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5월 소비자물가 0.3%↓...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
'코로나19' 여파로 5월 소비자물가 0.3%↓...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
  • 이지원
  • 승인 2020.06.03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되며,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으로 인해 공공서비스의 물가가 내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줄어들지 않으며 디플레이션(deflation,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6월 2일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년 동월 대비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9년 9월 -0.4%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 올 1~3월에 1%대로 올라섰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4월에는 다시 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어 가장 최근인 5월에는 마이너스를 찍은 것이다. 

품목 성질별로 살펴봤을 경우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3.1%로 상승했으며, 특히 축산물과 수산물의 가격이 각각 7.2%, 7.7% 수준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가정 내 음식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업제품은 2.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업제품의 경우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석유류 가격 역시 18.7%로 급락하며 전체 물가에까지 영향(-0.82%p)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수요의 감소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영향에 미친 것으로 보인다. 5월달 서비스 물가는 0.1%의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1999년 12월(0.1%) 이후 처음 겪는 최저 상승률이다. 

특히 공공서비스의 물가가 1.9% 하락세를 보이며 전체 물가를 0.27%p 낮췄다. 정부 정책으로 실시된 고교 및 유치원 무상교육으로 인해 납입금이 낮아지며 공공서비스를 하락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자연스럽게 전체 물가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0.9% 증가했으나, 이중 외식 물가는 0.6% 상승하는 데 그쳐 예년보다 상승률이 둔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가 낮아지며 외식 외 물가도 1.2% 상승에 머물렀다. 

반면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7% 하락했다. 이는 해당 지수에서 고교 납입금, 석유류 등의 반영 비중이 높은 영향을 받았다

5월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월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다. 근원물가지수는 물가 변동을 초래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일시적인 공급 충격의 영향을 제외한 기초적인 물가 상승률로, 일시적인 경제상황 보다는 기초 경제여건에 의해서 결정되는 물가를 뜻한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5% 상승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대비 0.1% 소폭 상승했다.

다만 통계청은 이번 마이너스 물가에 대해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고 단언하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통계청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안 좋아지며 수요 부족에 의해 물가가 낮아져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번 물가 하락의 원인은 수요 측 요인이라기보다 공급 측 요인"이라며 "마이너스 물가 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안 심의관은 향후 전망과 관련해 "코로나19로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향후 물가 예측이 어렵다"며 "유가 반등, 긴급재난지원금 집행, 글로벌 밸류체인(GVC) 문제로 인한 공급 애로 등 물가 상승 요인과 그 외 물가 하락 요인이 혼재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전국적으로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의 지급 효과는 6월 통계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