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부산 방문, 환영 속 '차가운 시선'
박근혜 부산 방문, 환영 속 '차가운 시선'
  • 신민주 기자
  • 승인 2012.02.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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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4·11 총선 첫 지원유세를 펼쳤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을 사수하기 위해 나선 박 위원장은 부산 지역의 요구사항인 신공항 건설, 해양수산부 부활을 대선공약으로 약속하는 등 민심잡기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었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방문은 부산시당 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성사됐다. 야권의 도전이 심상치 않은 부산에 박 위원장이 직접 방문해 민심을 다독여 달라는 것이었다.

부산은 여당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한 지역이지만 저축은행사태, 동남권 신공항 무산 이후로 민심이반이 심한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은 '낙동강 벨트'에 '문·성·길 트리오(문재인·문성근·김정길)'의 출마를 확정하는 등 벌써 부산지역 12개 지역구의 후보자를 낙점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실제 몇몇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후보를 추월하는 결과가 나오는 등 여권의 위기감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부산 방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현장에 계신 분들을 찾아뵙고 얘기도 나누고, 그분들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차원에서 방문했다"며 "그 외에도 영화산업이나 재개발 등 부산 시민들이 관심이 많은 사업과 분야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고 왔다"고 답해 어디까지나 민심 행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시민단체장들과의 오찬에서는 "부산에 올 때 마음이 무거웠다. (부산 시민들이) 힘이 돼주셨는데 많이 도와드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부산 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는 말로 부산을 향한 고민이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현장 방문 중간엔 이례적으로 즉석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신공항은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인프라다" "해양수산을 발전시키기 위한 부서가 꼭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대선공약으로 추진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6개의 공식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16년동안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인 집배원을 찾아 격려하고 동구의 부산항만공사(BPA)를 방문해 업계 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문화마을로 탈바꿈한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며 부산지역 재개발 요구를 수렴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부산의 싸늘해진 민심과 마주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학교폭력 해법 및 학생들의 자기계발을 주제로 간담회가 열린 영도구 신성동의 영상예술고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과 맞딱드렸다.
 
박 위원장의 방문 소식을 알고 몰려든 수십명의 피해자들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길을 막는 등 대치를 벌였고, 경호원과 사복경찰들이 저지에 나선 뒤에야 박 위원장은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로부터 고성과 욕설이 나오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오전에는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부산일보 노조 관계자들과 박 위원장의 지지모임인 대한민국 박사모가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 오전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 10여명은 박 위원장이 방문하기로 한 동래우체국 앞에서 정수재단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위원장은 "박 위원장은 장학회가 이미 법적으로 환원할 수 없는 공익재단이란 입장이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인 최필립 이사장 등 이사진 5명 모두가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다"며 "이는 보수언론들도 인정하는 것으로 이사진 5명 모두를 퇴진시키는 것이 명실상부한 사회환원이 된다. 명확한 답을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위원장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50여명의 박사모 회원들은 "박 위원장과 정수장학회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흥분한 박사모 회원들은 '관계없다 발뺌말고 이사진을 들어내라' 등의 내용을 적은 언론노조 관계자의 피켓을 손으로 부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 위원장은 "세대간의 시각차가 극명함을 느낀다"며 "이분들은 아직도 개발독재 시절의 향수 속에 살면서 60년대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도 "대선, 총선을 앞두고 계속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해서 '이 사람 바꿔라, 저 사람을 이렇게 하라' 저에게 얘기하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며 거듭 무관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