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뷰티 공룡' 에스티로더그룹에 품에 안긴 닥터자르트
[브랜드 이거 아니?] '뷰티 공룡' 에스티로더그룹에 품에 안긴 닥터자르트
  • 이지원
  • 승인 2019.12.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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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문외한이던 건축학도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장품에 문외한이던 건축학도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장품과 무관한 삶을 살았던 건축학도가 화장품을 만든 것도 모자라 글로벌 뷰티 공룡 브랜드 '에스티로더그룹'의 러브콜을 받았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건축감리회사에 다녔던 닥터자르트 이진욱 대표는 회사에 재직하던 중, 우연히 피부과에 들른 후 BB크림에 열광하는 여성들을 보게 됐다.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피부 치료 목적으로 판매하는 화장품인 '더마코스메틱'을 제품화하려는 시도조차 없던 시기인 2004년, 이 대표는 피부과 의사들이 만드는 고가 화장품을 저렴하게 팔자는 목표 하에 닥터자르트의 모회사 해브앤비를 창업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뷰티 공룡의 품에 안길 수 있게 됐을까? 닥터와 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닥터자르트는 BB크림과 세라마이드, 병풀 추출물 등 뷰티 업계의 트렌드를 이어갔다. (사진=닥터자르트 공식 홈페이지이에서 캡처)

2004년 화장품 회사 해브앤비를 차린 이 대표는 이듬해인 2005년, BB크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공식 론칭한 브랜드의 이름은 닥터자르트, 예술과 만난 의사라는 'Doctor Join Art' 뜻을 가진 단어가 이 브랜드의 첫 시작이 된 것이다. 처음으로 화장품을 만든 닥터자르트는 피부과 전무늬 18명과 손을 잡으며 이름값도 톡톡히 해냈다.

닥터자르트가 출시한 BB크림은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를 위해 사용하던 '블레미쉬 밤'을 시중에 파는 화장품으로 대중화한 국내 첫 번째 BB크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후 많은 뷰티 업계들은 닥터자르트의 뒤를 이어 다양한 BB크림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제품군을 넓혀가며 사업을 키우던 닥터자르트는 BB크림의 명가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2012년에는 기능성 스킨케어 분야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닥터자르트가 '세라마이딘 크림'을 내놨을 때의 반응은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약인지 화장품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외형이 소비자들을 당황케 한 것이다.

일반적인 화장품 통이 아닌 연고 형태의 튜브 안에 담긴 화장품은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일으켰다. 용기뿐만이 아니라, 특징과 콘셉트 또한 확실했다. 탁월한 피부 보습과 성분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의 향을 '비 오는 날 흙 한 줌을 떴을 때 나는 냄새'라 표현했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철저히 의도된 것이었으며, 결과적으로 현재 세라마이딘 크림은 오랜 시간 인기를 끌고 있는 닥터자르트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후 출시한 화장품도 줄줄이 성공 행진이었다. 2016년에는 '시카페어'를 출시하며 다시 한 번 유행을 주도했다. 일명 '호랑이풀'이라 불리는 병풀 추출물을 원료로 사용한 해당 제품은 현재까지도 유행 중인 병풀 화장품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2018년 출시한 '펩타이딘' 또한 뷰티 업계의 트렌드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가 주목하지 않는 펩타이드 성분을 시장에 이끌어내며 유행을 주도한 것이다.

닥터자르트의 성공 비결은 '호기심'과 '차별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사진=닥터자르트 공식 홈페이지이에서 캡처)

닥터자르트의 성공 비결은 '호기심'과 '차별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세라마이드와 펩타이드 등, 화장품에 사용된 성분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것부터가 차별화의 한 종류였다. 이렇듯 제품 자체에서도 그들의 마케팅 방식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예시는 그들의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지난 2017년 신사동 소재의 가로수길에서 진행된 플래그십 스토어 '필터 스페이스 인 서울'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값비싼 가로수길에 공장과 같은 건물을 빌려 공공미술 프로젝트 '가로수길 핑크힐 코끼리' 프로젝트를 전시했다. 가로수길에 공장과 힐을 신은 코끼리와 같은 언발란스한 요소로 현대사회의 속박 속에 살아가는 도시인들을 표현했으며, 건강한 아름다움을 위한 근본적인 3요소인 물, 공기, 빛을 활용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쉽고 친근하게 예술을 느끼고 즐기며 마음의 회복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더불어 최근 진행된 '펭집사' 이벤트 또한 눈길을 끈다. 브랜드의 심폴이자, 크림의 보습력을 상징하는 노란색 펭귄을 100개의 조형물로 제작한 닥터자르트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한 차례 전시를 펼쳤다. 전시가 끝난 후 남은 펭귄들은 처분하지 않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신청을 받아 100명의 펭귄 집사인 펭집사를 모집했다. 무게가 나감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일일이 펭집사의 집까지 배달했으며, 이에 감동받은 펭집사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SNS에 자랑하며 자연스러운 홍보의 흐름을 탄 것이다.

유통 방식 또한 남다르다. 2011년에는 대부분의 화장품 기업이 몰두하던 중국 시장이 아닌,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에 입점했다. 미국 진출을 단행했다. 다소 투박했던 더마코스메틱의 이미지와는 달리 닥터자르트는 세련된 패키지와 홍보 문구, 광고 제작 등을 진행하며 브랜드 콘셉트부터 유통망까지 모두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닥터자르트는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에스티로더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사진=닥터자르트 공식 홈페이지이에서 캡처)

2011년 미국의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한 닥터자르트는 단 2종의 제품으로 10개 매장에만 입점했지만, 2019년 4월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홍콩 등 37개의 국가에 100여 개의 제품으로 진출한 글로벌 뷰티 브랜드 반열에 오르게 됐다. 매출 또한 2015년 863억 원에서 2018년 4898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017년부터는 미국 뷰티·패션 전문매체 'WWD(Women's Wear Daily)'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뷰티 기업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9년 초, 이 대표의 목표는 닥터자르트를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2019년 11월, 닥터자르트는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에스티로더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