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닭발'에서 찾은 '발란스'...신발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
[브랜드 이거 아니?] '닭발'에서 찾은 '발란스'...신발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
  • 이지원
  • 승인 2020.04.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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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Steve Jobs), 그에게는 또 하나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있었다. 신발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의 회색 운동화 '992 그레이'가 그 주인공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이 신발을 고집한 이유는 간단하다. 신발이 편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러한 선택에는 뉴발란스의 이유 있는 고집이 있다. 닭발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를 소개한다. 

(사진=nbkorea 유튜브 채널의 '#MyFutureSelf 김연아 ver.' 영상에서 캡처)

뉴발란스의 시작은 닭발?

1906년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인 뉴발라스의 첫 번째 이름은 '뉴발란스 아치서포트 컴퍼니'였다.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00년대 초, 영국의 발명가 윌리엄 라일리(William J. Riley)는 집 마당에서 키우던 닭들을 보다 한 가지 의문점을 가졌다. 세 개의 발가락만으로도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는 '닭발'에 대한 의문에 연구를 시작했다. 

세 갈래의 아치형 발톱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점을 발견한 윌리엄은 닭발을 사람의 발 구조에 적용시켰으며, 이내 지지대가 있는 깔창인 '아치서포트(Arch Support)'를 만들기 시작했다. 발바닥의 가운데를 오목한 아치 모양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걸을 때 안정적인 균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아치서포트는 곧 뉴발란스의 핵심 기술이 됐다. 

정형학적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는 아치서포트는 발에 장애가 있거나 발의 피로도가 높은 경찰, 소방관 등에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윌리엄은 '불균형한 발에 새로운 균형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의 이름을 뉴발란스 아치서포트 컴퍼니라 짓게 됐다.

이들은 100여 년이 넘는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도 뚜렷한 경영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몸이 불편한 이들의 발에 편안함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발란스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을 위해 윌리엄은 수제 생산 방식에 주목했으나, 당시 작은 동네에서 시작된 가게인 만큼 비용적인 문제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윌리엄은 신발의 세로 길이가 아닌 발볼을 포함한 가로의 너비에 주목했다. 가로의 넓이를 사이즈에 반영해 다양한 이들에게 좋은 착화감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1960년에는 트랙스터를 제작 및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뉴발란스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1956년, 뉴발란스의 창업주인 윌리엄이 사망하자 폴 키드(Paul Kidd)가 뉴발란스를 인수했다. 폴 키드 역시 윌리엄의 창업 정신을 이어받아 편한 신발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후 1960년에는 물결 모양의 밑창과 아치 서포트를 내장한 세계 최초의 신발 '트랙스터(Trackster)'를 개발 및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신발은 업계 최초로 발 너비에 따라 사이즈를 구분한다는 점에 있어 발매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유명 운동선수들 역시 매 경기마다 트랙신터를 착용한 채로 출전해 입소문을 탔다.

또한 트랙스터는 사립 명문 대학교의 공식 운동화로 채택되며 미 전역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밑거름이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레 소비자들 역시 뉴발란스에 주목하게 됐다. 이를 통해 뉴발란스는 홍보비를 줄여 신발의 편안함에 대한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현재까지도 뉴발란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남아 있는 'N' 로고 (사진=뉴발란스 코리아 홈페이지)
현재까지도 뉴발란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남아 있는 'N' 로고 (사진=뉴발란스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물론 뉴발란스에게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대 경영자인 짐 데이비스(Jim Davis)가 나선 뒤에는 뉴발란스를 인기 브랜드의 길로 이끈 가로 넓이, 즉 세분화된 사이즈가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제품의 구성 체계가 복잡해졌으며, 다양한 사이즈로 인해 재고 창고에 보유해야 하는 신발의 양 역시 많았다. 당시 여섯 명 남짓한 직원들이 하루에 서른 켤레 정도의 신발을 만드는 것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뉴발란스는 아무리 까다로워도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버리지 않았으며, 이와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 환경의 기틀도 함께 마련했다. 이를 위해 '건강한 노동환경을 위한 행동규범'을 만들었으며 다양한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뉴발란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N' 로고가 처음으로 삽입된 것은 1975년이었다. 발 너비와 쿠셔닝을 갖춘 뉴발란스의 대표적인 러닝화 '320' 모델은 1975년 뉴욕 마라톤에 참가한 마라토너 톰 플레밍(Tom Fleming)의 우승과 함께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듬해 10월에는 세계적인 러닝 잡지 '러너스 월드'로부터 경량성과 쿠셔닝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으며 '최고의 신발'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뉴발란스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게 됐다.

뉴발란스의 히트작 990 모델 (사진=뉴발란스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캡처)

1980년대에는 운동화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며 300%대의 고성장을 지속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1981년 역시 뉴발란스에게 기념비적인 해가 됐다. 스티브잡스의 신발로 유명한 꿈의 신발 '990 시리즈'가 이 당시 출시된 것이다. 

신발을 출시할 당시 뉴발란스는 연구개발 직원들에게 시간과 비용에 구애받지 말고 모든 기술력을 동원할 것을 지시했다. 990 모델 역시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1000점 만점에 990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990 발표 이후 993. 995, 999 등을 선보이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뉴발란스는 'Made in USA' 방침으로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쌓고 있다. 'Made in USA' 와 'Made in UK' 라인을 나눠 주요 제품의 경우에는 중국보다 인건비가 10배 가량 비싼 미국에서의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으면서도 브랜드의 기원과 장인정신을 알리기 위함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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