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근의 국방돋보기]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 성공의 관건
[권영근의 국방돋보기]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 성공의 관건
  •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 승인 2017.05.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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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차원에서 국방개혁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국가안보실에 1급 수준의 국방개혁 비서관 자리를 신설했을 뿐만 아니라 국방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3군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국방개혁은 국방부 차원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 중이 제머리를 제대로 깍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방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군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와대 차원에서 국방개혁을 추진하면 국방개혁이 성공할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 차원에서의 국방개혁 추진은 국방개혁 성공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하고자 하는 경우 국방개혁을 추진하게 될 요원들이 국가안보에 관한, 특히 군사 문제에 관한 보편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국방개혁 비서관은 물론이고 국방개혁위원회는 정치적 성향 보다는 국방개혁에 관한 보편적인 논리와 지식을 구비한 사람, 오늘날 한국군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한 가운데 이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군은 상부 지휘구조 문제를 놓고 엄청난 대립을 보인 바 있다. 육군은 군정과 군령을 단일의 군인이 행사하는 통합군을 추진했으나 해군과 공군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독일, 구소련, 북한군이 통합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군은 단일의 군인이 군정과 군령을 동시에 행사하는 구조가 아니고 군사적 천재들을 소시적에 발굴하여 이들이 참모총장 등 고위급으로 올라가도록 하는 체계다. 육군, 해군 및 공군 장교로 구성되는 합동참모(Joint Staff)가 아니고 육군, 해군 및 공군과 무관한 군사적 천재들인 일반참모(General Staff)들이 군을 주도하는 체계다.

오늘날에도 많은 육군에 더불어 일부 해군과 공군들이 통합군을 주장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군이 말하는 통합군은 역사적으로 그 유례가 거의 없는 경우로 보인다.

이는 1960년대 중반 당시 캐나다 군이 추구한 단일군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캐나다 군은 단일군에서 벗어나 서둘러 3군을 기반으로 하는 합동군을 지향하며, 합동교리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역사적으로 그 전례가 없는 통합군을 추구하는 등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군이 혼란을 자초한 근본적인 이유는 보편적인 지식과 논리를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통합군을 주도한 사람들은 독일군이 단일의 군인이 군정과 군령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말했지만 '히틀러 최고사령부 내부(Inside Hitler's High Command)'(University Press of Kansas, April 28, 2000)란 제목의 책을 보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함과 동시에 독일육군은 군정과 군령을 동시에 수행하던 독일육군 최고사령부를 분리하여 군정을 담당하는 조직과 군령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나누었다. 군령은 일부 군사적 천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 반면 군수, 인사와 같은 군정은 군령과 비교하여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1958년의 국방개혁을 통해 미국은 각군 참모총장을 군령 계통에서 제외시켰고, 군령의 문제를 거의 전적으로 태평양사령관과 같은 전투사령관이 담당하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볼 때 단일의 군인이 군정과 군령을 장악하는 통합군사령관을 만들겠다는 발상, 각 군 참모총장이 자군의 군정과 군령을 모두 감당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인류의 보편적인 지식 또는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군의 변화에 관한 20년 이상의 필자의 경험에서 보면 군의 변화를 보편적인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군 가운데 이 같은 보편적인 지식과 경험을 구비한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안보 공동체가 특정군 중심의 편향된 구조를 지난 수십 년 동안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통합군을 포함하여 현재 상부지휘구조에 관한 한국군들의 주장조차 각양각색이다.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한 상태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군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경우 한국군 장교들이 인류가 경험한 보편적인 지식과 논리로 무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하고자 하는 경우 국방대학, 합동참모대학, 육군대학, 해군대학 및 공군대학(이들은 합동군사대학으로 통폐합된 상태에서 운용되고 있다) 교수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석학들을 이들 학교 기관의 교수로 보임시켜야 한다.

더불어 군에서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장교들을 선발하여 교육을 시켜야 하고, 군사이론에 관한 외국 서적들을 서둘러 번역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역사성에 입각한 보편적인 지식으로 대한민국의 안보공동체가 무장하지 않는 한 국방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60여 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부지휘구조 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개혁에 관한 필자의 연구 경험을 통해 보면 보수 정권은 물론이고 국방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를 견지했던 진보정부 조차 국방개혁을 통해 한국군이 진일보한 것이 아니고 역주행했다.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은 올바른 방향으로 진일보 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청와대 중심의 국방개혁 추진은 대단히 올바른 방향이고, 여기에 군의 변화에 관한 보편적인 지식과 경험이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을 주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 오레건주립대학 전산학 박사 ▲공군대령(예) ▲공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대학교 합동교리실장 ▲국방과학연구소 데이터통신실장 ▲공군조종사적성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 역임 ▲現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 ▲現 국방전문가포럼 회원 ▲現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 ▲現 포항공대 외부연구원
 
※ 이 기사는 본지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