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 영화 명작 '음식남녀', 먹방에도 '급'이 있다
[나홀로 문화] 영화 명작 '음식남녀', 먹방에도 '급'이 있다
  • 이예리, 권소미
  • 승인 2019.03.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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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영화리뷰
음식과 삶은 닮아 있다.
'음식남녀' 영화포스터
'음식남녀' 영화포스터
  1. 장르 드라마 
  2. 개봉 1995.10.29
  3. 상영시간 124분 
  4. 국가 홍콩 
  5. 관란가 15세 관람가
  6. 감독 이안
  7. 출연 랑웅양귀매오천련왕유문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방송계는 '쿡방' 또는 '먹방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몇 년 전부터인가 우리는 잘먹는 모습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음식이 나와도 바로 먹지 않고 누군가가 음식을 찍고 나면 그제야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됐다.

그렇게 시작된 현상은 자연스레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대중의 인기를 반영하듯 공중파 방송에서부터 민간 방송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컨셉을 가진 쿡방들이 연이어 속속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방송을 재밌게 보고 즐기지만 왜 계속해서 이런 방송들이 앞 다투어 나와 우리의 안방을 차지하게 되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는 에디터 본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다. 그런 만큼 그 원인을 추측하는 여러 가지 견해들이 등장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의견도 있고 그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물론 전자와 후자가 포함된 경우도 있다. 모두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에디터의 의견은 후자 쪽에 가깝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면에 치우쳐 버리진 않을까 하고 우려되기 때문이다. 

음식이 소재가 되는 많은 방송에서는 대부분이 필수적으로 요리하는 과정과 먹는 모습을 아주 선명하고 맛깔나는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포르노와 아주 유사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보는 이의 말초신경에 아주 강한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시각부터 청각, 미각 등 우리의 오감을 건드리기 때문에 강한 중독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보여지는 음식을)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도출 시킨다. 필요 이상의 감각은 생각을 마비시킨다.    

그런면에서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라는 영화는 다른 생각을 갖게했다.

영화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인물)들은 개개인 모두가 영화에서 나오는 요리만큼 매력적이다. 세 딸과 아버지, 그들을 둘러싼 에피소드들과 감정선이 음식을 만드는 행위와 먹는 행위를 통해 장면을 교차시키며 이를 잘 맞물린 모습으로 보여준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렇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느껴지는 이 영화는 참 따뜻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과 함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데 음식과 인생은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할 수 있다.

만드는 이, 재료, 그 재료의 양이나 신선도, 양념(간), 조리시간 등 음식이 나오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용이 일어나는데 저 중에 어느 것 하나만 달라져도 다른 맛이 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사람이 형성되기까지 부모님, 성장환경, 만나는 사람, 겪어온 경험 등 일련의 다양한 시간의 축적들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아 한 사람이 된다. 이러한 연관성을 이안 감독은 소란스럽지 않고 잔잔하게, 그렇지만 잘 빛은 만두의 속처럼 묵직하게 영화 속에 담아냈다. 

 

방송가에도 그저 시청율을 위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만을 사로잡는 것에 매몰된 방송이 아니라, 맛있는 요리가 힘든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추억이 진하게 배어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한다.

노록지 않은 하루를 겪고 돌아온 많은 이들이 tv를 켰을 때, 잠시 잊고 지냈던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 하나 툭, 되살려주는 그런 온기가 담긴 방송이 보고 싶다. 자신의 삶을 지켜내느라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해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앞서 말한 작은 따뜻함 하나면 된다. 사람들은 그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나아갈 힘을 얻곤 하는 이유다.  

 

(사진=영화 '음식남녀' 장면 캡처)

(데일리팝=이예리, 권소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