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집값 하락 · 부실 증가에 부실채권비율 '상승'
은행, 집값 하락 · 부실 증가에 부실채권비율 '상승'
  • 최창일 기자
  • 승인 2012.05.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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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떨어지면서 가계 집단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부동산‧임대업과 선박기업의 부실도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껑충 뛰었다.

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3월말 부실채권 현황(잠정)'을 보면, 올해 3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51%로 전년말(1.36%) 대비 0.15%p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20조9000억원으로 전년말(18조8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 늘었다.

이성원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작년 은행들이 30조원에 이르는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로 부실채권비율이 1.90%에서 1.36%로 꺼졌지만, 1분기 중 일부 기업여신과 가계 집단대출이 부실해지면서 부실채권비율이 올랐다"고 말했다.

부문별로는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이 1.90%으로 전년말보다 0.17%p 올랐다. 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빼면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1.67%였다.

중소기업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2.35%로 전년말 대비 0.18%p 상승했다. 부동산PF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9.09%로 전년말 대비 0.95%p 올랐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여신(0.71%)과 주택담보대출(0.64%)의 부실채권비율은 전년말 대비 각각 0.11%p, 0.10%p 뛰었다.

이와 관련 이 팀장은 "집단대출의 경우는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분양자와 시공사 간 분쟁이 해소가 돼야하는 데 주택가격이 회복되기 전에는 해결되기 힘들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채권의 부실채권비율(1.56%)도 전년말 대비 0.20%p상승했다.

1분기 중 신규부실 발생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중 기업여신 신규부실이 4조원으로 74.1%를 차지했다. 가계여신과 신용카드 신규부실은 각각 1조2000억원, 2000억원 수준이었다.

또 1분기 중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정리실적은 3조3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7조5000억원 줄었다.

정리방법은 대손상각(1조1000억원), 담보처분 등을 통한 여신 회수(9000억원), 여신정상화(5000억원), 매각(5000억원), 기타(3000억원) 순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는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1.88%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이 1.02%로 가장 낮았다. 특수은행 중에는 수협이 2.32%로 가장 높았고, 수출입은행이 0.71%로 가장 낮았다.

이성원 팀장은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비중이 높아 기업이 부실화되면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특수은행 가운데 수협은 기업 규모가 작아 1~2군데 문제가 생겨도 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1.51%)은 미국(4.14%)과 일본(2.4%) 등 주요국에 견줘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위기대응과 손실흡수 능력 강화를 위해 엄정한 건전성분류 기준 적용과 부실위험에 상응하는 적정수준의 충당금(대손준비금 포함) 적립을 지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