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신입사원 4명 중 1명 '조기 퇴사'..이유는 '직무·조직적응 실패'
[뉴스줌인] 신입사원 4명 중 1명 '조기 퇴사'..이유는 '직무·조직적응 실패'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6.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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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배치 시행 기업 절반에 그쳐..업무수행 만족도 지속 하락
▲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 후 1년 내 퇴사율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디자인과를 졸업한 A씨는 적성을 살려 한 중소업체의 디자인부서로 취업했지만, 몇 개월 뒤 회사 사정상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부족해 전산회계 자격증을 소지한 A씨를 회계 부서로 배치했다. 당황스런 직무 변경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A씨는 향후 경력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 퇴직을 결심했다.

매년 '청년실업'이 화제거리가 될 만큼 구직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힘겹게 회사에 들어간 신입사원 4명 중 1명 이상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퇴사 이유는 다양하지만, 의외로 급여나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보다 조직·직무적응에 실패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는 취업 열망에 가득찬 구직자들의 무분별한 회사 지원도 문제지만, 기업의 채용 절차와 채용 후에도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조기 퇴사율 32.5%
대부분 직무적응 실패..직무 변경도 빈번

지난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따르면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2014년 조사결과(25.2%)에 비해 2.5%p 증가했다.

특히 2014년 조사와 마찬가지로 300인 미만 기업의 조기 퇴사율이 올해 32.5%로, 300인 이상 기업(9.4%)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이들의 격차 또한 같은 기간 20.3%p에서 23.1%p로 확대됐다.

즉 비교적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대기업 입사자들의 조기 퇴사율은 그나마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 대졸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이유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하지만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신입사원 조기 퇴사의 이유는 연봉이나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20%)보다 조직이나 직무적응에 실패한 사례가 과반에 육박할 정도(49.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업무에 전반적인 조사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력서를 남발하는 취업준비생도 문제가 있지만, 기업에서 구체적인 업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중소기업 입사지원자의 경우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81.4%로 나타났으며, 그 이유로 '생각한 것과 상이한 직무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

또 원하는 직무로 입사를 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직무에 배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장인의 67%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사 직후 지원한 직무와 다른 직무에 배치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양한 직무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이들도 일부 있었지만, 퇴사를 결심할 만큼 당황스러움을 겪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직무가 변경된 사례 중에는 앞서 A씨의 사례 외에도 응급실에서 분만실, 재고관리에서 경호팀 등 엇비슷한 직무도 아닌 엉뚱하고 황당한 직무 변경도 일어나고 있었다.

▲ 황당 직무 변경 사례 ⓒ 인크루트

현업배치 시행 기업 절반 수준
신입사원 조직 적응 방안 검토돼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신입사원 조기 퇴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서도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경총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직무역량과 적성을 감안한 현업배치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 가량인 51.3%에 그쳤으며, 멘토링을 통한 신입사원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곳은 절반도 미치지 못한 46%에 머물러 있다.

특히 회사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곳이 많아 신입사원이 무의미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전을 제시한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 중 36.3%에 그쳤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34.5%로 최저 시행율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이같은 운영은 신입사원 업무수행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신입사원의 업무수행 만족도는 2010년 조사(79점) 이후 지속적인 하락을 보이며 올해 조사 결과 76점으로 낮아졌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들이 지원자의 적성과 역량파악 중심의 면접 진행을 시행(시행률 67.9%)하고 있지만, 채용절차나 선발기준의 자세한 사전 공지를 하고 있는 기업은 26.8%, 업무와 무관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기업 21.1%, 심지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도 6.5%를 차지하는 등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경총은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졸 신입사원 조기퇴사를 막기 위한 대응방안 실태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이에 대한 일환으로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재학생 직무체험 프로그램'에 취준생 뿐만 아니라 기업도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신입사원 조기 퇴사를 방지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체험 프로그램은 이공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무체험 기회가 적은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의 일경험 기회 확대를 위한 것으로, 체험처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학이 매칭해 경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영돈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직무체험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장기근속과 일경험 기회 확대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많은 기업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