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포미족' 겨냥한 나만의 커피, 드롭탑 '드립바'
[솔직체험기] '포미족' 겨냥한 나만의 커피, 드롭탑 '드립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4.22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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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원두를 원하는 추출 방식으로..'고급 커피'로 승부한다
▲ 드롭탑 강남아이파크점

커피가 우리나라의 한 문화로 자리잡히면서 커피전문점도 치킨집과 더불어 창업 1순위로 꼽힐 만큼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전문점은 평균 4000원대(아메리카노 기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접하기에 차별화된 특징이 없어 최근 1000~2000원대의 '저가', 심지어 일부 편의점에서는 '500원 커피'까지 등장해 커피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최근 3년간 43개 업종의 폐업율을 조사한 결과 커피전문점(36%)이 호프집(37%) 다음으로 높게 나타날 만큼, 커피전문점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저가형 커피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오히려 '고급화'를 내세우며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에 나서고 있다.

3가지 원두를 6가지 방식으로 즐기다
소비자 맞춤 서비스..지속 가능할까?

국내 토종 브랜드인 드롭탑은 2011년 등장한 만큼 역사가 깊지 않고 스타벅스, 커피빈, 이디야 등 유명 프랜차이즈에 비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매장도 200여개에 불과하다.

이에 드롭탑은 자신들만의 차별화 전략을 위해 강남 아이파크점을 시작으로 'DIY(Do It Yourself) 드립바'를 선보이고 있다.

총 2층으로 구성돼 있는 드롭탑 강남아이파크점의 1층에는 넓직한 공간 속에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U'자형 바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며, 이곳에는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의 원두와 케멕스, 하리오, 사이폰, 에어로프레스, 프렌치프레스, 윌파 등 6가지 드립 기물이 구비돼 있다.

원두마다 맛과 향이 다를 뿐더러 어떤 기물을 이용하느냐, 누가 추출하느냐에 따라서도 맛과 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각각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드롭탑 강남아이파크점에 구비된 드립바

기자는 가장 진한(단맛) 맛을 가지고 있다는 직원의 추천에 따라 엘살바도르 원두를 마시기로 하고, 이 원두에 가장 적합하다는 하리오 추출 방식을 결정했다. 하리오는 드립퍼에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기물이다.

결제를 마친 뒤 드립바에 앉으니 곧이어 직원이 등장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온 직원은 시향을 권한 뒤, 직접 추출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추출을 위한 세팅을 하고 시범을 보였다.

이후 가운데부터 달팽이모양으로 물을 따르라(푸어 오버)는 조언에 따라 추출을 마무리하면 커피와 머그잔을 테이블에 옮겨줬다. 향은 일반 드립커피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다소 쓴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 하리오 기물을 이용해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

드롭탑의 드립바는 커피를 직접 추출할 수 있다는 이점 외에도, 흔히 접할 수 없는 기물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 직원과의 1:1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커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매력이 있다.

다만 손님이 몰리지 않는 한적한 시간대를 택해야 무료 바리스타 교육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한다.

드롭탑의 드립바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고 구매하는 소비 성향, 이른바 '포미족(For Me)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드롭탑 이명진 상무는 "싱글족들의 소비패턴을 보면 월급의 대부분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경향이 있다"며 드립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30~40 세대는 탐색과정이 가장 길지만 공감대가 한번 형성되면 적극적으로 알리는 오피니언 리더"라며 "이들이 본인만의 커피 철학을 담을 수 있도록 새로운 커피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드롭탑에 따르면 조만간 한 가지 원두를 3가지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1만500원에 판매하는 셋트와 함께, 국내에서는 드문 유로피언 원두를 구비할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서비스의 지속 여부에는 의문 부호가 생긴다.

직원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매력적이지만 커피 한 잔에 8000원이 넘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될 여지가 있다.

또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바리스타 인력과 기물들을 구비해야 하지만, 드롭탑은 지난해말 20% 가량 인력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할 만큼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 수증기의 움직임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더불어 드롭탑은 최근 CEO 교체와 더불어, 마케팅 부서도 대거 물갈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드립바의 구상이 자칫 '모험'일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50개의 드립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드롭탑은, 직영점이 7개에 불과해 대부분 가맹점에 드립바를 설비해야 하는 가운데 점주들 설득도 관건이다. 드롭탑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가맹점주들은 드립바를 방문해 설명회를 진행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명진 상무는 "드롭탑의 특성상 매장의 규모가 큰 편"이라며 "어느정도 여력이 있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하고 본사에서도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드롭탑은 이번 드립바의 호응도를 살펴본 뒤 다음주 오픈 예정인 명동점의 드립바를 1층 전체로 구비할 계획안도 구상 중이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