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일상을 예능으로, 혼밥 예능 전성시대
[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일상을 예능으로, 혼밥 예능 전성시대
  • 박미영 기자
  • 승인 2016.11.0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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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요리 대결, 다큐..다양한 형식 쏟아져
▲ 8시에 만나 캡쳐 ⓒO'live

대학생 A씨(23)는 혼밥을 좋아한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자유롭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직장인 B씨(24)는 혼밥이 싫다. B씨는 "혼밥 할 때 마다 사람들이 마치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 같아 싫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상황이 오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채 빛의 속도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박차고 나온다.

이와 같이 혼밥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혼밥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프로혼밥러를 지향하는 사람들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살면서 한 번쯤은 혼밥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자발적이든 자발적이지 않든,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혼밥은 우리에게 친숙한 일이고, 이미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드라마·예능·다큐프로그램에서 혼밥, 혼술 등 1인가구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 오늘 뭐 먹지? 캡쳐 ⓒO'live

토크쇼와 혼합된 '혼밥' 예능
'혼밥할 때 8시에 만나' VS '오늘 뭐 먹지?'

'혼밥할 땐 8시에 만나'는 국내 최초 혼밥 예능 원격 토크쇼다. 매주 화요일 밤 8시에 O'live에서 방영하고 있으며 가수 탁재훈과 정진운이 진행한다. 탁재훈은 비자발적 혼밥러인 '혼밥 하수'를 대표하며, 정진운은 자발적 혼밥러인 '혼밥 고수'를 대표한다.

정진운은 9월 27일 방송된 2회에서 혼밥 레벨 검증 TIME 도중 "같이 먹는 것도 재미있고 좋지만 혼밥할 때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밝히며 자신이 혼밥 고수임을 드러냈다. 반면 탁재훈은 "왜 자꾸 혼자 먹으라고 해. 나는 그게 진짜 어색한데"라며 "내가 혼밥·혼술을 안하니까 남들도 그렇게 안 하는 줄 알았다"고 혼밥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8시에 만나'는 혼밥은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기존관념의 틀을 깨고 혼밥을 화상을 통해 공유하면서 '따로 또 함께'라는 신개념의 혼밥 형태를 보여준다. MC들은 편의점 혼밥 메뉴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24시 만화카페를 가보기도 하면서 매주 새로운 장소에서 혼밥러를 지칭하는 게스트들을 원격 디바이스를 통해 만난다. 그들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혼밥을 하면서 자신이 먹는 밥을 소개한다. 다만 밥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 재밌는 토크를 서로 나누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반면 '오늘 뭐 먹지?'는 신동엽, 성시경의 재밌는 입담과 함께 집밥의 고수나 유명한 셰프를 초청해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정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MC 겸 개그맨인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이 진행하고 있으며 O'live에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낮 12시와 밤 8시에 방영한다. 월요일의 '오늘 뭐먹지?' 코너에서는 두 MC가 직접 요리를 만들면서 레시피를 공개한다. 목요일의 '배워봅시다!' 코너에서는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특별한 요리를 배워본다.

'오늘 뭐 먹지?'에서는 돈까스 샌드위치, 달걀 바게트, 과카몰리카나페 등 1인가구가 간단하게 혼밥할 수 있는 레시피가 등장한다. 계량컵과 전문용어 없이 쉬운 레시피를 소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NG가 없어 짜여진 레시피, 계산된 상황 설정과는 다른 리얼한 요리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아울러  O'live홈페이지에서 레시피 정보를 조리법, 나라, 프로그램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영상을 놓쳤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레시피를 참고할 수 있다. 본방을 보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다.

▲ 나혼자 산다 캡쳐 ⓒMBC

1인가구가 1인가구를 관찰한다
'나혼자 산다' VS '조용한 식사'

'나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10분에 MBC에서 방송되며, 현재 고정 출연진은 탤런트 김용건, MC겸 아나운서 전현무, 개그우먼 이국주, 뮤지션 김반장, 웹툰작가 기안84다. 

'나혼자 산다'에서 유명인들이 혼자 밥먹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자주 볼 수 있다. 10월 21일 방송된 178화에서 이국주는 혼밥족을 위한 행사에 참여해 일면식 없는 네 명의 남성들과 식사를 즐겼다. 10월 28일 방송된 179회에서 가수 슬리피는 냉장고에 든 반찬만으로 맛있게 혼밥을 했다.

'나혼자 산다'는 1인가구의 전반적인 생활패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되지만 영상 중간마다 유명인들이 자신의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예능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도 포인트다. 1인가구들이 또 다른 1인가구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싱글라이프에 대한 진솔한 모습과 1인가구 노하우,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철학 등이 드러난다.

▲ 조용한 식사 캡쳐 ⓒO'live

반면 '조용한 식사'는 O'live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다큐 먹방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밤 12시에 방송했으며 총 10회로 지난 9월 30일 종방했다. 출연자는 매 회마다 다르며 방송에는 출연자 한 명만 등장해 한마디의 말도 없이 식사를 한다.

하지만 음식 씹는 소리, 칼로 고기를 써는 소리, 음료를 마시는 소리, 굽는 소리 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서 혼밥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로지 관찰자 입장에서 접근하는 셈이다.

조용한 식사 4회에서 배우 고성희는 미용실에서 김치찜을 먹었다. 아나운서 서현진은 하늘공원에서 아귀찜을 먹었다. 이 외에도 향동철길, 폐가, 음식점, 헬스장 등 생소한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다. 배경이 다양하고 제한되지 않아 귀뚜라미나 매미가 우는 소리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전혀 소음처럼 느껴지지 않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이는 남의 눈치를 쓰지 않고 먹는 혼밥의 특성을 그대로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슬로우모션으로 느리게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기법을 사용해 늦은 시각 군침을 돌게 만들기도 한다.

(데일리팝=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