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프라이버시 시대 종전" 외치던 페이스북, 돌연 '프라이버시 보호 강조'... 왜?
[뉴스줌인] "프라이버시 시대 종전" 외치던 페이스북, 돌연 '프라이버시 보호 강조'... 왜?
  • 이지원
  • 승인 2019.05.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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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개인정보 누출 사고로 곤욕을 겪고 있는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연이은 개인정보 누출 사고로 곤욕을 겪고 있는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2019년 5월 1일 막을 내린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 컨퍼러스인 'F8'에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 보호 방침에 대해 힘껏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미래는 사적인 것(The future is private)'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강연 중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그는 "주고받는 데이터의 암호화 및 안전한 데이터 보관 등에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세워 개인 정보를 보장하며 서비스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마크 저커버그의 행보를 살펴봤을 때, 그는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언'을 종종 언급해 온 바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발생한 비교적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약 8700만 명 가량으로 예상되는 사용자들의 '좋아요'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2018년 9월에는 5000만 명 이상의 액세스 토큰이 도난당하며 이용자들의 계정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보안 취약성이 악용돼 사용자 계정 자체가 해킹 당했던 심각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페이스북의 이번 프라이버시 강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마크 저커버그의 2010년 발언을 다시금 재조명했는데, 당시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는 죽었다"라며 페이스북을 창업한다면 가입자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또한 대다수의 미국 언론들은 지난 수년간 페이스북이 누구보다 앞장서며 프라이버시의 붕괴를 주도하거나 방치해 왔음을 지적하며, 프라이버시 침해의 주범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외친다는 '적반하장격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돌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새로운 메신저 사업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돌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외치는 진의가 무엇이든 새로운 사업전략상 프라이버시의 강조가 필요한 것이라 추측되는데, 실제로 페이스북은 새로운 디자인의 메신저 앱을 선보이며 그룹 메시징 기능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즉, 공개를 원칙으로 개개인의 사이를 매개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나 직장 등 이용자 커뮤니티 기반의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새로운 그룹을 쉽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 기능'과 '그룹 내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징 기능'이었는데, 이러한 전략 전환을 보여 주는 것이 페이스북 메신저의 새로운 버전 '라이트스피드(Light Speed)'의 발표였다.

마크 저커버그는 라이트스피드가 다른 주요 메시징 앱에 비해 2배 빠르게 작동하는 데 비해 용량은 7분의 1 정도로 작으며, 이로 인해 앱 구동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3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메신저 앱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페이스북이 보유하고 있는 ▲라이트스피드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각각의 메신저 기능을 갖고 있던 서비스들 사이의 메시징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보낸 메시지를 라이트스피드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마크 저커버그가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 메시징 기능의 통합 계획 때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번 F8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 메시징 기능의 통합 계획 때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며, 잇따라 페이스북의 '엔드투엔드' 암호화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칫 거대한 정보 누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들은 페이스북이 거대한 3개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이용자의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게 될 것이며, 이는 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인 사용자 프로필이 생성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 번의 해킹으로 세 개의 거대 플랫폼 이용자 정보에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공격자들의 공격 유인을 높일 것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향후 지금보다 몇 배 더 강한 해킹 공격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외부 공격 외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페이스북의 새로운 맞춤형 광고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페이스북은 더 많은 개인정보 데이터를 사용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란 신랄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보호 강조, 방향 전환 혹은 위장 전술'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