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미용실 부엌에서 만들어진 글로벌 뷰티 브랜드, 'MAC'
[브랜드 이거 아니?] 미용실 부엌에서 만들어진 글로벌 뷰티 브랜드, 'MAC'
  • 이지원
  • 승인 2020.01.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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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뷰티 브랜드가 있다. 패션쇼 런웨이나 광고 사진을 촬영하는 전문가, 무대에 오르는 스타는 물론 일반인까지 다양한 소비층을 아우르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맥(M.A.C)'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전세계에 런칭되며 글로벌적으로도 대세로 떠오른 뷰티 브랜드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화려한 시작을 맛본 것은 아니다. 사실 그들의 시작은 미용실에 딸린 작은 부엌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곧 '전 세계 메이크업 트렌드를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맥 매장으로 가 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용실 부엌에서 만들어진 글로벌 뷰티 브랜드, 맥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미용실 부엌에서 만들어진 글로벌 뷰티 브랜드, 'MAC' (사진=맥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맥의 시작은 '쓸 만한 화장품이 없다'는 아쉬움에서부터 비롯됐다. 

맥의 창업자 프랭크 토스칸(Frank Toskan)은 1870년대 인기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였다. 당시 그는 메이크업에 쓸 만한 도구가 없어 직접 브러시를 만들어 쓰곤 했다. 

메이크업 도구에 대한 고민을 끝내자 그 뒤를 이어 사진에 예쁘게 담기는 색조 제품을 찾기 힘들다는 고민이 이어졌다. 당시 대부분의 뷰티 브랜드는 색조보다는 스킨케어 제품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색조 화장품은 제한적인 색상과 떨어지는 품질의 제품이 대다수였다.

이에 토스칸은 메이크업 브러시를 만드는 것과 같이 화장품 또한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러한 계획을 자신의 연인이었던 프랭크 안젤로(Frank Angelo)에게 전했다. 어릴 적부터 사업가 기질이 있었던 안젤로는 22살에 유니섹스 헤어 살롱 체인점의 운영주로 일하고 있었으며, 이때 안젤로의 미용실에 딸린 부엌에서 맥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둘은 토스칸의 예비 처남이었던 화학자에게 도움을 청했으며, 만들어진 화장품은 토스칸의 동료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모델, 포토그래퍼들에게 판매했다.

맥의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눈으로 보는 제품의 색과 똑같은 발색을 가진 립 제품은 시중에 많지 않았으며, 이를 사용한 모데들이 하나둘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맥은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1984년 3월, 맥은 토론토의 한 백화점에 첫 편집숍을 열 수 있었다. 이것이 곧 맥의 시작이다.

맥의 목표는 모든 피부색에 잘 어우러지며 색상이 잘 드러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진=맥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맥의 목표는 모든 피부색에 잘 어우러지며, 카메라를 통해 보더라도 색상이 잘 드러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바탕으로 맥은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색조 제품들을 내놓았으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던 것이다. 

맥은 'Make-up Art Cosmetics'의 약자로, 풀네임을 보면 알 수 있듯 맥은 탄생과 성장을 모두 전문 아티스트와 함께 해 왔다. 전문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만을 위해 론칭된 맥은 타겟 고객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정하고, 이들을 응대할 매장 직원들 역시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업계 최초로 매장 직원들에게 메이크업 교육과 트레이닝을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매장 방문 시 직원이 직접 '컨설팅'을 진행하게끔 만들었다. 현재의 화장품 업계 운영 방식을 만들어 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직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교육에 맥의 직원들은 메이크업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맥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팝의 여왕 마돈나 덕분이다. (사진=맥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맥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팝의 여왕 마돈나(Madonna) 덕분이다. 마돈나는 1990년 투어를 앞둔 어느 날, 무대의 콘셉트인 '뱀파이어'에 어울릴 립스틱을 맥에게 요청했다. 이때 만들어진 립스틱이 현재도 인기 제품으로 손꼽히는 인텐스 매트 레드 립스틱 라인의 '러시안 레드' 제품으로, 마돈나 역시 투어 내내 해당 제품을 바르며 애정을 표했다.

특히 해당 제품이 눈길을 끈 것은 당시 어떤 립스틱에도 들어가지 않던 성분이 사용됐다는 점이었다. 맥은 의료용 실리콘 오일인 '디메치콘(Dimethicone)'을 넣으며 발색력과 지속력을 끌어올렸다.

투어의 여파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매장에 몰려들었으며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스타들 역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그리고 1994년, 에스티로더 그룹은 맥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후 맥의 지분 절반가량을 인수, 3년 후에는 창업자인 안젤로가 사망하자 토스칸이 에스티로더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어떤 성별이든 쓸 수 있는 브랜드, 맥 (사진=맥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맥에는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이 있다. '보든 인종, 모든 성별, 모든 연령(All Races, All Sexes, All Ages)'을 위한다는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은 다양한 피부톤, 다양한 이들에게 어울릴 색조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유색인종이 많은 국가에서는 유독 인기가 높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모든 성별을 위한다는 말을 뒷받침하듯 맥은 성별에 대해서도 편견 없는 행보를 보였다. 1991년, 맥은 '게이 스트릿(Gay Street)'에 미국 첫 번째 공식 매장을 열었다.

1991년은 에이즈(AIDS)가 발병한 지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더불어 게이 스트릿은 게이바가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며, 미국 최초의 에이즈 진원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맥은 당당했다. "어떤 성별이든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홍보에 나선 맥은 게이 스트릿에서 일하는 '드랙퀸'을 매장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맥은 '비바 글램' 립스틱을 출시하며 드랙퀸 루폴(RuPaul)을 모델로 채용하고 캠페인 전면에 내세웠다.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후에도 맥은 'HIV/AIDS' 조직을 만들고 에이즈 펀드를 신설하는 등 '비바 글램 캠페인'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맥의 비바글램 립스틱 구매 시 전액이 에이즈 질병 퇴치 기금으로 기부되는 캠페인이다.

이러한 맥의 캠페인은 2019년 25주년을 맞이했으며, 해당 분야에서 최대 규모의 비제약 업계 기업 기부자로 자리잡았다. 맥이 현재까지 조성한 기금만 하더라도 약 5억 달러(한화 약 5807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맥은 성공에 성공을 거듭해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2017년 포브스 보고서에 의하면 에스티로더 그룹의 가치는 11조 원 가량으로, 이 중 맥의 가치만 하더라도 절반을 넘는 6조 5000억 원 가량이라고 전해진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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