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년째 동결 …3.25%
한은, 기준금리 1년째 동결 …3.25%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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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8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이후 내리 1년째 묶이게 됐다.

한은의 이번 조치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미국과 중국까지 경기침체가 불거지는 등 대외경제 환경이 오리무중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1·3·6월)에 걸쳐 0.25%p씩 올린 후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해 7월부터 금리인상을 동결하고 있다.

◇유럽 리스크...‘모험’보다 ‘안정’ 택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중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날 2008년 1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로존 재정위기는 스페인으로 번지고 있고 덩달아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금융위기에 따른 은행권 부실화와 재정지원 부담 등을 이유로 스페인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세 단계 낮췄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어갔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드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중국(-10.3%)·미국(-16.5%)·유럽연합(EU) (-16.4%) 등에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1·2·3위 수출국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지만 중국의 최대 수출 지역은 EU다.

중국경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데다 유럽에 대한 수출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한국제품에 대한 수입도 줄어드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올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무역손실 규모는 18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안심할수 없다는 불안감도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90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물가 역시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와 물가 양쪽을 고민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보다 확실한 시그널을 확인할 때까지 경기상황을 예의주시하자는 신중한 입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카드 없어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서 한은은 금리인상과 금리인하 요인을 모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전히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그에 따른 물가 불안은 인상 요인이 되고 있지만 유로존의 경제불안과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 조짐은 인하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결국 금리동결이라는 엉거주춤한 모양새를 취했다.

세계경제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은채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 쪽 요인만을 고려해 금리를 바꾸기 보다는 글로벌 금융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대내외 여건이 특정 방향으로 뚜렷하게 움직이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현행 기준금리가 이미 낮은 수준이고 국내경기의 둔화 여부도 아직은 분명하게 단정할수 없다는 점도 금리동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7일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지만 중국의 경기부양은 우리에게 수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당장 금리인하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측은 "국내외 금융 및 경제의 위험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는 한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목표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이 대체로 올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한국경제가 크게 둔화되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동결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