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미혼모들을 위한 향기를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에뜨'
[스타트업 in] 미혼모들을 위한 향기를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에뜨'
  • 이지원
  • 승인 2019.09.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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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들을 위한 향기를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에뜨' (사진=마리에드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2016년 5월 설립된 사회적 기업 (주)마리에뜨는 천연 디퓨저와 방향제, 생활용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직원 4명과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사업은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에도 쉽지 않은 빠듯한 사업이다. 하지만 대표는 매출이 나오지 않아도 행복하기만 하다.

사업을 시작한 이유와 판매를 통한 수익금을 사용하는 방법 또한 특별한 마리에뜨와 마리에뜨를 차리게 된 양차민 대표의 사연을 소개한다.

마리에뜨를 설립한 양차민 대표의 사연은 무엇일까? (사진=마리에뜨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사진을 전공했던 양차민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영상벤처회사에 근무했다. 재주가 남달랐던 그녀는 그에 안주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돌 사진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도 하나 차릴 수 있었다. 실력이 좋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았다.

누가 보더라도 괜찮게 진행됐던 사업이지만 양 대표의 마음 속에는 하고 싶은 꿈이 남아 있었다. 약자를 보살피는 일이었다.

결국 2005년 3월 말, 양 대표는 잘 되어가던 사업과 명성을 포기하고 대학생 시절 봉사하던 '꽃동네(사회복지시설)'로 향했다. 

꽃동네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평소 알고 지내던 수녀님이 양 대표를 불러 조심스레 부탁했다. 꽃동네 병원에 아픈 아이가 있는데, 병세가 심상치 않아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할 것 같아 잠시간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양 대표는 고민 없이 긍정을 표했다.

의료기구에 누워 있던 아이의 이름은 교희, 폐렴기가 있어 큰 병원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달 동안 교희를 정성껏 돌본 양 대표의 마음을 알았는지 교희도 조금씩 기력을 되찾았다. 퇴원하는 날 입힐 생각으로 옷을 만들었고, 퇴원 후에는 입양 생각까지 했다. 서로를 극진히도 아꼈다.

하지만 퇴원을 이틀 앞둔 날 교희의 상태가 위태로워졌다. 코마와 회복 상태, 복수가 차오르는 것을 반복했다. 지켜볼 수만은 없던 양 대표는 급히 교회로 가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위급한 전화를 받고 온 교희는 '하늘의 별'이 된 상태였다. 

며칠 후 교희의 장례식, 양 대표는 수녀님에게 "교희의 어머니가 미혼모였으며, 쌍둥이였던 교희의 언니는 태어나자마자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양 대표는 생각했다. 교희처럼 허망하게 떠나는 미혼모의 아이가 없도록, 어린 미혼모를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교희에게 약속했다.

교희가 떠난 날을 기억하고자 양 대표는 5월 13일 마리에뜨를 설립했다. (사진=마리에뜨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교희가 떠난 2005년 5월 13일, 이 날은 곧 양 대표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양 대표는 교희가 떠난 날을 기억하고자 2016년 5월 13일, 사회적 기업 마리에뜨를 설립했다.

마리에뜨는 현재 천연디퓨저와 천연방향제 등을 제조 및 판매한다. 인공 합성재료가 아닌 자연에서 얻은 천연성분을 사용해 제품들을 만들고 있으며, 좋은 품질과 좋은 가격의 핸드메이드 천연 제품이라는 컨셉으로 건강한 화장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그린 에코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깨끗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마리에뜨가 이와 같은 노력을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교희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터를 마련해 미혼모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이다. 미혼모를 보살피고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양 대표는 천연디퓨저와 천연방향제 등을 제조 및 판매 후 남은 수익금을 재원으로 사용한다.

이에 마리에뜨는 청소년 미혼모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미혼모라면 누구든 쉼터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모든 비용은 마리에뜨가 지불한다.

쉼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먼 미래까지도 살뜰히 보살핀다. 만약 마리에뜨에서 장기체류한 청소년 미혼모가 성인이 될 시 그 미혼모가 원한다면 정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한다. 원한다면 '사이버 대학교'에 진학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마리에뜨에서 파는 실생활용품의 브랜드명 또한 '교희(kyohee)'라 이름지었다. (사진=마리에뜨의 대표 브랜드 '교희'의 공식 스토어에서 캡처)

디퓨저와 방향제를 판매했음에도 쉼터 설립을 위한 자금은 좀처럼 모이지 않았다. 이에 양 대표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쉼터를 위한 집 두 채를 월세로 얻은 것이다.

작은 공간이었음에도 오갈 곳 없던 미혼모들은 쉼터를 찾아왔다. 마리에뜨는 미혼모들의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미혼모들의 신상을 묻고,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기록물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여러 단체가 미혼모를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혼모들에게는 불편하기만 하다. 미혼모들의 신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쉼터가 있음에도 모텔과 여관 등을 전전하는 미혼모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마리에뜨는 그 어떠한 것도 묻지 않는다. 분유와 기저귀, 젖병 등 육아에 필요한 용품과 음식재료들은 가득 채워 무료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미혼모들에게 편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창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마리에뜨의 다음 목표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직업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도 양 대표는 교희와의 약속을 되새기며 청소년 미혼모들과의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