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동 주거' 혼자 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에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리뷰] '공동 주거' 혼자 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에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 박양기 기자
  • 승인 2016.09.13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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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공감, 아현동 쓰리룸에 사는 청년들과 검암역 인근 빌라촌에서 공동주거하는 '우동사'의 삶 조명
▲ 일요일 밤 KBS 1TV에서 방영되는 다큐공감 ⓒKBS 다큐공감 홈페이지 캡쳐

지난 11일, 일요일 밤 KBS 1TV의 프로그램 '다큐공감'에서는 한 공간에서 함께 사는 1인 가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날 방영된 '우리, 같이 살아요' 편에서는 마포구 아현동의 쓰리룸에 입주한 청년들과 인천 검암역 인근 빌라촌에서 공동 주거를 하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하 우동사)' 식구들이 주인공이었다.

통계청에서 확인한바 우리나라의 대표 가구는 현재 1인 가구다. 그들은 다양한 생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동 주거다. 혼자 사는 이들은 주거 비용에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동 주거는 비싼 임대료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며, 혼자 사는 이들이 더불어 살아갈 기회다.

처음 시작하게 된 건 돈 때문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날 출연한 이들에 의하면 공동 주거란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한 대안 이상의 큰 의미를 주는 문화 형태였다.

▲ 아현동의 쓰리룸의 청년들 '피터아저씨'ⓒKBS 다큐공감 홈페이지 캡쳐

아현동 쓰리룸의 청년들

그들에게 공동 주거 공간이란 바로 '거실'의 재발견이었다. 그들은 원룸, 고시원, 반지하 등에 살 수밖에 없었던 청년이었다. 당연히 거실이나 부엌이 제대로 갖춰있지 않았고 자는 곳에서 밥도 먹고 그곳에서 휴식도 취하며, 업무나 공부도 한 공간에서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밥을 밖에서 사 먹게 되고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 귀찮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아현동 쓰리룸에 입주하게 되었다.

셋이서 나눠 내니 월세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월세를 아낄 수 있으니, 저축할 수 있는 돈이나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늘었다. 함께 아침에 일어나기도 하고 TV를 같이 보기도 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 장점은 많았지만, 그중 가장 좋은 것은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다.

혼자 살 때 저녁 시간은 TV를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우울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하루 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누고 같이 TV를 보며 웃으며 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

‘거실이란 공간에서 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들에게 저녁밥의 의미는 크게 변해 가슴에 남았다. 다른 사람에게도 저녁밥을 함께 즐기는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그들은 ‘목요일엔 식당’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거실을 오픈한다. 가끔 뮤지션을 초쳥해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마을회관을 만든 것이다.

아쉽게도 그들의 마지막은 갑작스레 다가왔다. 계약할 시 재개발 일정이 확정되면 나가기로 한 조건, 이번 여름 재개발 일정이 확정된 것이다. 아현동 쓰리룸의 청년들은 올 연말까지 그곳을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어디에 가든 그들의 마음은 그 거실과 함께할 것이고, 또 새로운 거실을 만들 것이다.

 

▲ 인천의 우리동네사람들 '우동사'ⓒKBS 다큐공감 홈페이지 캡쳐

우리동네 사람들 '우동사'

우동사는 좀 더 현실적으로 체계화된 형태의 공동 주거 공간이다.

여러 세대의 가구가 모이면 문제가 생긴다. 이 점은 공동 주거의 단점이며, 다른 사람과의 트러블은 함께 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 필요한 것이 규칙이긴 하다. 규칙이 제대로 기준을 세워준다면 여러 명이 어떤 문제로 인해 부딪혀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하지만 우동사의 규칙은 이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동사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진 않지만, 우동사는 생각하는 공동체는 아무 법 없이 맺어지는 관계라고 정의하며, 무너지지 않으려면 서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매주 한 번 밥상 모임을 만들어서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갖는다. 소통의 시간이다. 서운한 점이나, 공동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점, 손해 본 것에 대한 반성과 적절한 역할분담 등 얘기를 나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그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분열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삶의 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동사는 석 달 동안 살아보는 기회를 주는 오공하우스, 1년을 거주해보는 엘리시움을 운영한다. 그저 저렴한 돈만을 보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공동 주거를 겪게 해주는 것이다.

오공하우스의 삶을 거치고 지난 6월 우동사 302호에 입주한 서문희 씨는 매일 1시간 40분의 출퇴근 거리를 오간다. 가까운 거리의 집에 살 법도 한데 그녀는 이사보다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포기하기보다 우동사의 포기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생활하는 동안 필요한 주방용품이나 식재료 등을 공동 카드로 관리한다. 모두를 위한 소비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덕목은 책임감이다. 행여 잘못된 소비를 할 때, 혼자 살 때는 대충 넘어갔던 일을 크게 반성하게 되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무겁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공동 카드를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어려워했었다. 하지만 곧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잘못된 구매를 반성하며 그들은 공동의 상황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에게 우렁각시가 되어줄 수 있다'

다큐공감 제작진이 언급한 문장이다. 처음 시작은 분명 경제적인 부담감에 공동 주거를 찾게 되었을 것이다. 또는 외로움을 느꼈거나,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본 사람들을 통해 본 공동 주거란, 마치 과거의 동네 혹은 마을의 향수였다. 각자가 서로에게 남이었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위해 밥을 차려주기도 하고, 집에서 보내준 반찬을 나누기도 하며 함께 살아간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지만, 집안일을 서로 돕고 안 해도 되는 일을 할 때 그 일은 모두를 위한 선의가 된다.

공동 주거는 아직 활성화된 문화는 아니다.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을지, 그저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잠깐의 단순한 방책에 불과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현동 쓰리룸에서 느꼈던 따뜻함, 우동사에서 무럭무럭 크는 쑥쑥이가 받는 모두의 사랑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형성된 것이라 보인다.

(데일리팝=박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