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매일유업·CU 콜라보, 플레인 요거트 첨가한 '허니&숯불치킨이닭'..득(得)일까?
[솔직체험기] 매일유업·CU 콜라보, 플레인 요거트 첨가한 '허니&숯불치킨이닭'..득(得)일까?
  • 변은영
  • 승인 2018.07.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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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닭이 많닭

편의점 도시락의 품질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사실 가격은 둘째치더라도 품질은 처음부터 좋았어야 했지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전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은 어쩔 수 없이 사먹었던 정도의 식품이었다. 지금은 반찬의 종류도 무척 다양해지고 브랜드마다 유명인이나 쉐프의 명성을 빌려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기자는 평소 마감에 치일 때나 야근할 때가 아니면 도시락을 잘 사먹지 않는다. 지금처럼 품질이 좋아지기 전의 도시락에 학을 뗀 점도 있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에 도시락보다 삼각김밥이 좀 더 간편한 점도 작용했다. 그나마 최근에 여러 편의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을 먹어본 바로는 맛과 품질이 나쁘지 않았다.

CU편의점에서 후식용 플레인 요거트가 포함된 치킨 도시락이 새로 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치울 요량으로 편의점에서 ‘허니&숯불치킨이닭’을 구입했다. 출시 사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입소문이 많이 타지 않은 듯 오전 출근 시간에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라벨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제조사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겠거니 생각하고, 치킨과 소세지가 메인메뉴임을 확인했다. 오른쪽 위에 동그란 매일유업 '바이오 플레인 요거트 병'은 시중에 따로 판매되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도시락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부터 42시간이었고, 요거트는 오는 12일까지였다. 이틀이 채 되지 않는 유통기한을 맞춰가며 기한 초과로 인한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물량을 어떻게 맞추는지 약간은 신기했다.

 

작은 라벨이 식품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총 450g, 열량 838kcal로 성인 남성이 한 끼를 채우기에는 약간 모자랄 수도 있는 분량이다(특히 밥이 물인양 마시듯 먹어대는 기자의 친구에겐 더욱 더). 당류와 포화지방, 콜레스테롤이 꽤 포함돼 있다. 하지만 어차피 건강 생각하는 사람이 도시락을 사먹진 않을테니, 맛을 내기 위한 협상 정도로 알아두면 되겠다.

 

도시락의 비닐 포장을 벗기면 나무젓가락과 함께 요거트를 떠먹는 플라스틱 스푼이 들어 있다. 밥을 퍼먹는 숟가락까지 넣기엔 일회용품 사용이 너무 많아지고 번거로워 대부분의 도시락엔 젓가락만 들어 있다. 몇몇 도시락은 떠먹기 쉽게 밥이 약간 찰지게 돼 있는 경우도 있다.

 

배가 고픈 사람이 허겁지겁 비닐을 벗기고 뚜껑을 열고 곧장 전자렌지에 넣었는데 요거트가 그 안에 있다면, 청소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거트는 뚜껑에 얹혀 있는 방식으로 포장돼 있어 혼동할 염려는 없다. 업소용 1000W 전자렌지에는 1분 30초, 가정용 700W에는 2분을 돌리라고 명시돼 있는데, 너무 뜨거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10초정도 덜 돌려도 된다. 도시락 용기의 귀여운 병아리 그림은 덤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밥의 양이 보통 도시락보다 약간 적다. 기본 반찬은 김치와 호박 당근 조림, 메인 메뉴는 2가지 종류의 치킨 가라아게와 소세지다. 가라아게는 일본식 튀김으로, 우리나라의 치느님과 달리 튀김옷을 촉촉하게 튀기는 것이 특징이다. 일식집에서 가라아게덮밥을 주문하면 나오는 것과 같다. 하나는 달콤한 간장 소스, 하나는 매콤한 숯불치킨소스를 사용해 맛이 다채롭다. 기자의 취향으로는 간장 소스 치킨이 더 많았으면 했지만,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호불호는 크게 갈리지 않을 듯하다.

소세지를 집어먹을 때 첫 번째 아쉬운 점이 보였다. 바닥 부분이 밥 쪽으로 기울어 있는데, 소스가 소세지 전체에 고루 묻지 않고 아래로 모두 흘러내렸다. 폭이 좁아 소세지를 찍어먹기도 쉽지 않았다. 두 개를 먹고 찍었는데, 저 만큼의 소스가 처음부터 저 부분에 고여 있었다. 도시락의 균형 때문에 용기의 구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듯하고, 소스가 좀 더 점성이 있으면 해결될 것 같다.

 

생각보다 괜찮은 맛에 도시락은 삽시간에 비워졌다. 밥이 많지 않았지만 주 메뉴라 할 수 있는 치킨과 소세지 덕에 양이 부족하진 않았다. 오히려 여성들은 먹다가 남길 수도 있겠다(과소평가라면 죄송하다). 밥을 먹고 나니 이 도시락의 화룡점정인 요거트가 남았다. 비닐 뚜껑을 벗기니 하얀 요거트가 보였다. 당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말 그대로 "내가 이렇게 산뜻하다"고 외치는 듯한 요거트였다.

 

그리고 이것이 지극히 주관적으로 기자의 두 번째 아쉬운 점이었다. 플레인 요거트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 발효유를 잘 먹지 않는 기자는 그저 지난주에 조카 것을 빼앗아먹던 그 맛을 예상했다. 한 스푼을 입에 넣으니 점도 낮은 크림치즈의 맛과 향이 살짝 느껴졌다. 절대적으로 기자의 취향에 반(反)하는 맛이었다. 도저히 두 스푼을 맛볼 수가 없었다. 이런 요거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어차피 식후에 먹는 디저트라면 차라리 달콤한 맛의 요거트가 어땠을까 싶다. 도시락 자체는 무척 괜찮았는데, 디저트가 포함된 도시락 치고는 마무리가 약간 아쉬웠다.

(데일리팝=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