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커피큐브,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커피 찌꺼기'로 환경을 지키는 기업
[스타트업 in] 커피큐브,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커피 찌꺼기'로 환경을 지키는 기업
  • 이지원
  • 승인 2019.06.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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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로 환경을 지키는 기업, 커피큐브 (사진=커피큐브 공식 블로그에서 캡처)

 

회사명: (주)커피큐브
설립: 2007년
설립자: 임병걸 대표

직장인들의 하루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른 오전부터 나른한 점심, 피곤한 오후를 견디기 위해서는 커피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원두에서 추출한 0.2% 수준일 뿐이다. 나머지 99.8%는 모두 찌꺼기로 배출된다.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동안 서울에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 발생량만 해도 약 140여 톤으로 추정했다. 회사가 밀집된 곳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회사와 직장인이 많은 종로구의 경우에는 45개의 커피 전문점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의 양이 트럭 한 대를 맞먹는 2.5톤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이러한 커피 찌꺼기를 처리하는 비용만 매년 100억 원 이상이다.

단순히 비용적 문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찌꺼기 1톤을 처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338kg에 이른다. 1년 동안 배출되는 양으로 계산하면 연간 9만 2000톤, 이는 자동차 1만 1000여 대가 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 찌꺼기의 처리 방법에는 마땅한 해답이 없다. 커피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커피 찌꺼기의 재활용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필(必)환경 시대'라며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커피의 수요와 그에 따른 커피 찌꺼기의 배출량, 커피 찌꺼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족하기만 하다.

우리는 원두의 0.2% 수준만 마시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커피 찌꺼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카페들은 너도 나도 커피 찌꺼기를 말려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첨가물이 전혀 없는 순식물성 쓰레기인 커피 찌꺼기는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또한 건조 후 냉장고나 신발장, 방에 두기만 해도 ▲방향 ▲탈취 ▲제습 효과 뿐만 아니라 화분 퇴비와 방충제, 각질 제거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스타트업 '커피큐브'는 이러한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커피 찌꺼기를 탈취제로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커피큐브는 커피 찌꺼기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업사이클링' 효과를 낳은 것이다. 

 

업사이클링(Upcycling) '업그레이드(Upgrade: 승급)'과 '리사이클링(Reclycling: 재활용)'의 합성어

쓰레기나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가미하고 활용성을 더해 기존의 가치보다 높은,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업사이클링은 기존 재활용의 뒤를 이어 등장한 새로운 시도이다. 일반적인 재활용이 소주병을 거둬 깨끗이 소독한 후 다시 소주를 담아 판매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링은 그보다 한 단계 앞선 것을 뜻한다. 커피큐브는 그저 탈취제로 한 번 사용하는 식으로 재활용을 했던 커피 찌꺼기를 점토나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며 시작됐다.

커피큐브의 임병걸 대표는 오랜 연구 및 개발 끝에 2011년 '커피 점토'를 특허 출원했다. 제휴를 맺은 커피전문점에서 36시간 내에 깨끗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여러 번 건조한 뒤 특수 공정을 거쳐 점토를 만드는 식이다.

젤라틴, 밀가루처럼 점성이 있는 식품첨가물 10여 종을 넣어 만든 이 점토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피부가 약하거나 알레르기가 심한 어린이들도 손에 쥐며 놀 수 있을 정도로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 아이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큐브를 설립한 임 대표는 본격적인 커피환경 캠페인과 씨울을 통한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커피큐브 공식 블로그에서 캡처)

커피큐브의 시작이었던 네모난 비누 모양의 커피 점토는 화학성의 비누를 대신한 천연 실습재료로 자리잡았으며, 아이들은 위험한 조각칼을 대신해 '줄'을 사용해 안전하게 커피 점토를 자를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커피큐브는 미술교욱의 재료나 수공예품 제작 등에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환경교육 및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어 임 대표는 (주)커피큐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커피환경캠페인과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 '씨울'을 만들어내며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히 돈이 아닌, 우리나라 초등학교 미술재료 중 화학제품인 비누조각과 고무찰흙을 없애고 커피찌꺼기로 이를 대체하게 하는 것이었다.

또한 임 대표는 커피 특유의 방향·탈취·제습 등의 효과와 원하는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커피 점토만의 장점을 살려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 '씨울'을 만들어냈다. 분말에 접착제를 섞을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입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 식품첨가물만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커피점토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주위환경이 오염된 상태에 노출돼 있다면 겉 표면에 곰팡이가 피는 커피 찌꺼기의 효과를 살려 실내 오염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으며, 샤워 후 각질제거용으로도 손색이 없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임 대표는 커피 찌꺼기의 효능을 살린 커피 파벽돌도 만들어냈다. (사진=커피큐브 공식 블로그에서 캡처)

임 대표가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들인 시간만 무려 10년이 넘는다. '화학공학과'라는 전공을 살려 커피 찌꺼기 고형화 방법을 고민하던 임 대표는 제약회사와 함께 손을 잡고 천연 고형화 방법을 찾아냈다. 후에는 커피 찌꺼기로 '파벽돌'도 만들어냈다.

기존 활용하고 있던 카페인테리어나 거실 벽면의 적색파벽돌은 건축폐기물로 버려져 유해성이 있었다. 이에 비해 커피로 만든 커피 파벽돌은 천연 성분일 뿐만 아니라 ▲반영구적인 은은한 커피향 ▲폐기 시에도 땅속에서 퇴비로 전환 ▲100% 재생 가능 ▲다습한 곳에서 습기 제거 ▲건조한 환경에서 수분 공급 ▲곰팡이 제거 등의 효과도 있다.

이러한 임 대표의 노력 끝에 커피큐브의 커피 파벽돌은 2018년도 혁신형 에코디자인 사업공모전에서는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환경 벤처·중소기업의 성장과 국내 친환경 시장의 확대를 위해 진행한 이 공모전에서 커피큐브는 ▲유해물질 없이 여름철 습기 흡수 가능 ▲41만 톤의 커피 찌꺼기 재활용을 통한 쓰레기 처리비용 105억 6000만 원 절감효과 등의 장점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이 없는 천연 인테리어 마감재로서 자원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정받게 됐다.

앞으로 임 대표는 국내에 있는 모든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곧 해외 시장에도 발을 넓힐 예정이다. 2007년, 세계에서 최초로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했다는 경험을 살려 2009년 독일과 미국에서 설립된 커피 찌꺼기 재활용 글로벌 기업들과 건강하게 다투며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예정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