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궁금] 디지털 헬스케어는 가라! 이제 '디지털 테라퓨틱스'의 시대가 왔다
[그것이 궁금] 디지털 헬스케어는 가라! 이제 '디지털 테라퓨틱스'의 시대가 왔다
  • 이지원
  • 승인 2020.02.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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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혹은 기술을 활용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환자에게 직접 활용해 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 peutics)'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두 기술에게도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직접 적용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디지털 테라퓨틱스의 경우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질병과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는 등 고품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근거 중심 차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명 소프트웨어가 의약품과 같은 효능을 갖는 디지털 치료 방법을 뜻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환자에게 직접 활용해 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테라퓨틱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명칭일 수 있지만,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이미 '2020 CES' 대표 5가지 기술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는 등 그 가치가 부각된 바 있다. 

CES를 주최하는 CTA 측은 디지털 테라퓨틱스가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기존의 치료법이 적합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테라퓨틱스의 경우 일반적인 의약품과 같은듯 다르다. 현재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독립적으로 사용되거나 의약품 및 의료기기, 기타 치료법들과 병행해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받고 규제기관의 허가를 거쳐 의사의 처방으로 환자에게 제공되며, 보험 적용도 가능하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회적 관심이 미흡한 정신 건강 분야와 의학적인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군인의 의료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이미 디지털 테라퓨틱스가 활용되고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정신 건강과 관련된 장애나 질병을 치료하는 웨어러블 기기 및 소프트웨어 등에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여러 영역에서 발전해 나가며 진단장치, 센서 및 웨어러블과 페어링 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고유한 특성 덕분에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과 통합해 보다 높은 차원의 의료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테라퓨틱스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례로 알아보는 '디지털 테라퓨틱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2017년 9월부터 시작됐다. 미국 FDA로부터 환자 치료 용도로 첫 판매를 허가받은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리셋(reSET)'은 별도의 기기 없이 앱만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인지행동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현재 리셋의 주 수요층은 약물 중독 외래 환자이며, 환자는 앱을 통해 충동에 대한 대처법 등을 훈련받게 된다. 앱을 사용한 총 39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2주 동안 실시한 임상시험을 통해 물질 중독성을 낮추는 치료효과와 기존 외래치료 복약순응도를 입증하기도 했다. 리셋을 사용한 환자 중 약물 사용 장애 환자의 금욕 준수율이 22.7%까지 향상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현병 환자를 위한 디지털 테라퓨틱스 기술도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제약업체 '오츠카'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PDH)'가 공동 개발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 역시 2017년 11월 조현병 치료제로 미국의 FDA 허가를 받았다. 

조현병 및 조울증 치료제 아빌리파이에 소화가 가능하도록 특수 제작한 센서가 내장돼 있는 해당 알약은 조현병 환자들이 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개발됐으며, 환자가 약을 먹으면 약 안에 들어 있는 칩이 위산에 녹아 센서가 반응하고 스마트폰으로 신호를 보내 줘 이를 통해 보호자나 의사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객관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테라퓨틱스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뉴냅스의 '뉴냅비전' 임상을 승인했다. 뉴냅비전은 눈이나 시신경은 괜찮으나 뇌졸중 등의 이유로 뇌 시각중추가 망가져 사물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간 뇌졸중 등으로 뇌가 손상된 환자의 약 20%는 시각중추가 손상돼 시신경에 문제가 없음에도 시야가 매우 좁아지는 시야장애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이때 뉴냅비전의 개발로 관련 치료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oT 강국으로 자리잡은 한국의 경우 디지털 테라퓨틱스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테라퓨틱스, 향후 전망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없을까?

이처럼 2017년 20억 5000억 원 달러에 불과했던 글로벌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은 미국의 견인으로 인해 2023년 64억 2000억 원 달러 규모로 확장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35.5%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앱이나 게임, VR, 인공지능 형태의 디지털 테라퓨틱스 소프트웨어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래 당뇨와 비만, 심혈관질환, 호흡기, 금연 등에 집중돼 있던 시장이 최근 들어 근육과 시각 장애까지 확장돼 그 시장이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역시 시야장애 치료제 뉴냅비전을 비롯해 뇌졸중과 척수 손상, 뇌성마비 등으로 인한 신경근육 장야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활발하게 개발 중에 있다.  뉴냅비전 외에도 국내에서는 AI를 활용한 의료기기로 식약처의 품목허가승인을 받은 제품이 9개에 달하며, IoT 강국으로 자리잡은 한국 역시 디지털 테라퓨틱스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원격의료가 20년째 표류하고 있고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 3법'이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높은 규제장벽은 국내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보고서는 "관련 수가 문제와 동일한 항목을 각 부처의 이중 평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관련 정책 정비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서술하기도 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자료=KB금융비타민의 '디지털로 사람을 치료한다 : 디지털 테라퓨틱스'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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