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역사는 지키고, 트렌드는 따르고..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
[브랜드 이거 아니?] 역사는 지키고, 트렌드는 따르고..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
  • 이지원
  • 승인 2019.12.24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크무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고급스러운 체크 패턴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갖고 있는 '버버리'가 그 주인공이다.

버버리는 1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에 있어 창립 이래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있어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버버리가 처음부터 명품 브랜드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시작은 젊은 사장이 차린 작은 옷가게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작은 옷가게에 그쳤던 브랜드가 영국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 (사진=버버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1856년, 토마스 버버리라는 젊은 청년이 영극 햄프셔 주에 작은 포목상을 열었다. 영국 날씨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줄 수 있는 의류를 디자인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사냥과 낚시 등 야외활동에 적합한 튼튼하고 질긴 면과 마 소재 등을 취급했던 이 청년은 1980년대에 들어서자 목동이나 농부들이 입던 린넨 소재의 작업복에 주목해 특수 소재를 개발했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 돼 시원했으며, 겨울에는 따뜻한 이 소재는 방수성 또한 뛰어나 습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에 제격이었다.

토마스 버버리의 욕심은 끝나지 않았다. 비바람에 잘 견디고 통기성이 뛰어난 새로운 소재를 얻기 위한 수많은 시도 끝에 최상급의 면과 특별히 개발한 방수 코팅 기술 등을 더해 '개버딘'이라 이름 붙인 우수한 방수 기능의 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1888년, 개버딘은 트레이드마크로 등록되기도 했다.

마침 당시 영국에는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없었다. 고무로 만들어졌던 당시의 레인코트는 무겁고 움직임 또한 둔하게 만들었다. 이때 버버리의 개버딘 소재가 답이 됐다.

1891년, 토마스 버버리는 런던에 버버리의 첫 매장을 내고 1895년에는 버버리는 개버딘 소재로 만든 레인코트와 이 코트에 세부적인 디자인을 추가한 트렌치코트 등을 생산했다.

버버리의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 (사진=버버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내구성이 강하고 추위와 비바람을 막아 주는 버버리의 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참호 속에 추위에 떨고 있던 군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으며, 곧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전쟁이 진행되며 버버리의 레인코트 또한 진화했다. 어깨에는 D자형 고리를 부착해 수류탄이나 칼, 탄약통, 지도 등의 장비와 견장을 달수 있도록 했으며 장총 사용 시 옷이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단을 덧대서 내구성을 강화했다.

이밖에도 비바람을 막기 위해 '스톰 플랩(Storm Flap)'을 달거나, 바람이나 추위를 막을 수 있게 만들어진 손목의 조임 장치 등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부속품을 더했다.

전쟁에서 필요한 기능을 너헝 만든 버버리의 레인코트는 훗날 '참호(Trench)'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트렌치코트'로 자리잡게 됐다. 버버리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영국 군대에 납품한 트렌치코트는 50만 벌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영국의 국왕이자 패션 아이콘이었던 에드워드 7세가 버버리의 캐버딘 레인코트를 입는다는 소문과 함께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7세는 이 코트를 찾으며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말했으며, 덕분에 버버리는 영국 옥소포드 사전에 등재되는 등 레인코트를 대표하는 새로운 패션 용어가 되기도 했다. 

현재에 들어서도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54장의 조각 ▲36개의 단추 ▲4개의 버클 ▲4개의 금속고리 등 재단은 물론 디자인까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만들어진 트렌치코트와 흡사한 구조로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패션 트렌드에 따라 스타일은 항시 변화 중이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소재와 컬러, 디자인을 적용하며 유행에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함과 동시에 브랜드 본연의 정통성은 잃지 않는 것이다.

버버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패턴, 체크 패턴은 1920년대에 버버리의 대표 상품이었던 트렌치코트의 안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전통 문양인 '타탄(Tartan)'에서 영감을 얻은 버버리는 검정색과 하얀색, 주황색, 밤색 패턴에 버버리의 중세 기사 문양을 넣은 고유의 체크 무늬를 선보였다.

비슷해 보이는 버버리의 체크 패턴은 그 디테일에 따라 ▲해이마켓 ▲하우스 ▲노바 ▲슈퍼노바 ▲익스플로디드 ▲스모크드 ▲더 비트 등 7가지로 나뉠 정도로 섬세한 차이를 갖고 있다. 

이후에는 안감뿐만 아니라 가방과 셔츠 등 여러 제품에 활용되며 버버리의 자체 시그니처 패턴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버버리는 정통과 트렌드 모두 놓치지 않았다. (사진=버버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버버리는 계속된 성장을 거듭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브랜드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웨일즈 왕자로부터 훈장을 수여받는 등 오늘날까지 영국 정통의 명품 브랜드로서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버버리의 디자인 철학은 '유행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으며, 내구성과 실용성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디자인보다도 옷감의 용도와 그에 맞는 소재의 선택을 가장 중시하는 버버리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는 데 관심을 쏟았으며 이로 인해 착용감과 내구성, 정통 있는 디자인까지 모두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덕분에 버버리의 남성복은 영국 전통 의류 시장 중 최정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시도하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영국 귀족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한편 트렌드까지 놓치지 않으며 소비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