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쇼핑의 新 트렌드 '중고거래'...개성 확실한 '번개장터 vs 당근마켓'
[스타트업 in] 쇼핑의 新 트렌드 '중고거래'...개성 확실한 '번개장터 vs 당근마켓'
  • 이지원
  • 승인 2020.05.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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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쇼핑 트렌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중고거래'다. 특히 최근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의 경우 중고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지 않으며, 필요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똑똑한 소비'나 '가치소비' 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MZ세대의 이러한 인식 변화 덕분에 중고거래 플랫폼 역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통합 보험관리 플랫폼 굿리치가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3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물품 중고거래 등 소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3.0%은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최근 1년간 중고 물품 판매와 구매 횟수를 묻는 질문에 6회 이상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7.3% 차지했다. 2030세대 10명 중 3명은 2개월에 한 번은 중고거래를 한 셈이다. 

이같이 중고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가장 큰 배경으로는 청년층에서 중고 상품 구매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물품을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어 중고거래에 긍정적이다'는 답변이 52%를 기록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빅3라 불리는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빅3라 한다면 단연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마켓을 꼽을 수 있겠다. 학창시절 '알뜰시장' 및 '아나바다 운동'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방식인 중고거래를 현재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곳이 바로 '중고나라'다.

중고나라는 2003년 12월 처음으로 개설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거뒀으며, 2020년 4월 30일 기준 회원수 1800만 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앱 회원수 역시 440만 명이 달한다. 하루에 등록되는 물품 수 역시 뜨겁다. 하루에 30만 건, 연간 1200만 건 가량의 물품이 매물로 등록되고 있으며, 2019년 거래액만 약 4조 원에 이른다. 중고거래 시장의 터줏대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중고나라 이후 국내 첫 모바일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가 등장했으며, 이의 후발주자로 '당근마켓'이 나타나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의 2019년 거래액은 각각 1조 원, 7000억 원으로 맹렬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라 하더라도 지향하는 바는 다르기 마련이다. 두 앱은 어떤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은 어떻게 뒤늦은 합류에도 빅3 행렬에 합류했을까. (사진=각 모바일 앱에서 캡처)

번개장터는 지난 2011년, '원스톱 서비스'를 자랑하며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물품 등록부터 구매, 결제, 배송 등 일련의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반면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지역' 기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해당 플랫폼의 특징이다.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지역에서 GPS를 통해 위치 인증을 받아야만 그 지역 판매자가 올린 물건을 구매 가능하다.

번개장터의 경우 판매 상품을 게시할 경우 우리 동네 포함 모든 지역에 게시할 것인지, 혹은 우리 동네에서만 것인지 선택 후 올릴 수 있다. 직거래부터 택배 거래까지 전방위적인 거래 방식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에 반해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근처 최소 2개~최대 210개까지의 동네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그 외 지역에서는 내가 올린 상품을 볼 수 없다. 번개장터보다 조금 더 조밀한 직거래를 지향하는 식이다. 

전국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번개장터의 경우 거래 범위가 넓다 보니 다양한 매물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반면 직거래를 지향하는 당근마켓의 경우 지역이 한정돼 있어 올라오는 매물의 수는 적으나, 그만큼 올라오는 게시물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려 더 높은 조회수를 이끌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번개톡 하단
소비자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번개장터 (사진=번개장터 앱에서 캡처)

번개장터, 소비자들의 편의성 생각

번개장터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앱 내에 ▲채팅 기능인 '번개톡' ▲안심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안전송금 서비스 '번개송금' 등의 서비스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번개장터의 이용자들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물품 등록, 흥정, 직거래 및 택배거래, 안심결제 등 중고거래의 모든 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본래 중고거래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노출해 문자로 거래하는 식이었다면 번개톡의 경우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노골적인 사생활 정보 없이 앱 내의 닉네임 등으로 거래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이용자들의 이용률 역시 높다.

