

A.일단은 일반적 대중이다. 노래도 하나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독재정권 시기에는 특정 음악을 못 듣게 했다. 표현의 자유로 봤을 때 하나의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음악도 하나의 시, 시도 하나의 글, 언어기 때문에 표현과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표현이 전 세계적으로 국한돼 있다. 대부분 이별, 사랑, 섹스 등으로 (치우쳐있다). 사람들이 그런 감정만 느끼고 살진 않기 때문에 가려운 곳이 긁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다.

Q. 어떤 밴드로 남고 싶은지 알려 달라.

A.(저희가) 처음에 만났을 때는 음악을 직업으로 하게 될지 몰랐다. 좋아서, 같이 있는 게 즐거워서 하게 됐다. 정말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가끔 공연 끝나고 사인해 달라고 할 때면 아직도 가끔 오그라든다. '왜 내 사인을 받고 싶을까?'하고 아직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게 계속 오그라들었으면 좋겠다.

Q.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저희는 돈과 명예를 바라고 음악을 한 게 아니다. 1집 앨범을 냈을 때도 그 동안 해 왔던 것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운 좋게 인디 차트에 오르고 사람들이 알게 돼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음악하고 싶다. '이렇게 해야 한다' 하는 틀에 갇히지 않고 좋으니까 음악을 하고 싶다. 처음부터 즐거워서 (음악을) 했던 거니까. 사람들이 좋으면 듣고, 그러면 같이 와서 (공연을) 봐 줄 거라고 생각한다.

(데일리팝=오정희·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