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플레' 와 '성장률' 사이에서 ···
한은, '인플레' 와 '성장률' 사이에서 ···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1.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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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 `성장률'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은 결국 `금리동결' 결정을 내렸다. 치솟는 물가를 잡자니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글로벌 경기부진을 생각하면 가뜩이나 들뜬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게 되는 역효과 때문이다.

▲ 금융통화위원회를

한국은행은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7개월 연속 동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국내 고물가 상황에서 한은으로선 통화정책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다.

한은은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유럽 국가채무위기 등으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암울한 실물경제지표도 주요변수다.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3.4%와 3.5%에 그쳤고, 4/4분기도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이란 분석이다. 올해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 후반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와 가공식품이 치솟아 4%대를 훌쩍 넘어 경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오름세가 둔화되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관망세다. 

◇복잡한 방정식, 한은의 고민

`금리동결'에는 이런 다양한 변수를 두고 고심했음이 역력히 나타났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해야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동결도 중요한 결정"이라며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현재 4.2%의 고물가 상황에서 한은이 올해 물가 목표치인 3.3%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지급준비율이나 총액한도대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현재로선 별로 크지 않다.

김 총재는 "현 상황에서 금리 동결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며 "지준율이나 총액한도대출도 정책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통화 유동성에 영향을 주더라도 유동성을 흡수하면 그 자체가 금리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 의미에서 물가안정 의지를 보이는 공시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물가를 잡는 수단을 대체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금리동결과 함께 국내외 다양한 변수를 면밀히 분석해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 3월에 150억 유로의 채무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등 상반기에 유로지역 리스크와 함께 국내 성장률과 물가동향을 주시하고 반응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의 인플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김 총재는 "우리나라 국민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4%로 높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금리가 어느 정도 정상화 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고민의 발로다.

◇`인플레 심리' 제압이 관건

결론적으로 한은으로선 상반기 안에 금리에 변동을 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은은 올해 3.3%의 물가전망치를 설정하며 상반기에 3.5%, 하반기 3.1%로 예측했다. 상반기에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관측한 것이다.

일단, 인플레 기대심리가 한풀 꺾이게 된다면 하반기 경기활성화를 위해 현 3.25%의 금리를 소폭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들뜬 소비자들의 심리가 어느 정도 가라앉느냐다.  

"최근에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나라도 있고, 더 많은 나라가 금리를 내렸다. 대외적인 여건을 간과하고 혼자 사는 것처럼 결정을 내릴 수 없다"라는 김중수 총재의 말에 그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