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ISSUE & FOCUS] 사법시험 존치 주장, 누구를 위한 것인가? (下)
[한선 ISSUE & FOCUS] 사법시험 존치 주장, 누구를 위한 것인가?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12.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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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우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회 위원/법무법인 콤파스 변호사

로스쿨로 인한 법조의 변화

로스쿨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법조 문화는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변호사의 다양한 직역(職域)으로의 진출이다. 대한민국의 법조는 송무(訟務, 소송에 관한 사무)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따라서 행정부와 입법부에서의 법치주의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업 법무와 대외 상공업무, 통상 협상 등에서 약점이 노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로스쿨 제도로 인하여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우선 국가 행정기관과 각 지자체에 조례 제정 등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6급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되고 있다. 각 교육청에도 변호사가 채용되었다. 이는 과거 사법연수원의 연수생 신분이 5급 공무원이었던 관계로 지자체나 개별 국가 기관이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 예산과 직책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현재는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을 구별하지 않고 6급으로 선발하고 있어 다수의 기관과 지자체가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관에 '법률홈닥터'라는 이름으로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채용되어 취약계층을 비롯한 서민에게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고, 대기업의 경우 일반 사원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는 등, 변호사들의 다양한 직군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과거 송무에 한정되었던 변호사의 업무가 입법·행정·통상 등의 분야로 확대되어 진정한 법치주의 확립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 존치 결정시 나타날 우려

그렇다면 사법 시험을 존치한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는가? 그렇지 않다. 다만 1995년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사법개혁의 한 기둥이 사라지는 것뿐이다. 사법연수원의 기수 문화, 전관예우, 고시낭인의 문제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 수 배출은 통제되고 변호사의 지위는 다시 높아질 것이다. 변호사에게는 희소식일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비보일 수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변호사가 되어 사적 이익을 누리는 사법연수생을 위해 1년에 370억 원이라는 세금을 써야 한다. 또 법조계는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으로 법조계 자체가 이분될 가능성이 있다. 변호사협회 역시 두 개로 나뉠 수 있다. 법조계의 분열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연고 주의도 여전할 것이다.

발전적 대안은 무엇인가?

법조인의 선발은 법치주의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따라서 법조인 선발 방식은 매우 신중한 논의를 통해 그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 로스쿨 제도가 그 자체로 완전한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로스쿨에 가해지는 비난은 실체가 없다. '사시 사랑'으로 대표되는 사법시험 출신 일부 변호사들과 그들의 지지를 얻고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의 수장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해낸 기사와 논란, 그리고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현재의 로스쿨 망국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확인과 법조 발전,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어떠한 제도가 현재 적절한 제도인지, 어떠한 제도가 서민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장하고 있는지, 어떠한 제도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제도인지 객관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확인과 법조 발전,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어떠한 제도가 현재 적절한 제도인지, 어떠한 제도가 서민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장하고 있는지, 어떠한 제도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제도인지 객관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난 60년 동안 '공부만이 살 길이다'라는 생각으로 고시 제도에 꿈과 희망을 투영해 왔다. 그러나 고시 합격자들이 누린 특권은 한정된 소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합격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의 탈락과 좌절은 합격한 이들의 발판이 되어 합격한 이들의 신화 아래 가려져 있었다. 이러한 '희망 고문'적인 무한경쟁을 제도적으로 거부하고 완화시킨 결과가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사법시험의 존치 주장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가, 결정적으로 우리 국회가 10년간 논의를 거쳐 개선하려고 한 '희망 고문'적인 무한경쟁을 다시 되살리려 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나도 열심히만 공부하면 붙을 수 있다"는 '구름사다리'가 될 것이다.

사법시험이 '기회의 균등'이라면, 법학전문대학원의 특별전형은 '실질적 기회의 제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특별전형이나 장학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정부와 법조계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 구성원이 시정을 통해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 기회 차이가 발생하는 집단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면 '방송통신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또는 '야간 법학전문대학원' 등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몸도 마음도 가난한 학생이 혼자 신림동 고시촌에서 수강료와 고시원 월세를 걱정하며 사법시험 원서를 내기보다는 3년 동안 좋은 시설 및 풍부한 교수들과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제도 및 변호사시험 운용을 감시해 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정의와 다양성이 충만한 변호사들이 강물처럼 흘러나오길 희망한다.

이 글은 필자의 견해로서 한반도선진화재단·데일리팝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