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스트릿 브랜드, '오프화이트'
[브랜드 이거 아니?]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스트릿 브랜드, '오프화이트'
  • 이지원
  • 승인 2019.11.14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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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랜드를 모르는 이들이 해당 브랜드 제품을 본다면 '이걸 누가 사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심플한 부츠에는 '걸을 때 신는 것'이라는 문구를 크게 적어 150만 원에 가까운 가격에 팔며, '신발끈'이라는 이름표가 달린 운동화나 '안에 돈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가방을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황당한 이 브랜드가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를 넘어서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이 브랜드의 매력이 무엇일까?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스트릿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소개할까 한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 (사진=오프화이트 서울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브랜드명: OFF-WHITE
창립자명: 버질 아블로
설립일: 2012년
본사 소재지: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해당 브랜드를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오프화이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대각선 화살표로, 이는 곧 공사장이나 도로표지판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프화이트의 브랜드 이미지는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버질 아블로의 영향이 컸다. 

가나 이민자 출신인 그는 건출을 전공했으며, 패션을 배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건축가인 렘 콜하스가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와 협업하는 것을 보며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곧 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온라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티셔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이 인연을 계기로 2002년에는 그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카니예 웨스트는 버질 아블로에게 앨범 무대세트 이미지 기획과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겼다. 이처럼 버질 아블로는 카니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먼저 이름을 알리게 됐다.

버질 아블로는 론칭 초기부터 파견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사진=오프화이트 서울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패션 브랜드 CEO로서 본격적으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은 2012년 단기 프로젝트 '파이렉스 비전(Pyrex Vision)'을 론칭하면서 부터다. 

버질 아블로는 재고가 쌓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랄프로렌 럭비셔츠를 정가의 반값인 40달러(한화 약 4만 7000원)에 구매해 '파이렉스 23'이라는 로고를 프린트 한 후, 550달러(한화 약 65만 5000원)라는 값비싼 가격에 되팔았다. 대략 1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버질 아블로의 파격적인 행보에 당시 패션계는 엇갈리는 의견을 보였다. 천재적인 판매 전략이라며 칭송하는 이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디자인이 아니라 사기"라며 "디자이너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갑론을박이 무색하게도 그의 브랜드는 유명세를 탔으며, 판매량이 늘어나자 버질 아블로는 파이렉스 비전을 접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이 브랜드가 바로 오프화이트였다.

특유의 대각선 화살표나 큰 따옴표, 테이블 타이와 같이 오프화이트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곧 공사장이나 도로표지판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버질 아블로의 전공이었던 건축을 디자인에 접목시킨 것이며, 특히 브랜드의 로고인 화살표 모양은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건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디자인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색과 흰색의 사선 줄무늬, 케이블 끈 등의 요소 등도 건축 현장에서 본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새로운 시각으로 패션계에 나섰으며, 이러한 그의 시도는 곧 비난하던 목소리를 줄이는 것은 물론 패션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한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2018년에는 전 세계 명품시장을 이끌고 있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버질 아블로를 임명했다. 1854년 루이비통이 처음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흑인 수석 디자이너가 탄생한 것과 더불어, 스트릿 브랜드를 배척하던 럭셔리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스트리트 브랜드의 수장을 수석 디자이너로 인정한 것이다.

오프화이트의 인기 비결, 정체성을 잃지 않는 콜라보레이션 (사진=오프화이트 서울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이러한 오프화이트가 빠르게 인기를 끈 또 다른 비결은 콜라보레이션이다.

다른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층을 늘렸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12개월간 오프화이트가 협업한 브랜드만 하더라도 약 20개가 넘는다. 협업을 통해 패션 이외 다른 제품 시장에서도 폭넓게 이름을 알렸다. 가구를 다루는 '이케아', 패스트푸드 브랜드 '맥도날드', 향수 브랜드인 '바이레도' 등 그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하는 그 과정에서도 오프화이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꿋꿋이 지켜낸다. 나이키와 함께한 운동화는 나이키 모델의 기본 모양을 살린 것과 동시에 운동화 곳곳에 특유의 글씨체나 나이키 에어 제품에는 '에어'를 새기는 등 오프화이트의 정체성을 불어넣었다.

최근 오프화이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끈 패션 브랜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오프화이트 서울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도 오프화이트의 인기에 한 몫 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마케팅인 것과 동시에, SNS에서 보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 이루어낸 결과였다.

그 결과 2019년 3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끈 패션 브랜드가 오프화이트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1위였던 구찌는 3위로 밀려났고, 발렌시아가는 2위로 올라섰다.

영국 패션 전문 플랫폼 '리스트(Lyst)'는 전 세계 1만2000여 개 패션 브랜드에 관한 600만 건의 온라인 검색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올 3분기엔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발렌시아가, 3위 구찌, 4위 베르사체, 5위 프라다, 6위 발렌티노, 7위 펜디, 8위 버버리, 9위 생로랑, 10위 베트멍 순이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