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문구점이었던 브랜드의 탈바꿈...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앤 코'
[브랜드 이거 아니?] 문구점이었던 브랜드의 탈바꿈...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앤 코'
  • 이지원
  • 승인 2020.02.07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둑어둑한 이른 새벽, 미국 뉴욕의 맨해튼 거리에는 '문 리버(Moon River)'의 선율이 잔잔히 흐르고 노란색 택시는 길거리의 한 가게 앞으로 천천히 멈춰선다.

한 손에는 크루아상, 한 손에는 커피. 위로 우아하게 틀어올린 머리와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노란색 택시에서 내리고 주얼리가 진열된 쇼윈도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여성이 눈을 떼지 못 한 채 흥미롭게 바라보던 매장의 간판에는 '티파니 앤 코(Tiffany&Co.)'라는 문구가 멋들어지게 적혀 있다. 1961년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 장면이다.

다수가 '인생 영화'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미국 소설가인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신분상승을 꿈꾸며 여러 남자와의 관계를 지속하며 살아가는 여성, 남자들이 주는 선물을 팔아 살아가는 홀리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배우 오드리 헵번의 인생작이라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티파니'는 지역 이름이 아니다. 1837년 문을 연 미국의 주얼리 브랜드인 '티파니 앤 코'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실상 영화 제목에 브랜드 이름을 넣은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의 시조인 셈이다.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의 주얼리를 바라보는 장면은 곧 세계 여성들의 동경을 대변한 장면이라 할 수 있으며, 해당 장면을 통해 티파니는 '여성이 꿈꾸는 주얼리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했다.

(사진=티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티파니의 처음은 '문구점'에 불과했다. (사진=티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물론 현재의 티파니는 오랜 전통과 모던함을 겸비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티파니는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가 학교 친구였던 존 버넷 영(John B.Young)과 함께 '티파니 앤 영(Tiffany & Young)'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티파니는 주얼리 브랜드가 아닌 문구와 팬시제품, 은식기 등을 판매하는 팬시용품, 한국의 '문구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설립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유리와 도자기 등을 판매하던 것이 뉴욕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으며, 이에 티파니는 프랑스에서 보석을 수입해 부자들에게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곧 티파니가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잡은 결정타라고 할 수 있겠다.

1851년에는 뉴욕 최고의 은세공사 에드워드 C. 무어를 영입했으며, 1853년 공동 경영자였던 존 버넷 영으로부터 경영권을 사들이고 회사 이름을 지금의 상호인 '티파니 앤 코'로 변경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옐로 다이아몬드로 기록돼 있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사진=티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티파니의 격을 올려 준 '925 실버'와 '티파니 다이아몬드'

본격적으로 주얼리 사업을 시작하기 시작한 1851년, 티파니는 현재 '925 실버'라고 불리는 은 92.5%와 구리 등 다른 금속으로 7.5%가 채워진 은 합금인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를 개발했다. 이후 1867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해 '은세공 부문 최고 메달(The Excellence In Silverware)' 등 8개 부문에서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티파니의 다이아몬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1877년이다.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젬스톤 중 하나로 알려진 287.42캐럿의 팬시 옐로우 다이아몬드를 매입한 티파니는 원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자 절반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쿠션 브릴리언트 컷'을 탄생시켰다.  보석의 반짝거림을 극대화하는 해당 방식에 현재까지도 해당 다이아몬드는 가장 아름다운 옐로 다이아몬드로 기록돼 있으며, 이것이 곧 티파니의 상징이 된 '티파니 다이아몬드'다.

더불어 티파니에서 뺴놓을 수 었는 '티파니 세팅링'은 1886년 출시됐으며,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혼반지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다. 티파니 세팅링의 특징은 다이아몬드에 6개의 다리를 달아 다이아몬드 전체 모양을 드러낸 형태로, 이 세팅 방법은 지금까지도 다이아몬드 세공의 표준으로 남아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빛나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세계 모든 이의 기쁨과 희열을 같이 해온 티파니 앤 코의 다이아몬드는 커팅에서 광택까지 무려 21가지의 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티파니 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착용하는 건 상류층이 되는 것임을 의미했고, 티파니는 재계 및 저명인사들이 방문하는 고급 주얼리 브랜드로 각인됐다.

브랜드의 상징이자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티파니 블루' (사진=티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티파니의 컬러 마케팅, '티파니 블루'

티파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은은한 민트색 상자이다. 미국 내 최초의 카탈로그인 티파니의 주문 카탈로그 '블루 북'의 커버로 사용하던 민트색은 일명 '티파니 블루'라고도 불린다. 

로빈스 에그 블루로 잘 알려져 있는 해당 색상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신부들이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뜻을 담아 결혼 답례품으로 민트색의 비둘기 모양 브로치를 선물했던 것에서 영감을 받은 색이다.

1886년 '티파니 세팅' 제품을 선보이며 처음으로 민트색의 상지에 반지를 넣었을 때 블루 상자를 따로 구매하겠다는 고객이 속출했으며, 이후 티파니는 모든 제품의 상자와 종이백을 해당 색상으로 만들었다.

이후 1998년에는 티파니가 해당 색상을 상표로 등록해 전세계에서 티파니만이 해당 색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 색채 연구소인 '팬톤'에 창업 연도를 딴 '1837 블루'라는 이름으로 색상을 등록해 동일한 색상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이들에게 티파니 블루의 강력한 인식을 심은 만큼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브랜드 미래학자 마틴 린드스톰에 따르면 여성들이 티파니 블루 컬러를 보면 심장 박동이 22% 가량 상승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곧 티파니 블루가 단순한 색상이 아닌, 브랜드의 상징이자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티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티파니의 저가 라인인 '리턴 투 티파니' (사진=티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모두에게 선사하는 '티파니 드림'

마지막으로 티파니는 세컨드 브랜드 없이 수십만 원 대의 저가부터 수천만 원대 고가의 제품까지 가격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세컨드 브랜드(보급판으로 개발한 상품 라인)'를 론칭하곤 하곤 하지만 티파니의 모든 제품들은 최고급 은으로 최상의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적절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싼 보석을 살 수 없는 형편의 젊은이들이 티파니가 가지고 있는 창의력과 스타일을 블루 상자에 넣어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이 '티파니 드림'이다.

이러한 티파니의 폭 넓은 가격대는 폭 넓은 소비자들을 불러모았고, 소비자들이 티파니를 사랑하는 이유로 자리잡게 됐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