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갤럭시 노트7' 사태, 위기가 기회다
[뉴스줌인] '갤럭시 노트7' 사태, 위기가 기회다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6.09.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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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관리 능력 보여줘..빠른 수습으로 재도약 가능할까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을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 여러분께, 사용을 중지하시고 가까운 삼성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시어 필요한 조치를 받으실 것을 권고드립니다"

삼성전자는 야심작 '갤럭시 노트7'(이하 노트7)의 예기치 못한 폭발 논란으로 숨가쁜 9월을 보냈다.

전도유망한 신기술의 총아였던 노트7은 이번에야말로 아이폰을 압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터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 아픈 사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된 스마트폰의 결함을 인정하고 곧바로 전면 리콜을 결정하는 삼성전자의 결단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선 수요사장단 회의 당일 평소와는 다르게 한 손에 노트7을 쥐고 사옥 정문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배터리 셀 자체 문제
10일만에 전면 리콜 결정

노트7의 폭발 논란은 지난 8월 24일, 한 사용자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노트7가 앞뒤면 왼쪽 아래가 불에 타 손상된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사용자는 기기를 충전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용자 부주의였는지, 정품 충전기를 사용했는지 등의 사안에 집중이 됐었다. 앞서 스마트폰 베터리가 폭발하거나 불에 탄 사건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베터리는 고온의 자동차 실내에 방치하거나 뾰족한 물건으로 압력을 가할 경우에도 심한 발열과 불꽃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도 여러 차례 나왔었다.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만 해도, 노트7의 폭발에서 과거의 다른 베터리 폭발과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사건의 원인도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8월 30일 또 다른 노트7의 폭발 사례가 전해졌고, 9월 1일까지 2일간 SNS를 통해 6건의 폭발 사례가 추가로 알려졌다.

사안이 점차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제품 자체의 문제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질 때쯤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전면 리콜'을 선언했다. 첫 폭발 사고가 알려진 뒤 10일만이다.

삼성전자는 9월 2일 "판매를 중단하고 구입 시기와 상관없이 갤럭시 노트7 신제품으로 교환해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리콜결정을 발표한 당일 국가기술표준원에 제품 결함 보고와 제품사고 발생보고서를 제출했고, 이후 8일 노트7의 리콜 절차를 담은 '제품 수거 등의 계획서'를 제출, 보완을 거쳐 22일 최종승인 받았다. 

교환할 수 있는 곳을 삼성 서비스센터 이외에도 약 2만개의 이동통사 대리점도 함께 진행했으며, 사용자들이 새 제품을 받기 전까지 삼성전자의 타제품으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갤럭시S시리즈, 갤럭시 A·J시리즈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접수된 소손(燒損) 현상 사례는 국내외 총 35건으로, 이는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인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화재발생 원인으로 '배터리 셀 자체 이슈'라는 진단을 내렸다.

9월 26일 기준으로 국내 제품은 리콜이 절반 정도 진행됐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리콜이 진행 중이다. 리콜은 내년 3월 31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형 갤럭시 노트7을 사용하시는 고객들은 구입한 전국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을 방문해 안전한 배터리가 장착된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해 사용하시기를 권장한다"고 전했다.

"빠른 수습 위해 최선"
속전속결로 악재 넘는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태의 빠른 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문제가 된 노트7의 초기 생산량은 250만대이며 판매된 국가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대만,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10개국이다. 리콜 물량은 대한민국에서 40만대, 북미지역에서는 100만대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 휴대전화기 사상 최대 규모다.

외신들은 미국에서의 리콜 비용을 1조12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손실액은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에게 중요한 것은 회계상 비용이 아니라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앞서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기내에서 갤럭시 노트7의 전원을 끄고, 충전하거나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소비자 안전위원회(CPSC)도 "갤럭시 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우선 노트7은 '위험물품'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노트7 기내 사용 및 위탁수하물 금지를 권고했지만, 9월 20일 새롭게 교환된 노트7에 대해선 기내 사용이 재개됐다.

아직까지 외항사들은 이렇다 할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곧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미국 노트7 소유자의 90%는 교환을 선택했다. 리콜율이 높아지는만큼 노트7 사용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노트7의 사용을 언제까지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노트7이 출시되고 수개월이 지나 리콜을 결정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존폐까지 걱정해야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 포브스는 "삼성의 대응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잘 처리해왔다"고 평가했다.

10월부터는 배터리 결함을 해결한 신제품 노트7가 판매되고, 1차 출시국 중 가장 많은 물량이 풀린 미국에서의 리콜 경과가 나타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노트7 사태로 지금 당장의 영업이익 손실과 이미지 하락이 있겠지만 이 과정을 잘 극복하면 위기관리의 성공 사례를 남길지도 모른다.

업계에서는 리콜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고 새 제품의 판매가 원활해진다면 이번 사태도 수습의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