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노인들의 性생활, 권리인가 주책인가?
[건강칼럼] 노인들의 性생활, 권리인가 주책인가?
  • 고영수 타워비뇨기과 원장
  • 승인 2015.09.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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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생활 지속이 기능 쇠퇴 막아…노년기 성의 왜곡된 생각

 

▲ 고영수 타워비뇨기과 원장

노인에 대한 일반인의 고정관념으로 노인은 그저 점잖고 인자하며 연륜이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노인이 웬 성생활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성기능의 쇠퇴가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욕은 나이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본인의 건강상태와 의욕에 따라 얼마든지 성생활이 가능하다.

65세 이상의 노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61.6%에서 성생활을 지속한다고 답했다. 성욕을 느낄 때 대처방법으로 41.2%는 참는다고 했으나, 성관계를 하거나 자위행위 등을 하는 노인의 수가 40%에 달했다.

여성은 폐경이후 급격하게 성기능이나 성욕이 감소하지만, 남성은 여성과 달리 성기능의 급격한 감퇴는 오지 않는다. 물론 남성도 40대 이후부터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고, 발기와 사정능력, 성적쾌감도 조금씩 감소한다. 게다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술, 담배는 건강을 서서히 손상시키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생기면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성관계횟수도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사용하지 않으면 감퇴하는 것이 인체의 생리다. 보디빌더들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듯이 성생활도 마찬가지다. 노인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해야 성기능의 쇠퇴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성생활을 하고 싶어도 꾸준히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예전처럼 발기가 잘되지 않고, 신체상태도 예전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은 폐경이후에 질의 윤활액이 나오지 않아 성관계 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배우자가 질환이 있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없으니 성관계의 대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 노인의 성생활에 대한 사회의 통념도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같은 사안을 이중의 잣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해외에서 유면 인사인 고령의 노인이 젊은 처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얻었다고 하면 '대단한 노인이야', '정력도 좋은 모양이야'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노인이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재혼을 한다거나 하면 '주책 맞은 노인이네', '노망이 났나보다' 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유교적 전통에 얽매여 있는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성생활을 젊은층의 전유물로 보고, 노년층의 경우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 것이다.

노인의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매체, 특히 영화에서 노인의 성에 대한 묘사를 제대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 내용들은 정상적인 성생활이 안 되는 노인이 젊은여성을 변태적으로 다루거나, 희극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활'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와 키워서는 자신의 배우자로 삼으려고 하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또 노부부의 성생활을 다룬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가 개봉전 이슈가 되었으나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사람은 적었고, 곧 잊혀지고 말았다.

이렇듯 상당수의 노인이 성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의 통념도 곱지 않다보니, 정상적인 성욕을 해소할 길이 없어 노인들의 성생활은 음지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노인들이 '박카스 아줌마', '묻지마 관광'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실정이며,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병감염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도 보인다. 노인들의 정상적이고 건전한 성생활을 위한 안식을 재정립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포옹이나 키스, 애무만으로도 충분한 성생활이 가능하며, 상대방과의 스킨십만으로도 얼마든지 만족감을 얻을 수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노년의 성생활은 노화와 치매를 예방해 주며 우울증에 효과가 있고, 심폐기능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 고독감의 해소와 삶의 보람을 높여주는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생활은 본인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정년이 없으며, 아름다운 노년생활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영수 타워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