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세븐일레븐 대표 '혜리도시락'은 다이어트 中
[분석] 세븐일레븐 대표 '혜리도시락'은 다이어트 中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3.2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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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위주의 푸짐한 양이지만 '고칼리' 평가…저열량으로 눈돌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혼자 밥을 먹는 '혼밥' 문화가 발달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상승세 또한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각김밥, 컵라면 등으로 대변되던 편의점 식품에 최근 도시락 제품이 매출 상위권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급성장을 이룬 편의점 3사 도시락들 중 먼저 세븐일레븐의 주력 제품인 '혜리 도시락'을 분석해 봤다.

1~2달 간격으로 신제품
'반찬 양'으로 승부

혜리도시락은 지난해 3월 12일, 당시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서 '먹방' 열연을 펼치며 인기 상승세를 타던 걸스데이 혜리를 홍보 모델로 발탁하면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혜리의 여파로 지난달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 중 1~5위까지 혜리 시리즈가 차지했다.

당시 '7찬 도시락', '직화 소고기 덮밥' 2종으로 시작했던 혜리도시락은 1~2달 간격으로 신제품의 출시와 철수를 반복하며, 오는 29일 출시될 '전통 비빔밥'을 포함해 총 12종의 제품을 유지하고 있다.

▲ 지난달 세븐일레븐 도시락 중 상위권을 형성한 제품들

혜리도시락의 가격은 3900원부터 많게는 4500원으로 '한 끼' 식사로는 저렴한 가격으로 형성돼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반찬과 푸짐한 양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실제로 여론분석 사이트 '소셜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혜리도시락' 관련 연관어가 좋다(700건), 맛있다(32건), 푸짐하다(10건) 등 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7찬의 경우 흑미밥, 11찬은 기조밥으로 이루어졌으며, 밑반찬에도 대부분 볶음김치 혹은 나물류를 구성해 영양의 밸런스도 신경 쓴 듯 보인다. 다만 제품의 변질이 우려되는 '생김치'는 어떤 도시락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혜리도시락은 지난해 3월 '7찬 도시락', '직화 소고기 덮밥', '함박&치킨까스 도시락', '깐풍기&소시지 도시락'에 이어 4월 '찹스테이크 도시락', '오쭈고추장비빔밥', 6월 '왕돈까스 도시락(현 수제등심돈까스)', '허니&숯불치킨 도시락', 7월 '11찬 도시락', 9월 '달걀 볶음밥', '명절 도시락 2종'(시즌 한정), '고등어구이 도시락', 12월 '핫치킨 스테이크 도시락'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지난해 출시된 제품들의 특징은 '튀김'과 '고기류'가 주를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그로 인해 평균 800kcal 이상, 많게는 1078kcal의 제품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는 맥도날드의 '빅맥 세트'(1005kcal)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 끼 식사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열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권장섭취량은 평균 2000kcal(남성 2400kcal)로 규정하고 있다.

7찬, 11찬 등은 여러 반찬들도 선보이고 있지만 '메인'으로 불리는 반찬은 불고기, 생선까스, 맥적구이 등 육류로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혜리도시락이 '느끼하다'는 평도 있다.

실제로 본지 기자들이 지난해 판매순위 상위권이었던 '함박&치킨까스 도시락', '허니&숯불치킨 도시락', '11찬 도시락' 3종을 직접 시식한 결과, 대체로 가격대비 양이 많고 맛이 좋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눅눅한 튀김은 도시락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한식·저칼로리 라인업 강화
사라진 도시락 3종…그 이유는?

▲ 28일 기준 세븐일레븐의 '혜리도시락' 현황 ⓒ 세븐일레븐 자료 토대로 재작성

이처럼 '고칼로리'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자 혜리도시락은 올해부터 한식을 포함한 '저칼로리 도시락'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오징어 파불고기'을 시작으로 2월 '설마중 도시락'(시즌한정), 3월 봄나물 비빔밥(시즌한정), 두부 스테이크 샐러드 도시락, 소고기 된장찌개 도시락, 목살 김치찌개 도시락 등 '한식' 메뉴를 잇따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중 파불고기 도시락을 제외하고는 모두 600kcal 이하의 저칼로리(?)로, 열량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볼 수 있다.

코리아세븐 한 관계자는 데일리팝과의 통화에서 "열량에 민감한 고객들도 사로잡기 위해 다이어트 식품도 이번에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출시된 제품 중 시즌한정을 제외하고 현 시점에서 사라진 제품은 직화소고기덮밥, 찹스테이크 도시락, 오쭈고추장비빔밥, 고등어구이 도시락 등 총 4가지이며, 이들은 모두 적은 반찬 수를 지니고 있었다.

오쭈고추장비빔밥은 밥과 오징어쭈꾸미, 당근, 지단, 콩나물, 애호박 등 비빔밥 재료가 전부며, 찹스테이크 또한 볶음밥과 찹스테이크, 볶음김치, 웨지감자 등으로 앞선 도시락에 비해 빈약한 반찬 구성을 보여줬다.

직화소고기덮밥 또한 덮밥 외에는 단무지, 마늘쫑 등이 전부였다.

특히 뼈를 미리 발라낸 고등어구이 도시락은 다른 제품에 비해 4900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보였음에도, 내용물에는 고등어 반마리, 계란말이, 멸치볶음, 볶음김치 등으로 구성돼 있어 내용물이 다소 빈약한 감도 없지 않았다. 또 생선 특유의 비린내의 한계를 없애지 못한 것도 '출시 중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고등어구이 도시락을 시식한 10명의 블로거들(세븐일레븐의 지원을 받은 블로거 제외)의 리뷰를 살펴보면 '맛'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있었지만, 이들 중 5명은 '비린내가 난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한 명은 '비싸서 자주 먹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는 하나, 혼밥 문화가 정착돼 감에 따라 '간단히' 떼우는 용도로 찾았던 편의점 도시락은 '가성비'를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선보이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