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빅딜'에 KT·LGU+ '한숨'…통신산업에 불어올 지각변동
SKT·CJ헬로비전 '빅딜'에 KT·LGU+ '한숨'…통신산업에 불어올 지각변동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1.04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협받는 1위 KT·등 터지는 LGU+, 향후 전략에 주목

SK텔레콤(SKT)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그야말로 '빅딜'이 성사되면서 방송·통신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무선통신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SKT가 종합유선방송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유료방송(IPTV·위성·종합유선방송) 1위를 유지하고 있는 KT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LGU+의 움직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T-CJ헬로비전 '빅딜'..위협받는 KT
시장 독점 vs 대등한 경쟁

SKT가 지난 2일 이사회를 통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기로 발표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는 2016년 4월경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합병 법인 인허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CJ헬로비전 인수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SKT는 무선 부문에서 과반 점유율의 사업자가 되는 것은 물론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법인은 유료방송시장과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1위 KT를 바짝 뒤쫓게 된다.

미래부에 따르면 SKT는 유료방송에서 올해 3월말 기준 302만 가구이지만 CJ헬로비전이 417만 가구가 더해지면 719만 가구으로 대폭 증가해,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등에 업은 KT(1030만)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SKT는 9월 기준 무선통신 가입자 현황은 2626만명으로 KT(1521만명), LGU+(1134만명)를 따돌리고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 ▲ 3월말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현황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이로 인해 SKT가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등의 시장에서 막강한 점유율과 지배력을 갖춰 유·무선, 방송·통신 '결합상품' 판매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시장독점'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SKT는 앞서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를 시작으로 2002년 신세기통신, 2008년 하나로텔레콤 등을 사들이며 유·무선 통신 시장을 장악해온 전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3일 공식 자료를 내고 "통상적 기업간 인수합병(M&A)과는 다른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재벌기업의 지역 여론독점 가능성, 결합상품 확대로 인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저가구조 고착화 등이 우려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공정거래법령 및 방송법령에 입각한 관련 부처의 공정하고 밀도 있는 심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오히려 KT가 그동안 유료방송시장을 독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는 앞서 스카이라이프의 인수로 유료방송시장에서 1000만 가구가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며 독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KT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팝의 취재과정에서 "(SKT가) CJ헬로비전과 합쳐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KT보다 떨어지는데, 그럼 반대로 KT는 이전에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던 건지 반문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결합상품은 유선망이 기반돼야 하는데 지금 20조원을 투자해도 KT를 따라가기 힘들다"면서 "경쟁사가 우려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독점이라 하기에는 과도한 우려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KT의 독점을 우려하던 이들은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로 보다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만년 3위 LGU+
씨엔앰 인수 가능성 제기에 "계획 없다"
"공정경쟁 상황만 만들어지길.."

더불어 두 거대기업이 '시장 독점' 문제로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조금씩 점유율을 넓혀가던 후발주자 LGU+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1위의 위협을 받는 KT의 반발은 LGU+에게는 자칫 '배부른 투정'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주요 통신사업 분야에서 SKT와 KT에게 밀리면서도 보다 이색적인 마케팅들을 내놓으며 나름대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지만 이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LGU+는 지난해 SKT와 KT의 영업정지로 단독 영업을 하면서 점유율을 점차 가져가 가까스로 20%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무선 가입자당 수익(ARPU)이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3분기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0.5%나 하락했다.

이는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가진 LGU+가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신규 및 기변 가입자 증가에 따른 마케팅비용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 ▲ 이동통신 3사의 9월 주요 현황 (자료=미래창조과학부·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일각에서는 LGU+가 앞서 SKT로의 매각이 유력해 보였던 씨앤앰(C&M)의 인수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앤앰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앞서 SKT와 매각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SKT가 깜짝 빅딜을 성사하면서 갈 곳을 잃어 유료방송 경쟁에 참여해야 할 LGU+가 인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씨앤앰은 종합유선방송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LGU+에게는 현재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LGU+ 관계자는 "(씨앤엠 인수와 관련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하면서 "(SKT-CJ헬로비전 합병과 관련해) 공정경쟁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해당 관계자는 "앞서 유선시장에서는 압도적 1위인 KT를 SKT와 LGU+가 뒤쫓는 형국이었다면 이제 SKT와 KT의 1위 경쟁이 됐다"며 "SKT의 경우 무선시장도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쏠림현상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물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허가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이용자 보호 및 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시장의 불공정 경쟁을 야기시킨다고 판단하면 인가 불허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빅딜로 인해 이동통신에서 점유율 전쟁을 벌이던 3사가 유료방송 영역에서도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각 기업들이 향후 발생할 지각변동에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