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동절' 맞아 서울도심서 모인 양대노총 '수만명 집결'
[르포] '노동절' 맞아 서울도심서 모인 양대노총 '수만명 집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5.0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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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서울광장과 대학로 점령한 한국노총·민주노총..큰 충돌 없이 마무리
▲ 1일 오후 한국노총이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노동절 대회'가 진행됐다. 집회는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파견법 개정안)·양대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변경)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계 정책을 저지, 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서울광장 차지한 한국노총
"성과연봉제 저지"..금융노조 대거 참석

한국노총(이하 한노총)은 서울광장을 무대로 가장 큰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으며, 주최 측 추산 5만여명(경찰추산 1만8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이처럼 수많은 인파로 인해 대회 진행 시각인 이날 오후 1시 이전부터 시청역은 통행하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무더운 날씨로 인해 그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신경전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한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쉬운해고, 임금삭감, 성과연봉제 등의 정부 정책 투쟁 ▲5~6월 인간다운 삶위한 노동권 쟁취 투쟁 전개 등을 결의했다.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쉬운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전산업현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공공 금융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투쟁에 적극 함께하자"고 말했고, 머리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조합원들은 대회사가 끝나자 '쉬운 해고 분쇄', '성과연봉제 저지'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 1일 오후 '전국노동자대회'에 방문한 (왼쪽부터)새누리당 임이지 당선인, 더불어민주당 김기준·한정애 의원, 정의당 노희찬 당선인

정의당 노희찬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도 현장을 방문해 "노동계 지도자들과 함께 4대 노동악법과 양대지침이 폐기되도록 하겠다"며 힘을 싣어줬다.

입사 4년차라고 밝힌 기업은행 노조 조합원 A씨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참석한 경위'에 대해 "우리 일이니까 참석했다"며 "협업 체계인 은행 업무에 개인 평가를 도입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정량적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성과연봉제는 우리 모두를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큰 충돌 없이 진행된 한노총 주관의 노동자대회는 을지로2가에서 종로2가·종각사거리를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2㎞ 거리를 행진하면서 마무리됐다.

대학로 점령 민주노총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 1일 오후 대학로에서 열린 '2016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나자마자 종로구 혜화동의 대학로를 찾으니, 이미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의 '2016 세계노동절대회'가 한창이었다.

넓고 둥근 공간의 서울광장과 달리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대학로에서는 인도와 차도 할 것없이 발 디딜틈 없이 세계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민노총은 ▲노동개악 폐기 ▲경제위기 재벌 책임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주 35시간 노동제 정착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주장하며,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 등 정부의 반민주·반민생 정책 호소와 지난해 구속된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다소 엄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는 공공부문 성과퇴출제와 노동개악 관철 등 노동기본권을 저해하는 일방통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리해고·구조조정은 정부와 재벌에겐 경제위기의 면죄부를 주면서 노동자에겐 반대로 책임을 묻는 일"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구조조정 칼춤이 아닌 고용친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1일 오후 민주노총의 '2016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알바노조

이날 노동절대회에는 아직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젊은 알바노조 조합원들도 참석해 활력을 더하고 있었다.

알바노조 조합원 중에는 최근까지 알바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맥도날드 직원도 볼 수 있었지만, 조합원인 것이 발각되면 해고를 당한다며 인터뷰를 극구 부인했다.

옆자리에 있던 맥도날드 전 직원 이가현(24)씨에 따르면 "1년가량 맥도날드에서 근무했고, 계약을 연장하고 싶었지만 당시 점장이 '알바노조 때문에 연장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실상 해고 당했다"고 밝혔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날씨도 제법 쌀쌀해졌지만, 조합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노동기본권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자심들의 신념을 위한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양대노총 집회·행진과 돌발사태에 대비해 130중대 1만여명을 현장에 투입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