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10명 中 4명, 생활비 줄여 반려동물 돌본다...치료 포기하는 경우도 有
취약계층 10명 中 4명, 생활비 줄여 반려동물 돌본다...치료 포기하는 경우도 有
  • 이지원
  • 승인 2020.06.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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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 604명의 '양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반려동물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 2019년 하반기,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결과를 6월 11일 발표했다. 이때 서울시가 명시한 취약계층의 기준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이다. 

취약계층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먼저, 사업 참여자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다중응답)로는 '동물을 좋아해서'라는 응답이 전체 중 29.7%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응답 뒤로 '외로워서(20.4%)' 키우게 됐다는 응답이 바짝 쫓고 있는 것을 볼 떄 취약계층의 외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는 연령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우선 20대의 경우 동물을 좋아해서 키우게 됐다는 응답(58.8%)이 가장 많았으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외로워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응답률은 점차 높아졌다. 실제로 70대와 80대의 경우 외로워서 키우게 됐다는 응답이 각각 31.1%, 24.0%로 높게 나타났다. 

반려견의 경우에는 친척·친구·지인에게 받은 경우(42.3%)가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애견분양 가게에서 구입했다(20.2%)는 응답이 자리했다. 한편 이들이 키우는 반려견의 품종은 ▲말티즈(23%) ▲푸들(16.8%) ▲믹스견(16.7%) ▲시츄(10.2%) 등의 순위였다.

또한 반려묘의 경우에는 길고양이, 또는 유기묘를 구조해서 돌보는 경우가 45.1%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친척·친구·지인에게 받은 경우(16.8%)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경우(12.4%) ▲애묘분양 가게에서 구입한 경우(7.1%) 순이었다. 품종은 ▲코리안 숏헤어(49.5%) ▲혼종(15.3%) 순이었다.

한편 취약계층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반려동물로 인해 책임감이 증가했다거나 외로움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생활의 활기, 긍정적 사고, 스트레스 감소, 운동량 증가, 대화증가, 건강 향상, 자신감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취약계층의 애로사항으로 남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해결되지 않는 애로사항으로 남았다. 취약계층이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월평균 지출하는 비용은 ▲반려견 13만 8437원 ▲반려묘 12만 4346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8년 반려인 양육실태 조사의 일반세대 지출비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농촌진흥청·(사)한국펫사료협회가 조사한 '2018 반려동물 보유현황 및 국민인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는 14만 5000원이었으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연관 산업현황과 양육실태에서도 월평균 12만 8000원 상당을 지불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취약계층은 양육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거나 돈을 빌리는 등의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자신의 생활비를 줄인다는 응답이 37.7%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신용카드로 처리한 경우(22.7%)가 뒤를 이었다. 한편 돈을 빌렸다거나 치료를 포기했다는 응답도 각각 7.8%, 4.5%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시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에 도움을 제공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조사자의 62.1%는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응답하며 취약계층 내 반려동물 양육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응답자들이 반려견을 키우며 지출하는 항목 가운데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병원비(23.8%)'였다. 이밖에 사료 및 간식비(15.8%), 미용 및 관리용품비(14.2%) 순으로 지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반려묘는 털빠짐 등의 위생관리비(22.7%), 병원비(20.5%), 사료 및 간식비(14.8%) 등의 순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비(30.1%), 사료 및 간식(21.8%), 용품(11.8%), 장례(10.8%) 등의 지원을 희망했으며, 공공 수의병원 개설(24.5%),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20.4%),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확대(19%), 반려동물 보험제도 의무화(12.6%) 등의 제도가 마련되기를 원했다.

취약계층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올해 시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노원구의 취약계층 100명, 동물 200마리를 대상으로 의료와 교육·위탁 서비스, 반려인의 정신건강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사회복지관, 정신건강복지지원센터, 의료기관과 협력해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통합복지를 지원하는 한편, 이번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취약계층 반려동물 복지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설문조사와 함께 '2019년 시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저소득층과 애니멀 호더 등 취약가구 295명이 돌보고 있는 반려동물 462마리의 동물등록과 중성화 수술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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