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불복 확산… '막판 변수'
여야, 공천 불복 확산… '막판 변수'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3.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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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이 공천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공천 불복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일부 인사들은 벌써부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데다 향후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가 여야 모두에게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잦은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이른바 '공천학살' 논란 속에 탈당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돌풍이 일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에서도 18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호남권을 중심으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잇따라 당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공천 불복 및 무소속 출마 현실화가 부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공히 이번 총선 승리의 관건은 공천 혁신을 통한 새로운 인물 찾기에 있다고 보고 현역 의원 공천 탈락 등 '공천 물갈이'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어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는 1일 지난 27일 공직후보자추천위(공천위)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의왕·과천을 전략공천지로 선정한 데 대해 "여론조사를 벗어나 일방적으로 후보를 선정한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혀 무소속 출마를 불사할 뜻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주민들과 상의해 '무소속 출마를 원한다' 또 '전국적으로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서 한번 해 봐라' 이렇게 주민들이 원한다면 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불공정하게 공천에 탈락한다면 그렇게라도(무소속 출마라도) 하겠다고 생각하는 (당내) 사람들에 대해 많이 듣고,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과 여러가지로 걱정하는 얘기들을 많이 주고받고 있다"면서 이미 '무소속 연대'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출마를 선언한 서울 종로구가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되자 "불공정 경선이나 낙하산식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저도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무소속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7일 1차로 확정한 22개 지역을 포함해 전체 지역구의 20%(49개)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1차 전략지역 대부분은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무주공산'이거나 야권에서 거물급의 출마가 확정된 지역으로 향후 전략공천지역이 추가되면 이같은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는 영남권에서도 공천에 불복한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점쳐진다.

특히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는 대구의 경우, 당의 텃밭에서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현역의원들이 출마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어 무소속 '러시' 가능성도 대두된다.

민주통합당 역시 공천 작업이 후반전을 향해 치달으면서 공천에서 탈락한 구 민주계 원로를 중심으로 무소속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의 3차 공천 확정자 발표를 통해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관악갑)와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중랑을) 등 구 민주계 원로들은 심사 결과에 반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들을 포함한 구 민주당 출신 공천 탈락 인사들은 집단 탈당한 뒤 '민주동우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저를 믿고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그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선택을 하고자 한다. 많은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며 무소속 출마 방침을 시사했다.

김 전 부의장 역시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지켜온 내 정치 역정과 양심, 신념이 과연 옳았는지, 아니면 그릇되었는지 사랑하는 지역구민과 함께 고민하고 평가받을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역시 민주동우회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호남권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움직임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이 민주동우회를 구성해 출마를 준비한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이런 제의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개별적 출마는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코 그런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야권통합과 연대로 정권교체를 말씀하셨지 분열로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고 지적했다.

앞서 부산진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김종윤 예비후보가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공천 확정 이후 이에 불복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제주 서귀포시에 공천을 신청했던 고창후 예비후보 역시 김재윤 의원의 단수후보 공천 확정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했다.

이 같은 무소속 출마 움직임과 관련,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에서 탈락한 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탈당해 별도의 당을 만들어 야권의 힘이 분산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