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0주년]광복절 '빨간 날'에 대한 오해
[광복절 70주년]광복절 '빨간 날'에 대한 오해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1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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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맞이한 광복절, 희미해신 역사인식에 올바른 역사인식 필요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길었던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광복을 맞이했다.

우리는 이 날을 잊지 않고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매년 8월 15일을 잃었던 국권의 회복을 되찾은 것을 의미하는 '광복절'이라 칭하고 국경일로 지정했다.

올해 광복절은 토요일이라 많은 국민들이 아쉬워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메르스와 가뭄 등의 여파로 침체된 내수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주말이 끼어 있는 사흘간의 휴일로 인해 국민들은 환호했고 정부도 고속도로 통행료와 4대궁, 국립미술관 등 공공기관을 무료로 개방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기대했다.

▲ 항일투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진 진관사 태극기 ⓒ 뉴시스
무색한 '내수경제 활성화'
'국내' 보다 '해외여행'

사흘간의 휴일이 생긴 국민들은 휴가 계획을 세우기 바쁘다. 친구들도 만나고 자신만의 휴식을 취하는가 하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내수활성화를 목표로 했던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지난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14~16일 국제선 예약률은 87.5%로 41만8100여명이 국제공항을 찾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번 휴일 해외 여행지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가는 유럽과 미국 등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남아(88%)와  일본(86.3%)순이 었다.

광복절에 떠나는 해외여행을 놓고 일부에서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 임시공휴일에 해외경제를 살리러 간다"며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계획중인 사람들은 '애국심과는 별개'며, 국내 여행지의 '바가지 요금' 과 해외여행 금액이 비슷하기때문에 굳이 국내 여행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 휴일로 전락한 '광복절'
올바른 '역사인식'을 되찾아야

휴일을 맞아 떠나는 해외여행과 같이 광복절을 그저 '달력의 빨간날 중 하나'로 인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임시공휴일이라 어린이집도 휴무에 들어가 집에서 육아 때문에 쉬지도 못한다'는 직장인 엄마, '워킹맘'의 이른바 '독박육아' 게시물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독박육아란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의미로, 시댁·친정 등 보조 양육자 없이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을 가리키는 속어다.

또한 지난 10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자사 회원 594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4일에 국내 중소기업의 61%, 중견기업의 40%의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쉬지도 못한다며 '빼앗긴 나의 휴일'로 여겼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불철주야 일하는 사람들의 고뇌는 이해하지만 과거를 잊은 채 '휴일'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구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광복절에 대구의 한 아파트는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열 가구 중 한 곳 정도였으며 주변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택가에는 태극기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한 취업포털에서 70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 성인남녀 2569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게양'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경일에 태극기를 전혀 게양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885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태극기가 없어서' 게양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줄어든 태극기의 수만큼 사람들의 역사인식도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지 않은 채 광복절을 자신의 '휴일'로만 생각하는 이유로 10여년 전부터 '영어'와 같은 대입과 취업에 필요한 스펙 교육으로 인해 역사 과목은 뒷전이 되어버린 교육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지 않아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독립운동가 ⓒ 뉴시스
일제강점기 당시 위안부 생활을 해야만 했던 할머니들은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시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본에 끌려가 일본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전시 징용자들, 일본에 대항해 끝까지 싸웠던 독립 운동가들은 현재 일부 사람들이 '빨간날'(쉬는날)로만 여기는 이 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두 번 다시 식민지배라는 끔찍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특히나 70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인 만큼 우리나라의 광복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숭고한 삶을 본받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