특히 번개장터는 "직거래 가능한가요?"나 자신의 주소지 등 이용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해 구매자들의 편의를 높였으며, 물건을 올릴 때 '협의가능' 및 '무료배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가격 흥정의 가능 여부를 미리 명시하도록 했다. 끈질기게 에누리를 요구하는 일부 구매자의 행동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더불어 편의점 택배와 업무 제휴를 맺어 CU나 GS25 등 편의점에서 택배를 발송할 경우 배송 알림을 전달해 편리한 중고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중고나라가 쥐고 있던 중고거래 시장을 흔들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안전한 직거래를 우선으로 하는 당근마켓 (사진=당근마켓 앱에서 캡처)

당근마켓, 안전한 거래가 우선

그런가 하면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과 하는 중고 직거래 마켓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집 근처, 혹은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만 움직이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거래 시 가장 아까운 '배송비'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직거래를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기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해당 서비스의 가장 큰 특장점이다. 물건을 직접 보고 하자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사기가 무서워 거래 경험이 없는 중고거래 입문자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당근마켓의 경우에도 번개장터와 같이 판매 시 '가격제안'을 선택할 경우에만 가격을 흥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자가 제안한 가격을 판매자가 수락한 경우에만 채팅이 시작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흥정하는 이들로 인해 골치아팠던 이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원하는 물건을 찾기에는 어떤 플랫폼이 더 수월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고거래라 하더라도 그 본질은 쇼핑이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기에는 어떤 플랫폼이 더 수월할까. 

번개장터의 경우에는 내 프로필 정보를 입력할 경우 나만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별과 태어난 해, 거래지역만 입력하면 간단히 설정 가능하다. 20대 여성을 택하니 각종 패션잡화와 화장품, 다이어트 용품 등이 추천 리스트에 떴다. 추천 리스트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에는 검색창에 직접 키워드를 넣어 검색도 가능했다.

번개장터는 찾고 싶은 물품을 직접 검색하는 반면,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이용자들이 올리는 물건 리스트를 계속 새로고침 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피드를 계속 살피는 것처럼 새로고침을 거듭할 수 있다. 물론 검색도 가능했다. 

번개장터는 빠른송금과 번개페이로 안전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진=번개장터 앱에서 캡처)

굿리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으로 응답자 중 8.9%는 '상품 품질 등이 검증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답했다. 

사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의 경우 판매하는 물건이 정품인지, 하자가 있는 물건인지 불분명했다. 그뿐 아니라 사기의 우려도 도사렸다. 따라서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안전한 거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이 빠른 시간 내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에서 각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던 것도 이러한 요소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각 플랫폼은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안전한 거래 시스템을 마련했을까. 

번개장터의 경우 보험가입으로 100만 원까지 보장되는 '빠른송금'과 사기를 100% 예방해 주는 '번개페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판매하도록 했다. 특히 번개페이를 이용할 경우 구매자가 구매 확정을 눌러야 거래완료로 처리돼 사기를 방지했다.

구매자의 돈을 번개장터가 보관하고, 판매자의 제품 수령이 확인되면 금액을 입금해 줘 사기 피해를 차단하는 식이다. 구매자는 약간의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나 안전한 거래를 완료할 수 있으며,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정산된다. 

더불어 판매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를 조회하거나 판매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불량한 판매를 일삼는 판매자는 미리 피할 수도 있도록 했다.

당근마켓은 매너온도로 판매자의 신뢰도를 표현했다. (사진=당근마켓 앱에서 캡처)

한편 당근마켓은 직거래 방식이 우선적으로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물이 많은 서울의 경우에는 주로 3~4km 내에 있는 소비자들과 거래를 하게 되며, 이미 거래를 했던 이들과 다시 한 번 거래를 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사기를 칠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당근마켓은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구매자가 상대방의 매너를 평가해 '매너 점수'를 남길 수 있는 '매너 온도'는 37.5도에서 시작해 평가가 좋을수록 온도가 높아지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경우에는 점수가 떨어진다. 다수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경우에는 일정기간 동안 활동이 정지되기도 한다. 특히 한 번 온도가 내려갈 시 초반 온도로 되돌리기 힘들어 구매자 입장에서는 신뢰도 높은 판매자를 선택하기에 좋다.

또한 사기 이력이 있는 사람이 신고를 받으면 기록되기 때문에 다른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해 등록해도 자동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기 및 이상행동을 잡아내기도 한다.

두 앱의 경우 각각 지향하는 거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지역마다 활성화된 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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