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급성 심근경색 돌연사, 정밀진단 없어도 보험금 지급해야
뇌출혈·급성 심근경색 돌연사, 정밀진단 없어도 보험금 지급해야
  • 박미영 기자
  • 승인 2016.11.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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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조정위, 보험사의 지나친 입증 부담 요구 관행 제동
▲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pixabay)

2015년 9월 10일, 피보험자 A씨에게 갑자기 두통, 어눌한 말투, 편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119를 이용해 병원에 이송하는 과정에서 의식이 소실된 A씨는 MRI나 CT촬영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담당의사는 직접사인을 뇌혈관질환으로 추정하는 사망진단서를 발급했고 이에 대해 A씨의 배우자가 뇌혈관질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사망 시 MRI나 CT 등 정밀진단을 시행하지 않았고 생존 시 뇌혈관질환 관련 진단 또는 치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H손해보험의 무배당카네이션 보험에 가입한 A씨가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한 데 대해 MRI 등 정밀진단이 없어도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의 치료사실과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보험회사가 A씨 유족에게 뇌혈관질환 보험금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당시 보험회사는 사망한 A씨가 생존 시 뇌혈관질환으로 직접 진단 또는 치료받은 사실이 없고 협심증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어 뇌혈관질환이 아닌 심장병의 악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뇌출혈 또는 급성심근경색으로 급격히 사망해 MRI 등 정밀진단이 불가능한 경우, 해당 질병의 치료사실이 있으면 임상학적 진단을 인정하는 손·생보 공통 표준약관을 확대 적용해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A씨는 혈소판 증가증이라는 혈액종양과 협심증 두 가지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혈액종양은 치료과정에서 뇌출혈이 동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직접 사망원인이 뇌출혈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심장병의 악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망 당시 응급실에서 검사한 혈소판 수치로 볼 때 뇌병변 가능성이 높다는 주치의들의 소견을 조정결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A씨의 뇌혈관질환 증상에 대한 병원 의무기록이 주로 유족진술에 의존해 작성됐지만 ▲돌연사의 경우 유족 진술 외 다른 증빙자료를 갖추기 어려운 점 ▲유족의 진술이 허위이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119구급대가 자택에 도착했을 때 A씨의 의식이 명료했지만 이송 도중 급격하게 무호흡 상태가 돼 담당의사가 직접사인을 급성 뇌혈관질환으로 추정한 점 등을 종합해 뇌혈관질환 보험금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이번 조정결정은 뇌출혈 또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급격히 사망한 돌연사에 대해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치료나 진단도 임상학적 진단의 근거로 폭넓게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함으로써 보험회사가 유족에게 지나친 입증의 부담을 요구하는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걸고 개선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팝=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