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승의 생활법률 100배 즐기기] 강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이를 못본척 하고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가?
[최영승의 생활법률 100배 즐기기] 강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이를 못본척 하고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가?
  • 최영승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15.10.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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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승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법학박사

한 어린이가 강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행인은 초등학생을 구출해도 자신이 큰 위험에 빠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괜히 잘 못 나섰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평소의 양심을 꾹꾹 누른 채 모른척 지나쳤고 얼마 되지 않아 어린이는 익사했다.

만약 이런 길 가던 사람의 행위가 중국이나 프랑스였더라면 당연히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이들 나라에는 '구조불이행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죄는 강도를 만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지나가던 성직자를 비롯한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가운데 오직 사마리아인만이 그를 정성껏 도와주었다는 성경 내용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여 '착한 사마리아인법'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 법이 없다. 유기죄가 있으나 이는 법률상 혹은 계약상의 보호의무가 있는 자만이 그 주체가 된다. 법률상의 보호의무자로 부모의 자녀 보호의무, 부부의 상호 보호의무,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의 보호의무, 의사의 환자 보호의무, 자동차사고운전자의 피해자 보호의무 등을 들 수 있고, 계약상의 보호의무자로 수영교사의 강습생 보호의무, 어린이집보모의 어린이 보호의무, 청소년 수련회 책임자의 청소년 보호의무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사례와 같이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은 위험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구조할 의무를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겨도 민, 형사상의 책임이 없다. 추운 겨울 집 앞에서 얼어 죽어가는 거지나 누군가가 집 앞에 몰래 데려다 놓은 아사직전의 갓난아기 등을 내버려두어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집단폭행을 당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적이 있다. 지금껏 법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도출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법을 떠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공동체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