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에 '소포장 상품' 확대.."향후 시장 거래 주도할 것"
1인 가구 증가에 '소포장 상품' 확대.."향후 시장 거래 주도할 것"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6.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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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부터 편의점까지 소용량 제품 인기..아직 수요 충족은 못 해
자취생 A(27)씨는 주말을 맞아 김치찌개를 해먹기 위해 집 앞 마트에 들려 양파를 한 망 구매했다. 찌개에 소요된 양파는 반개. A씨는 요리를 끝내고 남은 양파는 베란다에 방치했다. 1주일이 지난 후 다시 주말을 맞은 A씨는 요리를 위해 양파를 가지러 베란다로 향했으나 무더운 날씨 탓인지 양파는 시들었고 주위에는 날파리가 무성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개중에는 성한 양파도 있었지만 A씨는 양파를 먹기가 꺼려져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넣었으며, 결국 양파를 구매한 가격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이처럼 많은 양의 음식을 요리할 일이 없는 1인 가구에게는 빨리 변질되는 신선식품을 다량으로 구매할 필요가 없으며, 이들의 수요에 맞춰 낱개로 판매하는 '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마트에서 손질된 양파, 버섯 등을 소량 포장해 전시해 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편의점에서도 낱개로 포장된 과일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1인 가구의 경제 패턴을 바꾸고 있다.
 
떠오르는 '소포장 상품'
정부, 대포장에 지원 중단
 
소포장 상품은 빠르게 변질되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확장되고 있다. '쿡방'의 인기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포장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다양한 종류의 소포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최근 숙주와 3색 채소를 한 팩에 소포장한 제품을 출시해, 채소를 손질해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간편하게 요리에 넣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성기업은 빵에 발라먹는 크래미 스프레드를 소포장 용기에 담아 야외에서도 간단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도 채소, 방울토마토 등이 소량으로 포장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방울토마토의 경우 일반 커피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컵에 소량이 담겨져 있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슈퍼의 소포장 축산상품 또한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올해 1~5월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3% 성장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 트렌드에 맞춰 소용량 제품을 선보이게 됐으며, 향후 소포장 제품의 품목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시락 등 간편 식품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편의점에서도 소포장 상품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로 포장된 사과, 바나나 등의 과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8%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또한 같은 기간 신선식품과 비식품의 소용량 상품의 매출이 21.5% 증가했다.
 
이에 GS리테일 관계자는 "디저트나 식사대용으로 과일을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세척사과, 1~2입 바나나 등 소포장 과일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품들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사과 포장단위별 거래 물량 ⓒ 농림축산식품부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지난해 8월부터 도매시장 사과에 대해 '소포장 거래제'를 시행하면서 소포장 상품을 장려하고 있는 추세다. 15kg 이상의 사과 박스를 법으로 규제하진 않았지만, 포장재비 등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실제로 가락시장의 경우 소포장 거래제 도입 전인 지난해 7월 10kg 이하 소포장 박스 거래 비율은 24.4%에 불과했지만, 5개월 후 82.6%로 급성장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사과는 많은 이들이 찾는 상품인데, 대량으로 포장된 사과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상하차도 어렵기 때문에 소포장을 지향하고 있다"며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구매단위 소량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 소포장 상품이 거래를 더욱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대 가능성 높은 소포장 상품
1인 가구 절반 이상 "종류 다양하지 않아"
 
소포장 상품의 비중은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1인 가구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애로사항 1순위로 '소용량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53.7%)'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업체들이 소비자의 수요 충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NS홈쇼핑의 경우 1~2인 가구를 겨냥해 더 다양한 프리미엄 소포장 상품을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소포장 거래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농식품부도 정책 시행 1주년을 맞는 오는 7~8월까지 소포장 사과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배 등 다른 과일의 도입 등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일반 제품에 비해 소용량 상품의 가격책정이 불합리하다(25.7%)', '소용량 상품 판매처가 다양하지 않다(9.8%)'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가격은 소비자에게 민감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분을 하다 보니 원가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200ml 우유의 가격이 동일한 제품의 1L 우유 가격의 5분의 1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 소량 포장된 과일들 ⓒ 뉴시스
앞서 언급한 가락시장의 경우 소포장 사과박스는 kg당 2107원인 반면 대포장 박스는 kg당 2011원으로 약 100원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박스비, 하차비 등 각종 비용 외 농가의 실제 수취가격(32원)도 포함돼 있었지만, 소포장이 대포장에 비해 더 많은 포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의 인건비로 볼 수 있다.
 
다만 대량 구매 특성을 가진 대형마트의 경우 일부 소포장 상품을 구비해 놓고 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주로 4인 가족이 쇼핑을 하러 오기 때문에 소포장 상품을 지향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소포장 상품이 더 확대되기 보다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