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매일 하는 화장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길" 펀 마케팅의 원조, '베네피트(Benefit)'
[브랜드 이거 아니?] "매일 하는 화장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길" 펀 마케팅의 원조, '베네피트(Benefit)'
  • 이지원
  • 승인 2020.07.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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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팍팍한 삶의 한 켠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통한 소비를 추구하는 '펀슈머'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이들을 겨냥하기 위한 '펀마케팅' 또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펀마케팅이란 소비자들의 웃음 코드와 트렌드를 캐치해 이벤트를 펼치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웃음을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마케팅 수법을 뜻한다. 

이때 펀마케팅의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브랜드가 있다. 유머러스한 제품명과 장난감을 연상신키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브랜드, '베네피트(benefit)'가 그 주인공이다.

베네피트의 목표 역시 유쾌하기 그지없다. "웃음이야말로 최고의 화장품"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이들은 고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화장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브랜드, 베네피트를 소개한다.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브랜드, 베네피트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베네피트는 쌍둥이 자매인 진 포드(Jean Ford)와 제인 포드(Jane Ford)에 의해 시작됐다. 언니인 진 포드는 예술교육을 전공했지만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았으며, 동생인 제인 포드는 마케팅과 재무를 전공했지만 장사 수완이 좋고 손재주가 뛰어났다. 둘 모두 미용의 길과는 거리가 먼 듯했으나, 타고난 재능으로 미용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베네피트의 시작은 두 자매가 대학을 졸업한 후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화장품 및 목용용품 브랜드 '칼곤(Calgon)'의 광고에 함께 캐스팅되며 모델 일을 시작했으며, 화보 촬영을 통한 과정에서 다양한 화장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1976년, 두 자매는 샌프란시스코에 '더 페이스 플레이스(The Face Place)'라는 이름의 작은 메이크업 매장을 론칭하게 됐다.

두 자매가 더 페이스 플레이스의 문을 연 목표는 단 하나뿐이었다. 매일 아침 화장을 하는 여성들의 시간이 조금 더 즐거워지길, 조금 더 놀이처럼 변하길 바랐다.  

이러한 목표를 바탕으로 두 자매는 일명 '얼굴을 위한 사탕 가게'라는 콘셉트로 매장을 출발한 후 개성있는 제품 이름과 상품 패키지, 매장 콘셉트 등으로 차별화된 매장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자매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뷰티 고민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단순히 유쾌한 분위기와 재미있는 디자인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하며 여성들을 웃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화보 촬영을 통해 경험으로 쌓은 두 자매의 뷰티 노하우는 여성들이 갖고 있던 뷰티 고민과 얼굴에 대한 결점 등을 해결해 줄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더 페이스 플레이스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아닌 여성들이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수다의 장으로 변화했다.

차별화된 매장의 분위기에 수많은 여성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시간 문제였으며, 이때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두 자매는 신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으며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베네피트 성공의 열쇠가 된 '베네틴트'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베네피트 성공의 열쇠가 된 '베네틴트'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가게의 문을 연 지 1년 만에 그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다가왔다. '자신의 유두 색상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고민을 해결하고자 더 페이스 플레이스의 문을 두드린 한 스트립 댄서가 성공의 열쇠였다. 

그녀를 위해 두 자매는 여러 제품들을 섞어 보며 연구를 지속했다. 곧바로 다음날에는 단돈 6달러(한화 약 6500원)에 해당 제품을 판매했다. 해당 제품은 액체 타입으로 만들어져 색을 자연스럽게 물들이는 것은 물론, 피부에 쉽게 착색돼 물과 땀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이러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없던 탓에 제품의 소문 역시 빠르게 퍼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시 개발한 후 이름을 바꿔 출시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판매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도 베네피트의 대표적인 뷰티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베네틴트'다.

베네틴트는 향후 베네피트의 명성을 쌓아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86년에는 당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케빈 어코인(Kevyn Aucoin)이 더 페이스 플레이스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10병의 베네틴트를 주문했는데, 이 소문은 당시 베네피트가 메이크업 업계에서 명성을 쌓아올리는 데 충분했다.

