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스마트 키친'으로 요리도 간편하게
1인 가구, '스마트 키친'으로 요리도 간편하게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3.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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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평수 고려한 '맞춤형' 싱크대 제작, 요리하는 로봇까지 등장
▲ 거실을 바라보며 조리할 수 있는 주방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자취생 A(29)씨는 정작 집에서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TV방송이나 인터넷을 보면 '간편 레시피'라고 하지만 주방이 협소해 야채 손질만 해도 집안이 금방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라면을 끓일때만 이용한다"며 휴일마다 집에서 배달음식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서 간편하고 맛있는 조리법을 알려주는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같은 요리를 위해서는 화려한 레시피만큼이나 쾌적한 주방 환경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혼자 생활하는 경우 직접 요리하는 음식보다 편의점의 '간편 음식'이나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집을 알아볼 때에도 주방보다 거실, 침실에 비중을 두는 '싱글족'이 많아 상대적으로 주방이 협소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리와 주방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최근에는 '아일랜드 식탁'이나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제품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스마트 키친'으로 변모하고 있다.

변화하는 가정의 '중심 축'
주방도 '맞춤형' 제작

주방은 단순히 요리를 위한 공간이 아닌 하나의 인테리어는 물론 효율성까지 요구돼,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3년 영국에서는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주방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1%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가정의 중심이 거실에서 주방으로 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몇해 전부터 수납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조리대를 벽면이 아닌 거실을 바라보게끔 하는 '아일랜드 식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LDK(Living Dining Kitchen)처럼 거실과 주방, 식당을 일체 공간으로 한 주방 가구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과거 거실과 등돌리며 요리하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지인과 마주보고 소통하며 음식을 하는 풍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춘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주방 가구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같은 주방은 주부 뿐만 아니라 싱글족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이들은 시중에 나온 싱크대는 부피도 커서 집 안에 들이지 못했지만, 작은 공간에 필요한 것을 모두 담은 싱크대를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혼자 사시는 고객 분들도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이같은 형태의 싱크대 매출이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처리하기 번거롭던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해주는 제품, 화제 가능성을 줄이는 전기레인지 등의 출시로 요리가 한층 더 쉽고 안전해졌다.

한편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시켜 싱크대 수납장 안에 별도 제작된 미니빔 TV를 설치하고 수납장 문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스마트’ 제품도 등장해 주방에서의 지루함을 덜어내고 있다. 

특히 요리에 필수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냉장고도 과거 정수기 기능을 넘어 저장실별 기능 설정을 비롯해 운전 모드·온도·습도 등 현재 상태를 그래픽으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술을 장착했다.

또 음식 조리법을 알려주거나, 음악 감상 등 제품 원격 제어 기능 등을 갖춘 첨단 주방가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는 '스마트 키친'
요리하는 로봇까지 등장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알파고 못지 않은 똑똑한 주방 가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 스마트키친은 향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가전업체 월풀은 2014년 미국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스마트 쿡탑' 모형을 선보였다.

조리대 바닥은 요리법을 찾아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고, 열을 가하는 쿡탑을 원하는 위치로 옮겨 요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조리대는 음악을 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월풀은 음성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금속에만 반응하도록 만들어 요리하는 동안에도 손을 댈 염려가 없는 '스마트 쿡탑'을 2020년에 실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가구 업체 이케아도 지난해 5월, 10년 뒤를 상상하는 '콘셉트 키친 2025'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주방가구를 개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케아는 디자인 업체 아이디오와 손잡고 식탁에서 조리법을 찾아보고, 조리대에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를 부착해 요리 과정에 맞는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엌을 소개했다.

이미 영국에서는 최근 사람의 팔과 유사한 모양을 가진 세계 최초의 로봇 셰프 '로보틱 키친(Robotic Kitchen)'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로봇은 채소를 다듬고 스테이크도 굽는 등 해낼 수 있는 요리의 종류만 수천가지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스마트 키친 시장이 오는 2020년까지 101억 달러(한화 약 11조195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은 만큼 싱글족은 물론 요리하는 모든 이들에게 혁신적인 세상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