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 '가심비' 맞춰 다채로워지는 기호식품 시장
[솔로이코노미]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 '가심비' 맞춰 다채로워지는 기호식품 시장
  • 이지원
  • 승인 2018.09.04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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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성비와 가격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던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경우에는 생산성 중심의 산업 전략으로 인해 프랑스나 미국보다 훨씬 적은 품종의 제한적인 종류의 식품만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과일인 사과의 경우 한 시즌에 한국의 마트나 시장에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품종은 1~2개로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한 시즌에 평균 1~2 종류가 고작인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한 시즌에 약 8개, 스페인의 경우에는 12개의 품종을 일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다수확 품종으로 표준화하는 농업 정책이 수립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며,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가격에만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농식품을 구매하는 소비 행동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소비 행동은 농업인에게 생산비를 낮추는 방식에만 집중하게 해 농업 분야에 혁신적, 차별화 된 농산물의 출현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서며 소비자들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식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가공식품 중 특히 기호식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 성향 즉, '소비 세분화 시장'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커피, 일상재에서 기호 식품으로

커피는 본래 기호 식품이라기보다는 일상재에 더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즐겨온 커피는 흔히 '다방커피'라 불리던 '믹스커피'의 형태였다.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일상재 중 하나의 기호식품의 자리를 차지해 오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다양한 종류의 커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각각 다른 원두의 선호도도 생기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등 국외 커피전문점의 국내시장 진입과 국내 유기업의 사업 다각화에 따른 다양한 제품의 출시 등에 따라 인스턴트 커피와 믹스 커피는 점차 외면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기호가 점차 다변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인스턴트 및 믹스커피는 가성비에서 유리한 점이 있으나 20대 중반~30대 후반까지의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가성비'보다 내 만족을 더 중요시하는 '가심비'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가 나타나며 가격이 가장 중요한 일상재의 영역을 벗어나게 됐다.

이에 커피시장은 단순히 몸집만 불리는 게 아닌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세분화된 컨셉이나 전략이 등장하게 됐으며, 소비자는 더 다양한 브랜드와 원두를 맛보고 자신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기를 원하게 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소비자들의 라면 취향은 전 세계인들 중 가장 세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련된 국내 소비자들의 라면 취향,
홍수 속에서 개화하는 라면 시장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라면 취향은 전 세계인들 중 가장 세련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새로 나온 라면"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라면의 신제품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고 도전하는 소비행태를 지니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항상 어려움이 뒤따르는 신제품 개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새로운 라면의 홍수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라면을 찾고 싶은 소비자는 평소에 먹던 라면보다 조금 더 가격대가 있더라도 기꺼이 장바구니에 담으며, 이러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은 라면 제조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신라면'은 아직 1위의 자리를 지키고는 있으나 라면 시장 내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경쟁사들의 신제품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으며, 중화풍이나 웰빙 라면 등 이색적인 맛과 향의 라면들이 등장해 라면 시장에 계속해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식품 소비 세분화의 원인은?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따른 까다로운 소비성향이 새롭게 나타나게 됐다. 

특히 2017년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YOLO(You Only Live Once)' 문화나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문화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관통해 설명해 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먼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현재의 작은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 그저 일상의 일부였던 '식문화'와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에 널리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에서도 개인의 맞춤형 행복을 자극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맛 ▲색상 ▲기능 등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자료=농촌진흥청 '2018 농식품트렌드 발표대회'를 바탕으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