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러쉬'
[브랜드 이거 아니?]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러쉬'
  • 이지원
  • 승인 2019.12.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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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유독 향기를 내뿜는 매장이 있다. 특유의 향기에 주변을 살펴보면 매장의 직원들이 입구의 세면대에서 입욕제로 거품을 만드는 모습이 눈에 띈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까지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러쉬(LUSH)'를 소개한다.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러쉬 (사진=러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러쉬 (사진=러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러쉬의 공동 창업자인 모발학자인 마크 콘스탄틴과 뷰티 테라피스트인 리즈 위어는 헤어&뷰티 살롱에서 일하며 만나게 됐다. 같은 시기에 근무를 시작했던 그들은 금새 친구가 됐다. 그 후 마크는 살롱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길 원했다. 이에 둘은 1977년, '콘스탄틴 앤 위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과일과 채소, 꽃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은 혁신적이었으나 소비자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던 탓에 수요가 좋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던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화장품 회사를 알게 됐다. 더바디샵의 창업자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아니타 로딕'을 만나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마크와 리즈는 자신들의 제품을 소개해 1200파운드 가량의 주문을 받게 된다. 더바디샵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 콘스탄틴 앤 위어는 점차 큰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1987년에는 새로운 직원들과 함께 통신판매 형식의 '코스메틱 투 고'를 새롭게 창업했으나 넘치는 주문량에 대처할 만한 시스템과 물량을 갖추지 못해 다시 한 번 실패의 쓴맛을 맛보게 된다.

이전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콘스탄틴 앤 위어의 핵심 멤버들은 1994년 다시 한 번 창업을 시도했으며, 고객의 응모에 따라 신선함을 뜻하는 'LUSH'를 브랜드 이름으로 앞세우게 됐다. 탄탄대로를 겪었을 것만 같던 그들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창업 10년 만에 전 세계 50여 개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차별화를 만들어 낸 러쉬 (사진=러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하지만 이들에게 실패의 고비를 맛보게 했던 '혁신'은 곧 성공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러쉬를 대표하는 것은 곧 그들이 자체 개발한 제품들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욕조에 '폭탄'처럼 투하하는 콘셉트의 '발리스틱'을 선보이는가 하면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입욕제 '버블바',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고체 샴푸 바' 등을 기획해냈다.

발리스틱과 버블 바는 러쉬의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고체 샴푸 바 또한 러쉬의 창업 이전인 1988년 제조 특허권을 획득하며 러쉬의 이념이 담긴 상징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도 러쉬는 친환경 천연 원료를 사용해 입욕제와 비누 등을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비건 소비자에게도 제품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에그 프리'를 선언하며 자사 모든 제품에 달걀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쉬는 동물실험 반대와 성소수자 편견 지우기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치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러쉬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러쉬, 가치소비의 중심에 서다

러쉬는 유럽 내 '화장품 동물실험 영구금지' 법안이 발효되기까지 수십 년 동안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이끌어 온 바 있다. 더불어 온라인 서명 운동과 동물실험반대 엑스포 등을 통해 현재까지도 동물실험에 맞서 싸우고 있다.

외에도 러쉬는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자는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지우는 것 외에도  ▲화장품 동물실험 근절 ▲헌혈증서 기증 ▲탈북 청소년들의 숨은 재능 발굴 프로젝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러쉬는 공정 거래 무역을 통한 원료를 사용하며 가치소비의 트렌드까지 앞장서고 있다. 우리의 돈이 생산자에게 들어가는 것과, 생산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고 현실 가능케 하며 착한 원료를 찾아나선 것이다.

러쉬는 자연 친화적인 브랜드이자 윤리적인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진=러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네이키드 코스메틱? 크리에이티브 바잉?

러쉬의 매장에 들어서면 포장이 없는 입욕제와 비누들이 눈에 띈다. 이는 '네이키드 코스메틱(naked cosmetic)'이라는 러쉬의 원칙 중 하나이다. 결국 버려질 포장지를 아끼는 것은 물론 제품의 폐기와 에너지 절약이라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러쉬는 'GO NAKED NOW'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실시했다. 과대 포장으로 만들어지는 어리석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글로벌 프로젝트로, 고체 샴푸바 한 개를 사용하면 일반 샴푸를 사용 후 남게 되는 용기 포장의 쓰레기를 3개 가량 줄일 수 있으니 포장이 없는 제품을 쓰도록 노력하자는 캠페인이다. 

마스크 팩 등 어쩔 수 없이 용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블랙 팟'에 담기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용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블랙 팟'에 담기게 된다. (사진=러쉬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재생지로 만든 배송박스를 사용한다. 비닐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분해 가능한 셀룰로오스 포장재에 제품을 담고, 100% 분해되는 크래프트지와 전분베이스접착제로 이루어진 종이 테이프로 상자를 밀봉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량생산도 마다하고 있다. 신선한 핸드메이드 화장품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한 번에 200kg~300kg 가량만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물론, '크리에이티브 바잉' 팀을 꾸리고 믿을 수 있는 생산자로부터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자 한다. 

러쉬의 크리에이티브 바잉 팀은 양질의 원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찾아가는 것 번거로움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식료품 원료를 구입하는 방식으로는 익숙하지만, 코스메틱 원료를 구매하는 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흔치 않다.

더불어 원료 하나를 직접 테스팅하는 러쉬는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모든 제품을 수공업으로 양산하며 철저하고 까다로운 제조 과정을 갖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이어진 러쉬의 핸드메이드 고집은 제품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제품에 스티커를 붙여 제조일자나 유통기한, 심지어는 제조자의 캐리커처 및 이름까지 기재하기에 나선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전해진다.

무척 번거로운 과정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자연 친화적인 브랜드이자 윤리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지속할 예정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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