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해외 원정도박 향한 매서운 칼날…'정킷방' 게이트 나오나?
[뉴스줌인] 해외 원정도박 향한 매서운 칼날…'정킷방' 게이트 나오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0.2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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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 세력' 폭력조직 적발에 탄력 받아…'정운호 리스트' 나오나

▲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 뉴시스
국내 재력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외 원정도박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매섭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되면서 카카오 이사회 김범수 의장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검찰의 내사가 확대되고 있어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혹시나 명단에 오를까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내 유명 프로야구 구단인 삼성라이온즈 선수의 해외원정도박 혐의가 적발되는 등 이를 수사하는 검찰은 정 대표 등 기업인 10여명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폭력조직원과 브로커 5∼6명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리고 수사를 확대하면서 '해외 원정도박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기업인 줄줄이 수사 선상에
정운호 리스트? '나 떨고 있냐?'

 
100억대의 도박을 한 유명기업인 정운호 대표의 구속에 앞서 이미 김범수 의장이 해외도박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 김 의장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한나절 가까운 시간동안 도박을 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해운업체 K사 문모 대표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190억원대 도박을 하고 회사 돈도 일부 도박자금으로 끌어다 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폐기물처리업체 S사 임모 대표도 필리핀 정킷방(현지 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서 일명 '홍콩달러게임' 방식으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그와 함께 수십억원대 도박을 한 또 다른 폐기물처리업체 오모 대표는 이미 구속됐다.

또 검찰은 경비용역업체 H사 한모 대표와 금융투자업체 P사 조모 대표에 대해서도 베트남 카지노 등에서 각각 수십억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씨는 원정 도박 브로커 신모씨로부터 도박 빚을 변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까지 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기업인의 구속과 함께 검찰 수사 선상에 거론되고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빠진 게임은 '바카라'로, 자금회전이 빠르고 중독성이 강해 거액의 판돈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바카라는 '뱅커'(카지노 딜러)와 '플레이어'(도박자)가 가진 2~3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도박으로 한 게임에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특히 정운호 대표가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면서 '정운호 리스트'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도움을 줄 경우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게닝' 즉, 유죄협상제를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평소 정 대표와 친분이 두터웠던 대기업 회장 A씨도 조만간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도 중견기업인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면서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 수사 물망에 오를 전망이다.

해외도박의 경우 배팅액 등에 따라 처벌 기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이 재력가임을 감안하면 거액이 오고 갈 가능성이 크다.

불법 도박은 국내의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은 反(반)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기업인만 아니라 그 기업까지도 휘청거릴 수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기업의 이미지 하락까지 가져와 영업손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범수 의장의 도박설로 인해 '오너 리스크'가 생기면서 주가의 하락은 물론 최근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도 지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카카오 이사회 김범수 의장 ⓒ 뉴시스

카카오는 지난달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인터넷 신설 작업에 착수하고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국감에서 "김범수 의장의 해외도박 의혹을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부문에 진출할 자격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적격성 문제의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도박 부추기는 폭력조직
'기업형 원정 도박' 동남아 지역으로

이렇게 많은 재력가들이 보다 수월하게 도박에 가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폭력조직들의 후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검찰은 베일에 가려있던 동남아 원정도박의 실태를 수사하면서 사건의 배후에 다수의 폭력조직이 가담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원정도박장을 차리고 정 대표 등 기업인들에게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혐의로 재판부에 넘어갔다.

도박에 대한 국내 단속이 강화되면서 부유층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폭들이 대거 원정 도박장 운영에 나선 것이다.

국내 폭력조직들은 앞다퉈 '기업형 원정도박' 사업을 벌이면서 동남아 호텔 카지노 등에 도박장을 차려놓고 재력가들을 끌어들인 다음 '정킷방'에서 VIP로부터 수수료나 '환치기' 명목으로 판돈 1∼2%를 받고 잃은 돈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갔다.

폭력조직에 의한 '기업형 원정도박'이 정착되면서 많은 유명 인사들은 보다 수월하게 해외로 나갔다. 이들의 도움으로 해외도박을 하는 한국인이 연간 22만명에 이르며 그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카지노 (출처=pixabay)

한국인들이 해외원정도박을 위해 주로 찾는 곳은 마카오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이다. 현행법상 내국인이 국내에서 도박하는 것보다 국외에서 도박을 하는 것에 대한 처벌이 더 무거움에도 이들이 이곳으로 원정을 떠나는 이유는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다.

 몇몇 유명 인사들은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적은 돈이 오가는 게임 밖에 못 하는 합법적 공간보다, 큰 판돈을 베팅할 수 있고 도박을 즐길 수 있는 해외 도박장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내국인에 대한 합법적인 국내 카지노 시설인 '강원랜드'에서는 '억대' 판돈 게임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사의 확대로 도박에 가담한 기업인들이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사회지도층들의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