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인사이드] 롯데마트, 캡틴큐도 없애는 신동빈 회장 고군분투에 '고춧가루 뿌리나'
[재계인사이드] 롯데마트, 캡틴큐도 없애는 신동빈 회장 고군분투에 '고춧가루 뿌리나'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9.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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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전 자료 은폐·입점업체에 갑질 의혹…직원 투신에 '업무 스트레스' 의혹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7일 국감에 출석해 롯데마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최초로 국정감사에 나오면서까지 롯데그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고춧가루를 뿌리는 형국이다.

21일 롯데주류가 가짜 양주 원료 의혹을 받고 있던 캡틴큐를 연내 생산 중단한다는 결정도 이같은 이미지 쇄신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잡음이 일고 있는 사항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마트는 지난 17일 국감장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 공정거래위원회 직권 현장조사를 앞두고 자료를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국감장이 이 소식을 처음 듣고 '당황스럽다'는 난색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 현장조사가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주요 전산시스템을 차단하고 각 부서의 컴퓨터를 완전 초기화시키는 로우 포맷(LLF, Low Level Format)을 실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013년 8월 22일 영업기획팀 발신으로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에 대비하여 주요 팀장급 관계자들에게 공정위 직권 조사 대응 체크리스트를 발송했으며, '전자결재 등 주요 전산 차단 준비'라는 내용도 등장한다.

강 의원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들은 내부 영업지시와 실시간 매출․이익 집계, 각종 계약서 등이 집적된 핵심 전산 시스템인데, 공정위 직권 조사 시 이들 전산 차단을 준비하라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공정위 직원 조사 대응 체크리스트에는 판촉 행사 약정서 미체결 여부 재확인, 납품업체 부당 강요 서류 삭제, 물류센터 내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 사전 점검, PB상품 부당단가인하 여부 확인 등의 내용이 포함돼 더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또 다른 메일에는 롯데마트가 사실상 본사의 공정위 감사 관련 모든 부서의 컴퓨터를 초기화하여 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문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담당 부서가 경각심을 주려고 쓴 표현"이라며 "컴퓨터 초기화는 정보 관리 차원에서 평소에도 수시로 한다.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지지 않고 있다.

입점업체에 매출손실 전가
밀어내기 갑질·의문의 직원 투신

더불어 롯데마트의 불공정행위가 담긴 문건까지 공개됐다.

강 의원이 공개한 2013년 6월 4일의 문건을 보면 공정위의 제도 개선 관련한 내부 회의 결과 공유 및 자료 요청 내용이 나온다. 주요 내용은 공정위의 제도 개선에 맞춰 특약매입 거래계약을 임대(을) 형태로 변경할 경우, 내부 손실 추정과 함께 그에 대한 보전 방법을 강구하는 내용이다.

특약매입이란 유통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반품을 떠안는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으로 받은 뒤 팔린 만큼 수수료를 떼고 후불 결제해 주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고, 임대(을)은 유통업체가 입점업체에게 매장을 빌려주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임차료로 받는 방식이다.

결국 특약매입을 하면 롯데마트가 재고책임까지 져야하는 것이고 임대(을) 형태로 변경하면 부담은 지지 않고 고정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임대(을)로 전환할 경우 매출은 입점업체의 몫이 되기 때문에 롯데마트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거래형태를 변경할 경우 손실을 매꾸기 위해 마트 측이 부담해야 할 POS(계산 장비) 설치 비용을, 관리비 명목으로 업체 별로 150만원씩 받겠다는 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공정위의 정책에 따른 비용 인상분을 입점업체들에게 불법적으로 받아내고자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매출 확대를 위해 입점업체 등에 대한 '밀어내기(특판)' 계획은 목표치까지 있어 조직적이고 치밀하다는 비판이다. 업체들에게 자신들이 납품한 물건을 스스로 사들이게 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롯데마트의 한 지점의 2013년 11월 가공식품 특판계획이라는 문건에 대해 "업체로 하여금 건당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밀어내기를 계획하고, 총 3억6312만2064원의 실적을 올렸다"며 "문서의 이름이 '특판계획'으로, 이러한 밀어내기가 사전에 계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2년 11월 실적과 비교하는 대목은 월별로 목표치를 가지고 관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가공식품 이외에도 다른 품목에서도 밀어내기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단일 점포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전사적인 계획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강 의원은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의 종합판을 보는 듯하다"며 "갑의 지위를 이용해 매월 목표치까지 세워가면서 입점업체들의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지난 15일 경북 김천점 총괄매니저 A씨가 매장 옥상에서 투신을 한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일고 있다.

롯데마트 김천점은 최근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를 판매했다 '유통기한 초가식품 신고'를 받아 영업주는 과태료를 물거나 행정지도 등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사 측에서 A씨에게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언론에 "직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롯데마트가 법규위반으로 인한 벌금 등을 관행적으로 직원들에게 전가해왔다.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들간 폭력사건이 일어난 적도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익명의 내부제보자에 따르면 A씨가 지난 2월경 발생한 무빙워크사고로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 사고는 직원이 상품을 옮기다가 고객을 덮쳐서 일어난 것으로, 현재도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이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수년전 롯데백화점 구리점과 청량리점에서 일어난 두 건의 협력직원 자살사건은 과도한 매출압박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유족들로부터 확인한 바 있다"며 "이런 사건들의 진실은 사람의 생명과 인권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기업의 이익만을 챙기는 왜곡된 경영철학이 문제로 지적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