고민을 해결해 주는 베네피트의 페이크 잇 제품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베네피트, '페이크 잇(Fake-it)' 제품으로 고민 해결

이렇듯 두 자매는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제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베네틴트 외에도 단델리온과 울라 리프트 등 기능성 '페이크 잇(Fake-it, 인스턴트 성형)' 제품들은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금방 사로잡을 수 있었다.

현재 베네피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 '더 포어페셔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더 포어페셔널은 모공을 뜻하는 'Pore'와 전문가를 의미하는 'Professional'을 합성한 것으로, 효과적으로 모공을 채워 줄 수 있는 프라이머 제품을 뜻한다.

이렇듯 베네피트는 자사의 메이크업 제품들을 메이크업이 아닌, 페이크 잇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성들의 얼굴에서 단점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하고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베네피트의 브로우바 시스템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베네피트의 브로우바 시스템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베네, 베네!"
※Bene, 이탈리아어로 좋다는 뜻

빠른 성장세에 더 페이스 플레이스는 1980년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에 2호점을 오픈하게 됐으나 두 자매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가게의 이름이 너무 무미건조하다고 느낀 것이다. 이에 1990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로 한다. 제품을 통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소명 아래 단순히 화장품 매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브랜드의 이름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베네피트(Benefit)'다. 새로운 브랜드명을 만들고자 할 때 두 자매는 이탈리아 여행 중 사람들이 기분이 좋을 때마다 "베네 베네(Bene Bene)"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에 좋다는 뜻의 '베네'와 잘 맞는다는 뜻의 '피트'를 결합한 브랜드명을 만들어냈다. 두 자매의 브랜드 철학과도 적절히 어우려진 결과다.

브랜드명을 바꾼 후에도 베네피트는 성공의 길을 걸었다. 1991년에는 미국의 큰 백화점 줄 하나였던 '헨리 벤델(Henri Bendel)' 백화점에 입점하며 미국 내 뷰티 트렌드를 주도했으며, 이러한 위상에 인정받아 1999년에는 유명 브랜드들이 대거 속한 LVMH 그룹에 인수되기도 했다. 

특히 2003년 미국 메이시즈(Macy's) 백화점에 입점할 당시에는 타브랜드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매장 내에서 고객들의 눈썹을 직접 손질해 주는 서비스 바인 브라우바(Brow Bar)를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 브로우바는 두 자매가 창업 초기부터 시행했던 미용 서비스로,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눈썹 손질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고자 시행하게 됐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국내외 베네피트 매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전문 아티스트들이 고객들의 눈썹 모양을 잡아주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 입점할 당시 뷰티 시장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해당 서비스는 경쟁 브랜드 대비 베네피트만의 차별화 포인트로 평가되고 있다.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베네피트의 디자인 (사진=베네피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웃음 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베네피트가 펀마케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유

그렇다면 이들이 펀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웃음 유발 요소는 깊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 것이 '키덜트' 열풍이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한다.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이들은 무엇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이 아닌,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때 베네피트는 발 빠르게 키덜트 열풍에 탑승했던 브랜드 중 하나다. 

우선 그들은 1950~60년대 유행했던 문화적 코드를 비롯해 원더우먼, 핀업걸 등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현해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과 재미를, 어머니 세대에게는 그들의 향수를 자극시켰다. 마치 지금의 키덜트 향수를 자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제품명과 패키지에도 재미 요소를 넣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디크림에는 'Touch Me Then Try to Leave(나를 만져보고 떠날 수 있으면 떠나보세요)'라는 이름을 붙여 매끄러운 사용감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2015년 기준 베네피트는 전 세계적으로 50여 개국 2500개의 매장과 30여 개국 800개의 브라우 바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4년 3월 국내 시장 진출 이후 52개의 직영 매장과 25개의 브라우바를 운영하며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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