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현대판 음서제' 공직자 취업청탁, 도를 넘은 '갑질' 논란
[뉴스줌인] '현대판 음서제' 공직자 취업청탁, 도를 넘은 '갑질' 논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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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자녀 취업청탁' 덜미…'고위공직자 자녀 취업정보 공개해야'

공신 또는 현직 당상관의 자손이나 친척은 '과거'를 치르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음서제'가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도 부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뇌물수수와 무소속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혐의 등 정치권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한 언론은 LG디스플레이가 경력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로 했다가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딸을 포함해 2명을 합격시켰다며, 이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는 없던 자리를 만들어 국회의원 딸을 입사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윤후덕 의원은 자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아들이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로 채용될 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생기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언급했지만, 법조인 572명이 철저한 징상규명 촉구와 함께 향후 정보공개청구소송 등을 요구해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 자녀의 대기업 취업 특혜로 구설수에 오른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 ⓒ 뉴시스

공교롭게도 '자녀 취업 청탁'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의 자녀들은 로스쿨 출신으로, 로스쿨은 도입 전부터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높은 집안의 자녀가 로스쿨 졸업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신분 대물림', 즉 로스쿨이 그 수단이 된다는 우려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 됐고 이번 사건은 그동안 물밑 의혹들이 표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미 전·현직 국회의원과 법조인, 공직자의 자녀가 로스쿨 1기로 대거 입학,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고 대형 로펌과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법관 임용까지 된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비단 자녀뿐만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의원은 한진그룹에 처남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에 있다.

국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처음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과거 유사한 사건이 있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과 김희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업 청탁 문자'로 추측되는 문자를 확인하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김태호 의원은 지난 5월 6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논의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인과 "이력서 한 장 보내놨소", "오케이, 받았어요. 고문 월 300만원 맞나요? 6월부터요", "감사요"라는 내용까지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김태호 의원은 당시 "지인이 어려워 도와주는 과정"이라며, 일자리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본회의장에서 관련 문자가 노출된 것은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공직자 자녀 취업정보 공개해라"
'현대판 음서제'…뿌리를 뽑아야

일각에서는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은 관습이라며 이를 '현대판 음서제'라 칭하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고위공직자 자녀의 취업정보를 공개하자"며 "청탁받은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음서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법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경우 이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최근 문제가 된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가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취업할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자 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뉴시스

더불어 고위 공직자들이 지위를 이용해 부정한 청탁을 하면 처벌하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취업청탁과 같은 부정한 청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의원들의 도를 넘는 '갑질'이라 불리는 여야 의원들의 '자녀 취업청탁' 의혹이 갈수록 심해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언론을 통해 이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백그라운드'나 '인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거래를 할 때 객관적인 경쟁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통해 하고 있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만연하는 한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취업청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